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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Jun 21. 2022

똥파리와의 만남1 - 충북 단양군 영춘면

단양에서 만난 똥파리


 충북 단양으로 여행 갈 일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한 동생이 잠수 일을 하는데 위에서 정리를 해달라는 요청에 의한 업무 차 여행이었다. 평택에서 일하는 동안 마지막 며칠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8층까지 걸어 다니면서 출근하는 거야 운동 삼아 즐거운 일이었는데, 중간에 화장실 한 번 가려면 견딜 수 없을 만큼 눈치를 줬기 때문에 을의 서러움을 수 번 당해왔던 터였다. 거기에, 오미크론까지 걸려 일주일 갇혀 지내다 보니 배는 남산만 했고 하체는 부실했다. 그러다 힐링 여행 겸, 거제도로 내려가 낚시도 하고 등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웬걸! 거주지가 안정되지 않아 맛집에서 실컷 먹고 뱃살을 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낚시도 이틀 정도 하다 보니 역시, 입질 없는 바다를 원망하며 멍 때리길 수 번, 그러다 당근 마켓에 낚싯대를 모두 처분했다.

 

 이제 장승포 해안로를 따라 드론 촬영을 하다 드론이 조종기와 화면에서 탈출해버렸다. 3km 구간을 여러 번 왕복하며 원위치와 추락 위치를 뒤졌지만 결국 포기. DJI 본사에 자료를 보내고 나온 결과는 비 인위적이므로 기체를 무료 보상해준다는 거였다. 택배로 받을 주소를 충북 단양의 숙소로 정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남한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동생들이 저녁을 먹고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단양 영춘의 식당. 손님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지 않는 곳이란다.


 의자 없이 바닥에 앉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곳을 아무 말 없이 들어간 것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갑내기인 두 동생 중 하나는 아주 오랜만에 보는데 작은 체구에도 묵직하고 신중했지만 달리는 차 앞을 와 하고 달려들 기세로 위협하는 이해 못 할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 명은 거제도만 가면 만나는 동생으로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만난 후배의 친구였는데 싹싹하고 예의 발랐다. 바닥에 앉아 두루치기를 집어 먹고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거제에서 대구 코스트코를 거쳐 올라오는 스트레스가 반가운 두 동생의 환영식과 더불어 확 달아났다. TV엔 MBN 뉴스가 나왔다.


“우리 여사님들 윤서결 찍었네요!” 음식을 먹다 대뜸 내가 한 말이었다.


“맞아요! TV에 나오면 어찌 그리 이쁜지, 볼 때마다 귀여워 죽겠어요! 손님들도 경상도신데 어디서 오셨대요?”


“거제도에서 왔다 아입니까!” 동생이 대답했다.


“맞아요? 울 서결이 동생 거제도 갔는데 대구까지 선물로 주고 환영해 주어 어찌나 고맙던지!”


60이 넘어 보이는 세 할머니 모두 윤석열을 찍었는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저는 이재명이 뽑았어요. 미래를 위해서! 그런데 윤석열이 뭐가 그리 좋습니까? 거짓말 잘하고 세상 물정 모르고 죄 없는 사람들 모함해서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는 죄다 덮어줬는데요. 그것뿐입니까? 대통령 배신해, 자신의 상사인 장관에게 대들어. 마누라는 술집 창녀라고 외신에서 전해. 대체 뭐가 그리 좋습니까?”


“아니, 누가 그런 얘길 해요? 조국 범죄 밝혀 내는 거 봤잖아요! 이재명 대장동 도둑질한 것도 다 밝혔는데 뻔뻔한 이재명이 거짓말하고 있고!” 한 할머니가 자신에 찬 어조로 확신했다.


“맞습니다. 이번 대선은 모든 게 이재명 탓입니다. 전과 4범!”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묵직한 동생이 말했다.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며 ‘무슨 소리야?’하고 물었다. 그는 그놈의 전과 4범짜리 인간쓰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 졌다고 다시 한번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럼, 너 윤석열 찍었어?’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네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 됐으면 네 탓이지, 그게 왜 이재명 탓이야?”

“형님도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똥어준이 이동형이 방송 듣고 말하는 모양인데요, 그놈들이 우리 보고 똥파리라대요! 이번 선거는 그 놈들 때문에 진 겁니다!”

“하하하,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잘하는 게 남 탓이야! 그럼, 이낙연이 나갔으면 이겼을 것 같아?”

“그거야 모르죠”

“그건 모르겠는데 이재명은 무조건 싫어 윤석열을 찍었다는 거잖아! 이낙연이 대선에 나갔으면 정동영 꼴 났을 거야! 그러나 대선 후보 경쟁에서 패하고 이재명이 안도와 줬어? 도와줬잖아! 그런데 그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찍었으면서 무슨 이재명을 탓해? 뭐, 논리적이거나 이해되는 게 하나라도 있어?”


