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ccini 「Tosca」"Recondita armonia"
금강의 두 개 줄기가 합쳐지는 곳을 우리 고장에서는 ‘합강(合江)’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두 줄기가 만나는 지점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높지 않은 산이 있었고, 그곳이 14대조부터 할아버지, 할머님을 모신 선산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그 산에서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했습니다. 전나무와 소나무, 단풍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특히 밤나무가 많았습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벌초가 제대로 되었는지 살피러 가면서, 떨어진 밤을 줍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오토바이에 저를 앞에 태우고 그 산을 오르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한식입니다. 개나리가 피기 시작할 무렵이면 아버지는 다시 저를 데리고 선산에 가셨습니다. 묘가 들짐승에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무너진 곳은 없는지 살피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린 저는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어 그 시간이 싫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종손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임이라는 것을 먼저 배우게 하셨습니다.
대학생이 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면 아버지의 목소리가 먼저 올라왔습니다. “옛날 같으면 아이도 둘 어른인데, 종손이 투덜거린다”는 말을 들으며 혼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나이가 드신 뒤에는 말이 달라졌습니다. 실수를 해도 “조금 더 신경 쓰지, 수고했다”라고 하셨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며, 그 무게가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선산에는 가족들만 아는 장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숲길을 지나 산 끝 바위에 올라서면, 지금의 세종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아버지도 답답하실 때면 그곳에 올라 두물머리를 바라보셨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서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먼저 올라왔고, 여름에는 매미 소리가 이어졌으며, 가을에는 밤이 떨어졌고, 겨울에는 눈이 쌓인 경사면에서 썰매를 탔습니다.
그곳은 우리 가족만 아는 비밀 같은 장소였습니다.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결정되면서 우리는 그 선산을 정부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로는 그곳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곳은 비밀의 장소가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기억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은 점점 더 또렷해졌습니다.
봄이 오면 그 산이 떠오릅니다. 두물머리로 내려가던 가파른 길, 어항에 된장을 넣고 물고기를 잡던 기억, 낚싯대를 드리우던 아버지와 막내의 모습이 함께 떠오릅니다.
지금은 그 자리에 갈 수 없어도, 그곳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은 더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시기에는, 그 장소보다도 그곳에 함께 있었던 아버지와 동생이 더 많이 생각납니다.
오늘 아침, 마당에서 막 피어나려는 목련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그 산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주 주말이면 한식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시간을 내어, 그곳을 다시 찾아가 보려 합니다.
Scherza coi fanti e lascia stare i santi · José Carreras · Fernando Corena ·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https://youtu.be/spHkfF3kGH8?si=I4701F9ZDyu-pWbZ
1889년, 푸치니는 밀라노에서 프랑스의 극작가 빅토리앵 사르두(Victorien Sardou)의 연극 《토스카》를 관람하게 됩니다. 당시 당대 최고의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을 맡은 이 공연을 보고, 푸치니는 이탈리아어를 완벽히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강렬한 드라마틱함에 매료되었습니다. 사실 이 연극의 오페라 판권은 처음에 다른 작곡가(알베르토 프랑케티)에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푸치니는 끈질기게 이 작품을 원했고, 결국 그의 출판업자 리코르디가 중간에서 기지를 발휘해 판권을 푸치니에게 가져오는 데 성공합니다. 푸치니는 원작의 방대한 정치적 서사를 3막의 압축적인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대본가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사를 혹독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원작자 사르두를 직접 찾아가 대본 수정을 요구할 정도로 푸치니의 열정은 집요했습니다.
날짜 및 장소: 1900년 1월 14일, 로마 코스탄치 극장(Teatro Costanzi).
정치적 긴장: 당시 이탈리아는 무정부주의자들의 테러 위협으로 정국이 매우 불안했습니다. 특히 오페라의 배경이 로마인데다, 여왕을 비롯한 고위층이 대거 참석한다는 소식에 "공연 도중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공연 중단 해프닝: 실제로 막이 오르자마자 객석에서 소란이 일어 지휘자 레오폴도 무노네가 연주를 중단하고 막을 내리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폭탄이 아니라 늦게 도착한 관객들이 자리를 찾느라 생긴 소동이었고, 잠시 후 다시 시작된 공연은 대성공으로 끝났습니다.
