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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Mar 23. 2022

우주로 가버린 코카콜라, 탄산을 빼버린 펩시

#2022년 세계의 탄산음료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평범의 시대를 강요당했습니다. 그것은 마시고 있는 음료만 봐도 알 수 있죠. 남들이 다 마시는 커피, 남들이 다 마시는 콜라, 어쩌다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고 해서 마셔봐도 어디선가 마셔본 듯한 (하지만 맛있는) 안전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마시즘의 역작 '미치동'은 빼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음료계를 장악한 이슈는 '맛'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얼마나 페트병에 라벨을 얼마나 없앨 수 있을까인 '친환경' 이슈, 또 칼로리를 얼마나 몰아낼 수 있는가로 '제로칼로리' 이슈가 음료계를 집어삼켰죠. 


자연의 건강과 몸의 건강을 생각하면 너무나 좋은 현상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너도 나도 라벨을 없애기 시작하고, 칼로리를 없애고, 이럴 거면 그냥 약수터에서 물을 떠서 마시는 게 환경적으로도 칼로리로도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시대착오적인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답니다.


다행히도 올해는 음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코카콜라, 펩시 같은 최고의 브랜드에서 인간의 상식으로 생각하기 힘든 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코카콜라가 새해에 신상을 발표하는데 '우주맛'을 내겠다고 말하고, 그걸 들은 지 얼마 안 되어 펩시는 콜라에 탄산을 빼고 질소 거품을 넣겠다고 선언합니다. 


이거 조만간 세상이 멸망한다는 징조가 아닐까요? 오늘은 2022년 놀랍도록 변화가 찾아와 버린 돌연변...아니 진화된 탄산음료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주맛 코카콜라는 대체 무슨 맛일까?

시작은 코카콜라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시즘은 세계에 있는 여러 맛의 코카콜라를 맛보았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주맛 코카콜라'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다른 우주에서 만들어진 코카콜라 같았습니다. 지구의 코카콜라와 비슷하지만 캔의 디자인도, 음료의 색깔과 맛도 살짝 다르죠.


이 제품의 이름은 '코카콜라 스타더스트(Coca-Cola Stardust)'입니다. 해외에서는 '스타라이트'로 불리고 있습니다. 설명에 따르면 '은하의 가장 먼 곳에서 온 별들의 맛을 코카콜라에 담았다'라고 하는데. 우주 밖은 커녕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 자가격리형 인재 마시즘이 느끼기에는 굉장히 다양한 맛이 느껴집니다.


이전에도 정체를 상상하기 힘든 미스테리한 맛이 세상에 나온 적이 간간히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프링글스'가 미스테리맛이라고 불리는 '왓 더 플레이버'를 냈는데요. 이 맛을 맞추는 사람에게 상금을 거는 이벤트를 걸기도 했죠. 또 미국에서는 절친을 넘어 콤비처럼 여겨지는 도리토스와 마운틴듀가 서로의 맛을 바꾸어 마운틴듀맛 도리토스, 도리토스맛 마운틴듀(듀이토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잖아요? 언제 어디에서나, 지구에서도 우주에 나가도 똑같은 맛을 자랑했던 코카콜라의 맛이 이렇게 독특한 것은 정말 처음있는 일이죠. 물론 오리지널 코카콜라가 여전히 우리에게 즐거운 맛을 전달하고 있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것은 지난해 바뀐 코카콜라의 슬로건 '리얼매직(Real Magic)'에서 연장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일상에서 마법같은 경험을 코카콜라가 주는 것이죠. 단순히 레몬맛, 복숭아맛처럼 구분되는 것이 아닌 '우주맛'이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상상력과 경험을 선물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이 아닐까요? 


코카콜라 스타더스트를 출시한 '코카콜라 크리에디션'이라는 프로젝트는 앞으로 각종 상상력을 코카콜라에 담아내는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우주맛 코카콜라는 그 첫단추였다고 볼 수 있죠. 앞으로 나올 2탄, 3탄의 크리에디션은 과연 어떤 경험을 줄 지 궁금하지 않나요?



탄산 대신 질소거품이 흐르는 펩시?

