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망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ng Jul 16. 2023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사노요코 <죽는게 뭐라고> 마음산책




예전에는 인생을 2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번 죽어도 다시 태어나고야 마는 영화를, 이야기를 나는 그래서 열광했던 것 같다. 후회스러운 일들을 바로 잡아갈 수 있는 것만큼 매혹적인 판타지가 또 있을까. 꽤 오랫동안 그런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나길 기다렸다. 우선 내가 한 번 죽어본 다음에야 그 기적을 맞이할 자격을 얻겠지만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지 않은 시간, 만나지 못할 기적을 기다리면서 지금 여기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허공에 두발이 동동 떠있는 채로 공중에 뿌리를 하염없이 드리우는 식물처럼.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사노 요코의 <죽는게 뭐라고>는 죽을 병을 가진 70대 여자 사노 요코가 죽음과 질병, 우정, 가족 그리고 삶을 말하는 책이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로 책을 연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궁금해한다. 그녀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돈'에 대해 새롭게 무서워하고 오랫동안 두근거릴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터질 듯한 타인의 젊음을 알아본다.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젊었을 적에는 "자연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라고 말한다.


초반의 글투만 보고 그녀가 타인은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인 것 같고, 그녀도 차갑게 보이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책 뒤로 갈수록 문장 하나하나에 시크함보다는 따뜻함이 범벅되다 못해 철철 넘쳐있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글은 슬픈 자조를 품고 있다. 기꺼이 부족함을 드러내며 타인에 대한 미안함과 뒤늦은 깨달음을 숨기지 않고 남긴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닿을수록 깊어지는 먼저 죽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녀는 그리움 위에 뿌리내린 사람 같기까지 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의 고백을 입속에서 굴려본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볼까. 나는 아직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니 아직 바로잡을 수 있다. 바로잡히지 않아도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사는게 뭐라고>의 10문장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은 사람이다.(11쪽)


- 일평생 돈을 얼마나 벌고 얼마나 썼는지를 생각해보니,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도 꺼림칙하고 무서웠다. 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을 필요 없고 취미로 일한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16쪽)


- 나도 질세라 두근거릴 일을 발굴하기로 마음먹었다.(30쪽)


- 나 역시 가장 소중한 건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40쪽)


- 나는 죽을 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72쪽)


- 나는 돈이 없을 때에도 돈을 잘 쓰는 게 자랑이다.(135쪽)


- 터질 듯한 젊음이 밀려온다.(137쪽)


- 자연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실패해서 찢어버리고 싶은 그림처럼 되는 법이 없다.(151쪽)


- 별안간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157쪽)


- 젊은 시절에는 자연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꽃이 필 무렵에만 눈을 빼앗겼다가 시들면 금방 잊어버렸다.(176쪽)


매거진의 이전글 리뷰 / 양다솔 <아무튼,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