"고문 장면이 너무 잔인하다": 초연 당시 비평가들은 2막의 고문 장면과 살인, 그리고 토스카의 투신 자살로 이어지는 전개가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하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이 파격적인 리얼리티(베리스모)에 열광했습니다.
사르두의 자부심: 원작자 사르두는 푸치니의 오페라가 원작 연극보다 더 유명해지자, "내 연극은 오페라 덕분에 영원히 살게 되었다"며 만족해했다고 합니다.
빅터 프레임(Vittorio Fraim)의 실수: 전설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로, 3막 마지막에 토스카가 성벽에서 뛰어내릴 때 무대 아래 매트리스가 너무 탄력이 좋아 토스카의 몸이 다시 성벽 위로 튀어 올랐다는 웃지 못할 공연 사고 이야기가 오페라계의 고전적인 농담으로 전해집니다.
교회 종소리의 고증: 푸치니는 3막 서두에 나오는 로마의 새벽 종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직접 로마에 머물며 성 안젤로 성당 주변의 종소리 톤과 리듬을 채보하는 완벽주의를 보였습니다.
푸치니의 《토스카》는 단 하루(1800년 6월 17일 정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동안 로마에서 벌어진 긴박한 사건을 다룹니다. 사랑, 질투, 정치적 음모, 그리고 살인이 뒤섞인 영화 같은 줄거리입니다.
제1막: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탈옥한 정치범 안젤로티가 성당 안의 개인 기도실에 숨어듭니다. 이곳에서 벽화를 그리던 화가 카바라도시는 친구인 안젤로티를 발견하고 그를 숨겨주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카바라도시의 연인이자 유명 가수인 토스카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벽화 속 성모 마리아가 다른 여인(안젤로티의 누이)을 닮았다며 카바라도시를 거칠게 질투하지만, 카바라도시는 그녀를 달래어 보냅니다. 곧이어 로마의 잔인한 경시총감 스카르피아가 탈옥범을 쫓아 성당에 들이닥칩니다. 그는 카바라도시가 범인을 숨겨줬음을 직감하고, 남겨진 부채를 이용해 토스카의 질투심을 자극하며 그녀를 미행합니다.
제2막: 파르네제 궁전, 스카르피아의 집무실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체포해 안젤로티의 행방을 대라며 고문합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연인의 비명소리를 견디지 못한 토스카는 결국 안젤로티의 은신처를 자백하고 맙니다.
이때 나폴레옹 군대가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카바라도시는 "승리다!(Vittoria!)"를 외치며 환호하고, 분노한 스카르피아는 그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스카르피아는 절망한 토스카에게 음흉한 제안을 합니다. "당신의 몸을 준다면, 카바라도시를 가짜로 처형하고 살려주겠다." 토스카는 어쩔 수 없이 승낙하지만, 스카르피아가 통행증을 써주고 다가오는 순간 숨겨둔 칼로 그의 가슴을 찔러 살해합니다.
"이것이 토스카의 입맞춤이다!" (Questo è il bacio di Tosca!)
제3막: 성 안젤로 성당의 옥상
처형을 앞둔 카바라도시는 토스카를 그리워하며 마지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릅니다. 그때 토스카가 나타나 스카르피아를 죽였으며, 이번 처형은 가짜이니 총소리가 나면 죽은 척 쓰러지라고 말합니다.
드디어 총성이 울리고 카바라도시가 쓰러집니다. 병사들이 물러간 후 토스카는 기뻐하며 그에게 다가가지만, 카바라도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간악한 스카르피아가 죽기 전 내린 명령은 가짜가 아닌 실제 사형이었던 것입니다. 스카르피아의 시신이 발견되어 병사들이 자신을 잡으러 오자, 토스카는 절규하며 성벽 위로 올라가 외칩니다.
"스카르피아, 하느님 앞에서 만나자!"
말을 마친 그녀는 성벽 아래로 몸을 던지며 막이 내립니다.
오늘 감상하시는 "Recondita armonia" (오묘한 조화)는 오페라 《토스카》의 제1막 초반, 로마의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Sant'Andrea della Valle) 성당을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화가인 카바라도시(Cavaradossi)는 성당에서 성모 마리아 벽화를 그리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때 그는 자신이 그리는 성모 마리아의 모델이 된 이름 모를 여인(사실은 탈옥범 안젤로티의 누이인 아타반티 공작부인)의 초상과,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 토스카(Tosca)를 머릿속으로 비교하게 됩니다.