“저는 민주당 권리당원입니다. 이재명은 전과 4 범입니다. 저는 아직도 팽목항에서 비열한 눈물을 흘리던 이재명을 기억합니다. 저열한 음주운전엔 좋은 음주, 나쁜 음주가 없습니다. 대선 패배는 이재명 탓입니다”


 묵직한 동생의 단호한 언어는 국민의 힘 지지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똥파리들이 내세우는 확실한 뒷배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걸어두고 이낙연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거였다. 그러므로 그들이 국민의 힘과 다를 바 없는 언어와 논리를 구사하더라도 확실한 이재명에 대한 증오와 혐오 만을 근거로 윤석열을 지지한 것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트위트에서 끊임없이 차단하던 그들의 정체를 똥파리라고 이동형이 명명한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김어준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기억나지 않았다. 자신을 똥파리라고 고백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그 말을 직접 들으니 숨이 턱 막혔다.


 묵직한 동생이 진보 쪽 스피커들을 거짓말을 일삼는 하찮은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했고 대선의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렸다. 똥파리 쪽 스피커로 활약하던 팟캐스트가 ‘정치신세계, 뉴비씨’였다. 초창기 때 열심히 듣다가 도저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콘텐츠 부족 및 진행자들의 능력, 자질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그들의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이재명에 대한 증오는 정당하며 그 이면에 자신들은 정의롭고 도덕적으로 떳떳하다는 우월의식이 숨어 있었다면 팩트와 콘텐츠 면에서 이동형이 월등했으므로 자연스럽게 ‘정치신세계’와 거리가 멀어졌다.


 똥파리니 수박이니 하는 언어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 최근이었다. 아무에게나 붙어 정치생명을 이어가려는 자들을 일컫는 말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문재인과 이재명이 경선하던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을 지지하며 전통적인 민주당과 노무현, 문재인 지지자들을 혐오와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교회에 가면 통성 기도하듯, 멀쩡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울부짖으며 ‘주여! 주여!’하고 외치며 가슴을 치고 통곡하는 모습은 정상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신도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이재명 지지자들에게서 발견했던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후보와 대선 후보 토론이 진행되던 때, 상대 말을 자르고 억지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에 밥맛이 뚝 떨어질 만큼 정나미가 떨어지는 캐릭터여서 그에게서 마음이 떠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힘 부류를 상대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이번 대선이야말로 우리나라 역사에 획기적인 인물이 탄생하는 것에 열정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었다. 이재명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모두 이낙연을 지지하게 되었다는 사실들이 이동형을 비롯한 진보 쪽 창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자신들의 정체가 들킨 똥파리들의 전략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대문에 걸고 조직적으로 이낙연을 지지했다. 이낙연이 경선에 탈락하고 이재명 지지선언을 했음에도 그들이 간 곳은 윤석열 지지였다. 그런 똥파리를 자신이 똥파리라고 말하면서 내 앞에 있는 것이다.


 묵직한 동생은 전과 4범을 연신 들먹이며 ‘사회 운동하다가 얻은 전과’라며 괜찮다고 말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비웃었다. 국민의 힘이 증오와 혐오로 해서는 안될 갈라 치기 정치로 사회를 오염시킨다면 똥파리는 모든 영향력 있는 카페, 블로그, 유튜브에 침투한 트로이의 목마로 모든 것을 안에서 파괴했다. 그들에게 상식과 진실, 공정, 정의가 통할 리가 없었다. 오로지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는 얘기는 이낙연이어야만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겠거니와 이재명이 아니어도 적이 된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지선에서 패하자 조응천, 홍영표, 전해철, 김종민, 이원욱, 김해영, 신경민이 등장해 이재명 책임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일일이 좋아하던 사람들인데 대선과 총선 패배가 왜 이재명 탓인지, 그것도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다가 이구동성으로 남 탓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수박이란 용어가 똥파리들에게만 한정된 용어인 줄 알았다.


 우리는 앞으로 예고된 피곤한 싸움을 잠시 접고 각자 술을 한잔씩 들이킨 채 운전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 영춘면 맛집


 소백산 국립공원을 끼고 굽이굽이 흐르는 남한강 줄기 따라 경북 영주시, 충북 제천시, 강원도 영월을 나누는 교통의 중심지에서 먼 곳이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깊고 깊은 산맥 깊숙한 곳에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생소한 소백산이 흥미를 자극했는데 강가에 연개소문 세트장이 있었다. 그곳엔 온달동굴을 비롯한 온달전시관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소백산에서 내려온 분지가 형성된 강가에 소담스럽게 자리한 영춘면의 아침은 옅은 물안개와 함께, 도시에서 먼 고요한 적막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게다가 도담삼봉을 비롯한 단양 8경으로 유명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작업해야 하는 연장은 지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랐다. 역시 직접 보지 않고 주변 분위기를 예상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을 느끼며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즐겼다.


 4월 한 달은 거제도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은 이번 이동을 통해서 끝내고 잠수 작업이 끝나면 평택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었다. 간다 간다 하던 알제리 행은 LPG 차량 변환 키트 계약 수주로 대표가 알제리로 떠났고 곧 계약 관련 한국 본사와 영상통화가 이뤄질 계획이었다. 그때가 월말이었으니 모든 게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이렇게 봄의 기운을 마음껏 느낄 여유를 가지는 것이 즐거웠다.


