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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러브 Jun 25. 2024

육아의 기쁨과 슬픔이 깃든 저녁 한 끼

누가 요리를 온전히 즐겁다 말할 수 있는가

둘째가 사고 싶어 했던 슬라이스 아몬드가 집근방 마트에는 팔지 않았다. 마트 두 군데와 편의점 두 군데를 돌고 집에 왔다. 토르티야 피자를 이제 만들어야 한다. 고르곤졸라 스타일 피자인데 흔한 남매 10권에 나오는 시크릿 레시피이다. 먼저 꿀을 토르티야에 바른다. 가장자리는 남겨둔데 가운데를 중심으로 골고루 바른다. 집에 있는 통아몬드를 대충 가위로 잘라 몇 개 올려놓는다. 끝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다. 미리 데운 팬 위에 올려놓고 4~5분 정도 기다린다. 치즈가 완전히 녹은 상태인지 확인한 후, 접시에 올려놓는다. 이로써 둘째가 한 달 전부터 해달라고 요구했던 토르티야 피자가 완성됐다. 첫째도 한 조각 먹었다. 나도 한 조각 먹었다. 28센티 지름이라 다소 큰 토르티야 피자. 나머지는 둘째가 다 먹었다.



어제 오후, 둘째와 함께 동네를 돌아다녔다. 둘째가 사고 싶어 했던 슬라이스 아몬드가 집근방 마트에는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트 두 군데와 편의점 두 군데를 돌고 집에 왔다. 시무룩한 둘째를 위해 토르티야 피자를 이제 만들어야 한다. 고르곤졸라 스타일 피자인데 흔한 남매 10권에 나오는 시크릿 레시피이다.(이 레시피에 슬라이스 아몬드가 나온다ㅠㅠ) 먼저 꿀을 토르티야에 바른다. 가장자리는 남겨둔 채 가운데를 중심으로 골고루 바른다. 집에 있는 통아몬드를 대충 가위로 잘라 몇 개 올려놓는다. 끝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뿌린다. 미리 데운 팬 위에 올려놓고 4~5분 정도 기다린다. 치즈가 완전히 녹은 상태인지 확인한 후, 접시에 올려놓는다. 이로써 둘째가 한 달 전부터 해달라고 요구했던 토르티야 피자가 완성됐다. 첫째도 한 조각 먹었다. 나도 한 조각 먹었다. 20ㅛㅔㄴ티 지름이라 다소 큰 토르티야 피자. 나머지는 둘째가 다 먹었다.




문제의 또르띠야 피자


사실 원래 어제는 전의 날이었다. 부추전, 해물파전, 김치전 삼종 세트를 만들어야 하는 날이었다. 미리 재료를  사놨지만 비축된 체력의 절반이 이미 사라졌다. 간식 타임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바로 저녁 타임이다. 나머지 반의 체력을 이끌고 전을 부쳐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로 했기 때문에 재료 썰기 담당은 아이들이다. 부추를 썰고, 양파를 썰고, 쪽파와 오징어도 썬다. 앙파와 쪽파를 썰다가 눈이 매웠던 둘째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머지 작업을 이어갔다. 오징어는 질겨서 두 아이에게 가위를 넘겨줬다. 아이들은 가위로 쓱쓱 오징어를 썰었다. 반죽도 직접 하겠다고 하여 온전히 다 맡겼다. 나는 부침가루를 넣어주고, 물을 넣었다. 아이들은 정성을 기울여 반죽을 했다. 분명 아이들의 손이 많이 갔는데 나는 왜 그리도 피곤했을까. 여하튼 이렇게 해서 저녁 먹고 치우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반쯤 남은 나의 체력도 저녁을 먹으면 어느 정도 비축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엄마 내가 디저트를 만들게"


갑자기 디저트를 만들겠다던 첫째가 냉장고 안을 샅샅이 스캔했다. 이내 식빵과 메추리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당장 가서 디저트 재료를 사 오겠다는 것. 덩달아 둘째는 디저트로 또르띠야 피자를 똑 만들겠다고 엄포했다. 사실 말리고 싶었다. 이미 부엌은 각종 그릇들과 식기들로 포화상태이다. 부추와 파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오징어 비린향이 개수대를 장악했다. 전 부치기 전 얼른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디저트고 뭐고 내 머릿속 용암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다 고래의 분수공처럼 분출할 기세였다. 하지만 아이의 기대에 찬 눈빛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는 자기 용돈으로 사겠다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전을 부쳤다. 각각 3장씩 붙였다. 전 부치는 건 사실 일도 아니다. 팬을 달궈 적당한 크기로 부쳐내면 된다. 그런데 나의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다리에서 작은 나사를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빼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뿔싸. 이렇다 전이 타는 건가 싶었는데 결국 둘째의 요구사항을 듣다가(밥을 작은 그릇에 옛날 사람들이 먹던 스타일로 퍼달라는 것- 고봉밥 스타일) 김치전이 약간 탔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전을 부쳤다. 부치면서 그릇을 세팅하면서 저녁 준비를 했다. 3종 전세트를 구획정리가 되어있는 접시에 담아주었다.



