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7년 3월 3일
이도시의 지형과 수려한 경관에 대해서는 너무 자주 묘사되고 칭송되었기 때문에 더는 아무 말이 필요 없겠다.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
괴테, [이탈리아기행] ,1816
나폴리의 첫인상은 꽤나 신기했다.
음식과 커피는 놀라울 만큼 맛있었고, 기념품을 파는 노점에선 다른 도시처럼 관광명소가 그려진 엽서나 자잘한 기념품 대신 *마라도나의 이름이 새겨진 축구 유니폼과 키링 같은 물건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던게 말이다.
SSC 나폴리 축구클럽에서 활약하여 우승 후 나폴리의 전설적인 축구선수가 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이탈리아는 북부와 남부의 경제 격차를 비롯한 갈등이 오랜 기간 고착화되다 보니 이를 반영하듯 도시별 축구팀의 자부심과 애착이 유난히 강하다. 특히 SSC 나폴리는 남부를 대표하는 강팀이라고 하니 노점에서 판매하는 마라도나 기념품을 마주했을 때 그 말이 사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폴리에서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카페의 원두였다. 이탈리아의 카페는 대부분 바(Bar) 형태라 내부 풍경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는데, 로마나 북부 지역에서는 일리(Illy) 원두가 흔히 보였고, 나폴리에서는 킴보(Kimbo) 원두를 주로 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찾아보니 일리는 북부를 대표하는 브랜드, 킴보는 나폴리를 기반으로 한 남부 대표 브랜드라고 한다. 오래된 북부와 남부의 라이벌 구도가 커피 원두라는 일상의 작은 요소에서도 드러나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물론 유쾌했던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방인으로서는 알 수 없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폴리에서 본 장면들은 여전히 생생하다. 좁은 길에 옹기종기 테이블에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 어둡지만 오히려 옛 모습에 가까워 보이던 건물들, 잊을 수 없는 나폴리 피자와 진한 에스프레소의 맛.
슬픔이 영원히 멈춰버린 듯한 폼페이, 황제가 휴식을 취하던 지금도 놀랍도록 아름다운 카프리 섬, 길거리 상인에게서 사 마신 포지타노 지방의 레몬치노를 들고 바라본 메타의 황홀한 풍경까지—나폴리뿐만 아니라 나폴리만의 남부 도시들에서 마주한 모든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
달라진 시대와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에서 그려낸 나폴리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인 도시로 남아 있다.
1787년 3월 11일 일요일, 나폴리
베수비오 화산에서 멀리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여기를 뒤덮고 있는 화산 물질이 분화구에서 내동댕이쳐진 것도 아닐테고, 돌풍에 날려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돌덩이와 화산재가 한동안 구름처럼 공중을 떠돌다가 마침내 이 불운한 장소에 내려앉은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괴테, [이탈리아기행] ,1816
1787년 3월 25일 , 나폴리
소렌토의 해안을 완전히 굽어 볼 수 있었다. 오른편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이 지점에서가 아니면 쉽게 보이지 않을 것같이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휘어져 있었다. 나폴리는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훌륭하다.
괴테, [이탈리아기행] ,1816
패키지로 떠난 이탈리아 여행이었기에 나폴리를 아주 짧게 지나친 것에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컬렉션 전시 《나폴리를 거닐다》 개최를 보았고 그 순간 비로소 짧은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며 나폴리를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회처럼 느껴졌다.
전시는 나폴리의 일상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을 담아낸 포실리포 학파의 작품을 포함하여, 다양한 나폴리 화가들의 시선 속에 그려진 아름다움과 철학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물에서 공간 그리고 건물과 자연으로 확장되는 구성으로 이어졌고 그 흐름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작품을 따라 걷는 동안 마치 다시금 이탈리아 여행길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들어 즐거웠다.
특히 전시 곳곳에 쓰여진 괴테와 스탕달이 남긴 나폴리에 대한 찬사와 기록은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도시의 매력을 오늘날에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주었다.
1. 「그녀들을 마주하다」
귀족 여성과 평민 여성, 때로는 이국적인 여성상까지. 화려한 초상 속에 담긴 사회적 이상과 욕망이 마주한다.
2. 「각자의 방, 각자의 세계」
조명과 장식, 공간의 기운으로 드러나는 개인의 정서와 지위. 실내는 단지 공간이 아니라 내밀한 이야기이자 은근한 초상이다.
3. 「토마의 시선」
조아키노 토마(Gioacchino Toma, 1836–1891)의 어두운 실내 속 인물들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흔들리는 감정을 비춘다.
4. 「빛이 있었고, 삶이 있던 곳」
포실리포 학파와 나폴리 남부 화가들이 담아낸 자연과 도시, 그 속의 일상. 햇살 아래 번지는 삶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폴리를거닐다> 전시구성 (myartmuseum)
나는 떠납니다
톨레도 거리와 도시 전역을 내려다보는 그 장관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내 눈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폴리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스탕달, [로마, 나폴리 그리고 피렌체], 1817
전시는 2025년 8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마이아트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