이 아리아는 '예술적 영감'과 '현실의 사랑' 사이의 신비로운 조화를 노래합니다.
대조되는 아름다움: 벽화 속 모델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신비로운 분위기인 반면, 실제 연인인 토스카는 검은 머리에 불타는 듯한 검은 눈을 가진 정열적인 여인입니다.
오묘한 조화: 카바라도시는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여인의 아름다움이 자신의 캔버스 위에서 예술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에 감탄합니다.
결론은 오직 사랑: 노래의 마지막에는 결국 예술적 모델보다 자신의 연인인 토스카를 향한 일편단심을 강조하며 끝을 맺습니다.
주요 가사 대목
"Recondita armonia di bellezze diverse!" (서로 다른 아름다움의 오묘한 조화여!)
"L'arte nel suo mistero, le diverse bellezze insiem confonde" (예술은 그 신비로움 속에서,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하나로 섞어 놓네)
"Ma nel ritrar costei, il mio solo pensiero, ah! il mio sol pensier sei tu, Tosca, sei tu!" (하지만 이 여인을 그리는 동안에도, 내 오직 하나의 생각은, 아! 내 유일한 생각은 바로 당신, 토스카, 당신뿐이라오!)
푸치니(Puccini)의 《토스카(Tosca)》는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의 정점으로, 극 전체가 쉼 없이 긴박하게 흘러가면서도 주옥같은 아리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1. Recondita armonia (오묘한 조화) - 제1막
오늘 감상하신 곡으로, 주인공 카바라도시(Cavaradossi)가 부르는 첫 아리아입니다.
내용: 벽화 속 모델의 금발과 연인 토스카의 흑발, 그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 예술 안에서 이루는 신비로운 조화를 찬양합니다.
특징: 감미롭고 서정적인 테너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2. Te Deum (테 데움 / 찬양하라 하느님) - 제1막 엔딩
성당 안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종교 음악과 악당 스카르피아(Scarpia)의 사악한 독백이 충돌하는 압도적인 장면입니다.
내용: 스카르피아가 카바라도시를 처형하고 토스카를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불태울 때, 배경으로는 성가대의 웅장한 찬송가가 흐릅니다.
특징: 성스러운 음악과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대비되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연출 중 하나로 꼽힙니다.
3. Vissi d'arte, vissi d'amore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 제2막
주인공 토스카(Tosca)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내용: 스카르피아에게 협박당하는 절망적인 순간, 토스카가 하늘을 원망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가사: "Vissi d'arte, vissi d'amore, non feci mai male ad anima viva!"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으며, 살아있는 영혼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건만!)
특징: 애절하면서도 당당한 품격이 느껴지는 곡으로, 수많은 소프라노들의 기량을 평가하는 척도가 됩니다.
4. 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건만) - 제3막
처형을 불과 한 시간 앞둔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비장한 아리아입니다.
내용: 새벽하늘의 별을 보며 토스카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다가올 죽음 앞에서 삶에 대한 강한 미련을 눈물로 노래합니다.
가사: "E muoio disperato!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 (나는 절망 속에 죽어가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이토록 삶을 사랑하건만!)
특징: 클라리넷의 애잔한 선율로 시작해 테너의 폭발적인 감정으로 이어지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슬픈 아리아 중 하나입니다.
오늘 낮 기온은 21°C까지 오른다고 합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천변을 걸으면, 나뭇가지 끝에 올라온 연둣빛 새순이 먼저 눈에 들어올 날씨입니다. 길가에 이름 모를 들풀이 올라왔는지 살피며 걷다 보면, 걸음이 조금 느려질 것 같습니다.
이런 날에는 Recondita armonia를 떠올립니다. 성당 안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던 그 선율처럼,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한 자리에 겹쳐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굽이치던 금강의 물줄기와 그 산의 풍경, 그리고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입니다.
풍경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의 시간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기억은 때로 풍경보다 강해서, 사라진 길 위에도 여전히 꽃을 피웁니다.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가 『Preface to Lyrical Ballads』(서정담시집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emotion recollected in tranquility”(고요 속에서 다시 떠올린 감정)이라는 순간과 같습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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