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극복할 용기!!
서재 소파에 앉아 필사책에서 필사할 문장을 찾던 둘째가 한 페이지의 문장을 읽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지금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야."
"뭔데?"
"용기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용기까지 필요해?"
"응... 조금."
책 모서리를 접어두는 아이를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3학년인 둘째는 2023년에 입학했다. 당시 마스크 의무화는 해제되었지만 학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의무는 해제되었어도 코로나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고 저학년이기도 하니 불편해도 당분간은 더 쓰고 다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 당분간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이후에 마스크를 벗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는 기사를 봤다. 그 이유의 절반은 '마스크를 벗는 게 어색해서'이고 다음으로는 '내 얼굴을 친구들이 보는 게 불편해서'라고 했다. 마스크 쓰고 생활하는 게 너무 불편했던 나는 의무화가 해제되자마자 마스크는 쳐다도 안 봤는데 그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았다.
둘째는 오늘 아침까지도 마스크를 하고 학교에 갔다. 1학년 땐 학생 대부분이 마스크를 하고 다녔고, 2학년 땐 반반 정도였고, 지금은 한 두 명 정도만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했다. 그 한 두 명에 둘째가 있는 것이다. 학교 갈 때만 마스크를 하고 그 외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2년 전에 본 기사의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집에 있던 마스크가 점점 줄어드니 둘째가 마스크를 사달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는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했고 둘째는 마스크를 꼭 써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왜 써야 되냐고 물으니
"친구들이 얼굴 보고 놀릴 것 같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마음이 바빠졌다. 평소 자존감이 높은 아이라고 여겼기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누가 놀린 적 있어?"
"아니."
"그럼, 친구가 다른 친구 놀리는 걸 봤어?"
"아니."
"그럼, 네가 친구 얼굴 보고 놀린 적 있어?"
"아니."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냥 그럴 거 같다고."
이때 안 사실은 밥 먹을 때도 마스크 살짝 들고 한 숟가락 먹은 후 다시 쓰고를 반복한다고 했다. 너무 속상했다. 내 눈엔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한데 왜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는지...
"넌 너무 잘생기고 귀엽고 사랑스러워."라고 설득하기도 하고 "더 이상 마스크 안 사줄 거야."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안 놀려."라고 안심시키기도 하고, 만약에 놀리면 "친구를 놀리는 건 잘못된 거야"라고 말하라고 알려주기도 했지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남아 있는 마스크까지만 쓰고, 이제 더 이상 마스크를 사주지 않겠다고 했다. 마스크 하나를 몇일씩 쓰던 아이도 이제 결전의 날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집에 데리고 온 친한 친구에게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보여주고 의견을 묻기도 했단다. 그 친구가 놀리는 친구 있으면 학폭으로 신고하라고 했다고.
용기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지금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아이의 마음을 너무 가볍게만 생각한 것 같아 미안했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던 아이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가져보길 간절히 응원하려 한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