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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Oct 30. 2024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노래

한숨


어렸을 적 '축농증'이라는 병을 앓았다. 늘 한쪽 콧구멍은 막혀 있었고 두 쪽 다 막힐 때도 많았다. 코로 숨을 쉴 수 없으니 입으로 숨을 쉬어야 했는데 입으로 숨을 쉬면 입이 마르고 숨이 찼다. 그래서 생긴 버릇이 숨을 참았다가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뱉는 거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왜 복 나가게 한숨을 쉬냐며 핀잔을 주거나 무슨 일 있냐며 걱정했다. 한국 사회에선 한숨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 조심해야 했고 숨을 참아야 하는 날이 많아져 답답했다.



축농증은 다 나았지만 오랫동안 가져온 버릇은 그대로 남아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깊게 들이쉬고 내뱉는다. 나도 잘 몰랐는데 자주 숨을 참고 있었다. 주로 집중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랬다. 집에서 마음껏 한숨을 쉬면 그때마다 신랑은 왜 한숨을 쉬냐며 묻는다. 무슨 걱정이 있는 건지 자기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그도 한국 사람이라 한숨 쉬면 큰 일 나는 줄 안다. 



"한숨이 아니라 그냥 숨 쉬는 거야."







TV에서 우연히 듣고 눈물이 펑펑 나서 혼이 난 노래가 있다. 바로 김기태 가수님이 부른 '한숨'이다.(이하이 님이 원곡 자신데 이하이 님께 죄송하지만 솔직히 김기태 님이 부른 게 훨씬 좋다.)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후렴)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한숨> 가사



이 노래에서 말하는 한숨이 단순히 사전적 의미의 '근심이나 설움이 있을 때, 또는 긴장하였다가 안도할 때 길게 몰아서 내쉬는 숨'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괴로울 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 지쳤을 때 안아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한숨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어서 눈물이 났다. 숨을 참느라 힘들었던 시간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론 한숨 쉬면 큰일 나는 줄 아는 한국 사회에서 숨을 꾹꾹 참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그중엔 돌아가신 아빠와 신랑의 비중이 제일 컸다.




힘들면 힘들다고, 괴로우면 괴롭다고, 지금은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마음껏 한숨을 내뱉자! 그래도 된다. 남김없이 다 내뱉어야지 다시 숨을 쉴 수 있을 테니까.









김기태님이 부른 한숨


꼭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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