코카콜라가 우주로 가버린 컨셉을 보여줬다면, 펩시는 콜라의 짜릿한 탄산을 버렸습니다. 그건 김빠진 콜라 아니냐고요? 하지만 여기에 부드러운 거품을 더했습니다. 바로 질소거품이 추가된 '니트로 펩시(NITRO Pepsi)'입니다. 무슨 포카칩 질소거품 마시는 소리냐고요? 그런데 그것이 며칠 전 미국에서 출시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질소를 사용한 음료는 펩시가 처음이 아니죠. 대표적으로 기네스 맥주는 질소를 사용해 마치 크림 같은 맥주거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니트로 펩시 역시 기네스와 구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캔 안에 플라스틱 공인 '위젯'이 들어있고, 잔에 음료를 따르면 질소거품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점 역시 기네스와 비슷한데요. 잔에 따라 마시지 않고 캔으로 마시면 그냥 밋밋한 맛이 날수도 있다는 것이죠.


니트로 펩시는 '콜라는 톡 쏴야 제맛'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톡톡 튀어오르는 이산화탄소 대신, 오밀조밀하게 음료위에 크림처럼 거품이 쌓이는 질소를 넣어 부드럽고 달콤한 질감을 살리겠다는 뜻이 아닐까요? 


이것에 맞춰 니트로 펩시는 드래프트 콜라, 바닐라 콜라 2가지 맛으로 출시가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맛을 선보여줄지... 마시즘의 장바구니에 직행해보았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술이 되어버리다니, 마운틴듀 너 마저

코카콜라는 우주에 가버리고, 펩시는 탄산을 빼버리고, 그렇다면 근본 탄산음료는 이제 '마운틴듀'가 지켜라라고 하고 싶었는데... 이 녀석 마저 평범함과는 담을 쌓은 음료입니다. 올해부터는 알콜이 추가된 술버전의 '하드 마운틴듀(Hard Mountain dew)'가 판매될 예정이라고 해요.


돌이켜보면 마운틴듀는 술과 함께 섞어 마시던 음료였습니다. 마운틴듀라는 이름은 금주법 시대에 불법으로 만든 술이 '산(마운틴)'에 있는 '이슬(듀)'처럼 많다는 은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몰래 만든 술에 함께 섞어마시는 음료로 개발이 되었었죠. 그런 마운틴듀가 다시 알콜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과거느낌으로 회귀가 아닌 요즘 유행하는 '하드셀처'라는 알콜탄산수로 말이죠.


하드 마운틴듀는 5% 내외의 낮은 알콜도수를 보입니다. 기존 마운틴듀 맛에 알콜이 추가된 버전 외에도 블랙체리맛, 수박맛, 바자 블래스트 맛까지 4가지 맛으로 탄생하였는데요. 최근 미국의 젊은세대들이 맥주나 위스키보다도 탄산음료처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로 '하드셀처'를 선택하고 있기에 이런 흐름에 몸을 맡긴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마운틴듀가 술이 되어 떠나면, 도리토스는 어떻게 하니!



세상이 망하려나탄산음료들은  이렇게 변하는 걸까?


언제나 영원할 것 같은 브랜드들, 하지만 영원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되죠. 코카콜라도 펩시도 향후 몇 년간의 도전이 앞으로의 탄산음료를 바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험' 때문입니다. 이 음료를 사랑할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맛으로 브랜드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사더라도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여러 체험과 감각, 그리고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소비하고 싶어하는 것이죠. 


어떻게 본다면 이제서야 우리가 편의점 음료를 취향으로 구분한게 아닌가 싶어요. 음료를 취향으로 고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안에서 많은 것을 추구하게 되니까요. 마치 아메리카노 커피만 마시던 사람이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며 꽃향이니 초콜릿향이니를 말하는 것처럼. 위스키를 마시는데 그 안에 사과향, 배향이 난다며 독특한 것을 찾는 것처럼 말이죠. 


더 이상 마실 것에 맛있고 없고보다는, 얼마나 독특하냐가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2022년 이후의 탄산음료들은 크게 변할 것이라는 걸 위의 음료들이 말하고 있죠. 그렇게 저는 깨닫게 되었어요. 미치동을 1년만 늦게 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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