첫째는 그 와중에 전에 찍어먹을 간장을 만들었다. 둘째는 간장이 짜다며 불평했고, 첫째는 간장은 원래 짜다고 응수했다. 둘의 대화를 듣다가 남은 전을 다 부치고, 나도 식탁의자에 앉아 전을 먹었다. 전날 저녁, 둘째가 전을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을 떠올린다. 해물파전을 만들자고 했는데 첫째가 김치전도 만들자고 했고, 둘째는 부추전도 좋겠다며 의견을 냈다. 순식간에 메뉴로 3종 전 세트가 완성됐다. 김치와 부추, 부침가루는 이미 있었고, 쪽파와 오징어만 사면 되니 그러자고 했다.



결국 또르띠야를 사는 게 아니었다. 그로 인해 나는 한 시간씩 동네를 돌아다녔고, 또르띠야 피자도 목록에서 추가된 것이다. 전을 먹고 싶다는 둘째의 말이 나비효과가 되어 전파티로 이어졌고, 첫째는 파티에 빠질 수 없는 디저트를 새롭게 메뉴로 등재시켰다. 그 와중에 둘째는 수첩에 메뉴를 하나씩 쓰면서 메뉴판도 완성했다. 일이 커졌고, 내 영혼은 점점 쪼그라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메추리알 프라이는 여전히 어렵다. 조그만 그 알은 깨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속껍질이 질겨 잘 깨지지 않는다. 알가루가 떨어졌다며 징징대는 첫째에게 마카롱과 연유, 식빵인데 메추리알 프라이는 왜 만드는 거냐고 물었다. 본인이 필요하다니 할 말을 잃었으나 내 목소리는 하이톤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어찌어찌 첫째는 디저트를 만들었다. 꽃모양 식빵 위에 마카롱 4분의 1 조각과 연유가 뿌려진 디저트를 먹고 달디난 그 맛에 정신이 들었다.



이토록 마카롱은 달구나, 내 입은 쓴데.



이 말을 나는 초코맛이 달다고 했다가 극한 칭찬을 기대했던 첫째가 시무룩해졌다. 맛있다는 말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 첫째는 이번 디저트는 실패했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그 디저트를 먹을 다음 주자는 아빠이길 바라며...



다음번 기미상궁은 아빠에게.....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만드는 걸 참 즐겁다. 그래, 나의 반쪽은 그렇다. 하지만 또 다른 나는 속으로 중얼댄다. 혼자 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지.  내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나 눈치챌까 아이들에게 맛있다며 도와줘서 고맙다며, 절반은 맘에 없는 소리를 냈다. 마치 천적의 공격에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큰소리를 내며 날개를 푸드덕대는 암컷 꼬마물떼새처럼. 그래, 새엄마도 그토록 새끼를 보호한다. 나도 어미인데 내 새끼를 이뻐해야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넘치는 설거지, 초토화된 부엌을 정리하는 건 나의 몫이다. 다 먹은 그릇을 개수대에 내려놓는 첫째와 식탁 닦기가 취미인 둘째를 보면서 그래도 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고맙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게 사는 재미겠지. 삶이란 게 100% 희극도 없고, 100% 비극도 없는 것 같다. 육아는 고행이자 수행이지만, 아이들이 있어 웃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시시한 어른으로 사는 게 더 지루하고, 비루할 것 같다. 육아란 결국 당당하게 나의 시간을 엮어가는 과정 중에 겪는 내 인생 최대의 이벤트가 아니던가. 결국 아이들은 둥지를 떠날 테고, 나도 꼬마물떼새처럼 이상행동을 할 일도 줄어들 것이다. 다만 쪼그라들고 있는 내 삶에 윤활유가 되어줄 나를 돌보는 시간을 틈틈이 만들어가는 것. 지금 내 상황에선 이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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