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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Mar 18. 2022

5년만에 미국 MZ를 사로잡은 악마의 브랜드

# 건강함 대신에 악마를 팝니다

헤비메탈을 듣는 채식주의자, 유기농 채소와 웰빙을 노래하는 갱스터 래퍼.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또 기억에 가득 남는 조합이 있다. 실제로 세계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의 기타리스트 '커크 해밋'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세상을 다 때려부수고 주지육림할 것 같은 형들이 비건이라고?


여기 편견을 깨주는 한 음료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데스(Death)'가 들어가고, 캔에는 해골이 그려져있다. 그런데 안에 든 음료는 사약도 술도 에너지 드링크도 아닌 '물'이다. 대체 왜 이런 미스매치로 생수를 파는건가 싶었는데 심지어 잘나간다. 오늘 마시즘은 원효대사 이후 최고의 해골물(?), 해비메탈 정신으로 생수를 파는 '리퀴드 데스(Liquid Death)'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MZ가 사랑하는

악마의 생수를 아시나요? 

미국에서 '악마의 물'로 불리는 리퀴드 데스는 이전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일단 맥주캔이 연상되는 모습과 해골그림은 자연에서 내려온 깨끗한 물이 전혀 연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는 놀랍다. 리퀴드 데스는 2021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에 마블, NFTs와 함께 선정되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87만 명으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생수브랜드의 팔로워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쯤되면 미국 사람들이 물에 대한 인식을 모두 바꿨거나,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알고보면 착한 브랜드, 데스메탈을 CM송 삼을 것 같지만(실제로 헤비메탈 음원을 내기도 했다) 누구보다 지구를 생각하는 반전매력을 자랑한다. 이들이 맥주캔에 물을 담고, 데스를 말하는 이유는 바로 '플라스틱'이었다. 그것은 리쿼드 데스의 슬로건을 보면 알 수 있다. ‘플라스틱에게 죽음을(Death to Plastic)’



헤비메탈을 좋아한 회사원이 만든 
가장 독특한 생수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리쿼드 데스를 만든 사람은 누굴일까? 그 주인공은 '마이크 세사리오(Mike Cessario)'다. 그는 어려서부터 펑크와 헤비메탈에 심취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세사리오는 그 중에서도 스트레이트 에지(straight edge)라고 불리는 문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스트레이트 에지가 뭐냐고? 그것은 술과 담배, 마약 같은 방탕함을 거부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누구보다 막 살 것 같지만 알고보면 유교걸, 유교보이 같은 모습에 반했다고 할까?


그런 그가 2008년에 투어공연을 보러 갔다가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락커들이 내용을 비운 에너지 드링크 캔 안에 물을 숨겨서 마시고 있는 모습이었다. 알고보니 해당 콘서트의 스폰서는 에너지 드링크 회사였고, 공연자인 밴드들은 물을 마시고 싶지만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야하는 PPL의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이 때를 계기로 세사리오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락밴드가 공연하는 동안 마실 수 있는 생수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삼다수나 아이시스 이런 거 마셔도 되긴 하는데, 살짝 펑크 느낌은 나지 않잖아?



리퀴드데스의 경쟁자는

에비앙이 아니다

그렇다. 클럽이나 바 같은 곳에서 레드불이나 몬스터를 마시는 것은 가능해도, 삼다수(와 같은 생수)를 마시는 것은 자칫 헤비메탈 코스프레로 보일 위험이 있다. 음악의 진정성이 없어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때문에 세사리오는 생수를 맥주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알프스 산맥의 청정수를 담아놓았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해골물... 아니 '리퀴드 데스'의 탄생이다.

리퀴드 데스는 에비앙과 같은 다른 생수 브랜드와 경쟁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들의 경쟁자는 몬스터나 레드불 같은 에너지 드링크라고 (주장)한다. 마치 공연장에서 물을 숨겨서 마셨던 밴드멤버들처럼, 세사리오는 고카페인이 든 에너지드링크를 마시는 청소년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물을 어떻게 이들에게 스타일로 소비할 수 있게 할까?


