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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Dec 17. 2021

롱패딩보다 더 따뜻해지는 겨울 음료 5

# 얼죽아도 한 수 접고 갈 따뜻한 음료들

이불 밖은 위험한 요즘. 얼마 전 MBTI 보다 더 용하다는 체질검사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나는 위장이 차가운 편이라서, 속을 따뜻하게 해야 장수할 수 있다나? 그 말을 듣고 어쩐지 신이 났다. 아싸! 제가 핫초코를 더 많이 마셔도 좋다는 말씀이시죠, 선생님!


그렇다. 본래 겨울이란 따뜻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 아니던가. 라면도 야외에서 끓여먹는 라면이 더 맛있듯, 음료가 따뜻할수록 추운 겨울에 마시면 가장 맛있는 법이니까. 나처럼 몸이 허해서 따뜻한 음식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면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물 샤워 협회)’ 회원님들처럼 원래 취향이 따뜻한 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따뜻한 음료 한 잔이 마시고 싶어질걸?  



1. 겨울을 시작하는 레드와인, 뱅쇼


음료계의 캐롤. 유럽 거리에서 하나둘 뱅쇼를 팔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겨울이 시작된 신호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음료가 있을까? 


뱅쇼는 와인에 귤, 오렌지 같은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뜨겁게 끓여 마시는 음료다. 유럽에서는 감기 기운이 느껴지거나, 찬바람이 불 때면 집에서 뱅쇼를 끓여 마신다. 일종의 민간 요법이다. 마치 우리가 배숙을 끓여 먹고, 쌍화탕을 마시는 심리와 비슷하달까?


레드와인을 끓이는 과정에서 알콜이 대부분 날아가기 때문에 술이 약한 사람이 마셔도 좋다. 요즘은 말린 과일과 시나몬 스틱을 넣은 뱅쇼키트(KIT)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미역국도 못 끓이는 요알못 에디터도 성공했으니까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유럽여행을 못 가도 어때, 뱅쇼가 있는 곳이 곧 유럽이다.



2. 따끈한 술의 매력, 사케


서양에 뱅쇼가 있다면, 동양에는 사케가 있다. 일본 사람들은 겨울에 ‘사케’를 데워서 즐겨 마신다. 사케는 쌀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식의 맑은 술이다. 맑은 사케를 작은 술병(도쿠리)에 넣어서, 중탕을 해서 마시는 것을 ‘아츠캉あつかん’이라고 부른다. 즉,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사케다.


사케는 카멜레온 같은 녀석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데우면 사케의 고유한 향미가 은은하게 풍기면서 맛이 깊어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차가울 때보다 알콜이 뾰족하게 두드러지는 현상이 덜 한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조심하자. 따뜻함에 빠져서 계속 홀짝거리다간 만취한 스스로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   



3.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별하고 싶다면, 에그노그 


미국의 크리스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것. 바로 에그노그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에그노그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전통이거든.  


마치 우리네 김장 스타일이 집집마다 다르듯이, 에그노그를 만드는 방법도 가정 마다 다르다. 대체로 준비물은 우유, 설탕, 달걀, 그리고 술이다. 우유에 날달걀과 설탕을 넣어서 빠르게 휘저어서 따뜻하게 데워서 마신다. 여기에 위스키, 럼과 같은 술을 첨가하면 몸도 마음도 훈훈해지는 어른을 위한 에그노그가 된다. 


날달걀을 넣어서 비린 맛이 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 말자. 살짝 가열해서 만들기 때문에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을 연상시키는 맛이 난다고.   



4. 속부터 따뜻해지는 커피, 아이리쉬 커피

커피 중에서는 가장 술에 가깝고, 술 중에서는 가장 커피에 가까운 칵테일. 바로 아이리쉬 커피다. 감미로운 커피 향이 코 끝을 은은하게 간지럽히는 겨울밤을 위한 음료다. 


아이리쉬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아인슈페너’를 연상하면 쉽다. 준비물은 커피와 위스키, 그리고 휘핑크림이 필요하다. 강배전으로 진하게 내린 따뜻한 커피를 잔에 채운다. 여기에 위스키에 섞은 후, 조심스럽게 휘핑크림을 얹으면 완성이다.


입을 대고 마시면 따뜻한 음료와 차가운 크림의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마치 냉탕과 온탕 같달까? 창밖으로 내리는 눈보라를 바라보면서 아이리쉬커피를 마신다면, 금방 온몸이 따뜻해질 것이다.  



5. 애기입맛의 종착지, 핫초콜릿

나왔다. 에디터의 최애 겨울음료. 바로 핫초콜릿이다. 좋은 초콜릿을 진하게 녹인 핫초콜릿은 어떤 강추위도 두렵지 않은 금강불괴로 만들어주는 방패 같은 녀석이다. 


핫초콜릿을 더욱 즐겁게 마시고 싶다면, 토핑으로 구운 마쉬멜로우를 통으로 올려주면 더욱 근사해진다. 마치 이 곳이 캠핑장인지, 내 방구석인지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니다) 


이조차 번거롭게 느껴진다고? 그렇다면 ‘시나몬파우더’를 하나쯤 사보기를 추천한다. 톡톡 뿌리면, 평소와는 색다른 느낌의 이국적인 핫초콜릿을 즐길 수 있거든. 겨울의 진정한 재미는 따뜻한 핫초콜릿 한 잔에서부터 시작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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