여기에서 상식을 깨는 리퀴드 데스의 정신나간 마케팅들이 시작된다. 



Gen Z를 위한 

좀비쇼를 만들다

(생수 캔의 차가움으로 체온을 떨어뜨려 좀비를 따돌린다)

지난해 리퀴드 데스는 가상의 텔레비전 쇼를 제작한다. 함께 콜라보를 한 제작사는 넷플릭스의 좀비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다. 생수를 파는 회사에서 좀비물의 영상을 만든 것도 충격이지만, 생수를 마시는 장면이 단 1초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는 헛웃음이 나온다. 


좀비쇼를 기획한 이유는 단순했다고 한다. “워킹데드가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2~3위 쇼 잖아요?”


대신 이 영상에서 리퀴드데스는 대단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바로 리퀴드 데스를 헬멧처럼 착용한 주민들이 좀비와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아무리 설명해도 기묘하지만, 이 기묘함을 가지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생수하면 떠오르는 건강함과 자연 등의 평범한 모습은 자칫 브랜드를 인식하기가 어려울 수 있었다. 리퀴드 데스는 기존과는 다른 스토리텔링으로, 그리고 사람들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에 깊숙히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장난스러움, 

리퀴드데스의 DNA 

분명히 모두가 좋아할만한 행보는 아니다. 하지만 이조차 풀어내는 것이 독특하다. 리퀴드 데스는 자신들에게 달린 악플을 활용하여 헤비메탈 음반 ‘Greatest Hates’을 발매하였다. 또한 쓰레기로 고통받는 해양동물을 표현한 ‘귀여운 오염둥이(Cutie Polluties)’ 인형 굿즈를 냈는데 귀여움과 끔찍함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런 양극화(?)적인 행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들은 왜 이런 일을 벌일까? 리퀴드데스의 DNA가 ‘장난스러움(Mischief)’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환경 혹은 건강 등의 무섭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들을 유머러스하거나 충격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다룬다. 때문에 리퀴드 데스를 사랑하는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친 짓이다! 하지만 긍정적이다! 그리고 본 적이 없다.” 



생수를 말하지 않고 

생수를 파는 법 


생수를 통해 락스피릿을 노래하는(?) 리퀴드 데스. 그들의 행보에 열광하는 이는 헤비메탈 팬들뿐만 아니다. 하루는 영국 런던에서 온 할머니가 "나는 헤비메탈은 좋아하지 않지만, 리퀴드 데스는 좋아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대중적으로도 색다르고 즐거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락밴드를 위한 물을 팔겠다는 꿈 또한 이뤄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기업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에서 공식 생수로 리퀴드 데스를 선정했다. 더 이상 공연을 할 때 에너지 드링크에 물을 숨겨서 마시는 일은 없어진 것이다.


남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시작한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생수브랜드. 리퀴드 데스가 만들어갈 겉으로는 파괴적이지만, 속으로는 건강한 세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이들의 새로운 행보가 기다려진다. 

        

참고문헌

Liquid Death: Mike Cessario, Co-Founder & CEO, Finien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Mike Cessario, Allen Lee, Moneyinc, 2022.1.18

What Does It Mean To Be Straight Edge In 2020?. Aideen O'Flaherty, Kerrang, 2019.9.26

LIVE NATION TEAMS UP WITH LIQUID DEATH MOUNTAIN WATER TO BRING FANS MORE SUSTAINABLE WATER OPTIONS AT CONCERTS AND FESTIVALS, Livenation entertainment, 2021.5.13

"마블·화이자·스페이스잼"… 2021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 톱 20 ②, 브랜드브리프, 2021.7.15

플라스틱 죽이는 '악마' 스타트업 리퀴드 데스(Liquid Death), 김민준, 소비자평가,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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