 우리가 할 일은 댐이나 보 등으로 인해 차단된 회귀성 어류들이 강물을 따라 올라가게끔 언저리에 설치하는 계단식 길로, 그 아래 큰 공간이 생겨 물길을 차단하고 시멘트 작업을 하여 어도가 무너지지 않게끔 보강하는 작업이었다. 동네 어르신 인부 두 분이 근처에 준비한 물막이 1톤 백을 이동시켜 25톤짜리 KATO 크레인에 연결하면 수신호로 받아서 수중 잠수부들에게 전달하면 강 바닥을 채워 강물을 막는다는 플랜이었다. 아무리 들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언어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던 터라 작업하다 보면 금방 이해할 터였다.


 동네 어른들 얼굴엔 순박한 시골 노인의 정감 있는 미소가 넘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투리가 강원도 같아 강원도에서 오셨냐고 여쭸더니, “여기 말씨가 다 이래요! 선생들은 어디서 오셨대요?” 하고 물었다. 악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박한 미소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묵직한 동생이 파라솔과 의자를 준비해서 휴식을 취할 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파라솔을 주워 설치하고 잠수복을 말릴 빨래 널이도 준비하자 아무것도 없던 곳에 제법 공사 티가 났다.

묵직한 동생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웃었다.



 산업 잠수에 관심이 많았다. 대우조선해양의 INPEX ICHTHYS 프로젝트 때, 사이트 매니저 키스 건으로부터 스킬에 맞는 전문 잠수부를 소개해달라는 오더를 받은 적이 있어, 영어로 보고서 작성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구하다 제2 외인 공수연대 출신이 이란 출신의 담당 매니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인펙스에서 요구했던 스킬에 미치지 못했던 탓에 탈락했지만 그의 요구는 명확했다. 자신이 월 800을 버는데 도대체 얼마를 주길래 자신을 불러 인터뷰를 보게 했느냐고 질책하듯이 따졌다. 고작 2, 3시간의 작업 성과로 그가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일당과 대우를 받게 될 디테일을 말하지 않았던 기억을 상기하며 묵직한 동생이 나를 아느냐는 질문에 ‘멋진 사람 아니면 몰라!’라고 대답했던 그와의 인연에 대해 얘기했었다.


 06시 30분,

우리는 어제저녁을 먹었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닥에 앉는 식당을 극도로 싫어하는 탓에 들어가기 싫었지만 간편한 슬리퍼 차림이었고 이 시간에 식사하는 곳이 이곳밖에 없었다. 어제 미리 예약을 했던 탓에 상이 차려진 곳에 앉았다.


“거긴 다른 사람들 예약된 자립니다. 다른데 앉으세요. 내가 뭐, 아저씨들 밥 챙겨 주려고 아침부터 일하는 줄 알아요?”


 우리는 아침부터 빡쳤다. 동생이 어제저녁에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저런다고 말했다. 아무 말없이 밖으로 나와 옆집으로 이동했다. 간단한 뷔페를 한다는 옆집, 영춘 맛집이란 간판을 달고 있었다. 7시부터 문을 연다던 이곳도 들어가자 곧 식사를 차려주었다. 대여섯 살은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있는 젊은 여자와 그 어머니로 보이는 둘이 운영하는 식당은 다행히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시원한 무 국에 밥 말아먹는데 찬도 정갈하게 맛난 아침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좀 풀렸다. 현장에서 잡부 일을 하던 동네 아저씨들이 소개한 점심을 먹는 식당도 맛이 상당했는데, 음식을 즐길 줄은 알았어도 맛에 탄복하는 일이 최근 여러 번 있었다. 다양한 식당을 경험하는 것이 혹시 다음에 다시 올 기회를 노려도 괜찮을 듯했다. 영춘면, 조그만 마을의 식당의 음식들이 썩 마음에 들었다. 저녁에 술 한잔에 곁들일 주 요리는 물론, 덕분에 직접 담근 김치에 온갖 정성이 들어간 밥을 먹는 일은 즐거웠다.


시집간 딸이 손주를 데려와 같이 일하는 영춘 맛집이 맛깔났다.
항상 먹던 밥과 찬인데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푸짐하고 편안했다.


 현장의 일은 단순했지만 두 동생이 교대로 들어가서 작업을 하다가 평택으로 떠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둘이 같이 들어가서 작업했다. 깊지 않은 곳이었지만 보에서 쏟아지는 물살이 거셌기 때문에 설치해둔 로프를 잡고 간간히 작업했다.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톤백이 잠수하는 동생들 머리 위를 선회해서 크레인 기사에게 주의를 요구하고 그쪽으로 이동했지만 수신호에 비해 크레인이 늦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성질을 부렸다. 묵직한 동생이 ‘일일이 시켜야 하느냐’며 갑질을 시전하고 잠수부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잠수사는 청소부와 같은 하찮은 직업군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50여만 원 일당을 받는 모양이었다. 위에서 정리하고 수신호 하는 잡부에게 20여만 원을 주는 것을 보니 조선소 잠수사들보다 일반 잠수사가 많이 받는 모양이었다.


 요란하던 물소리가 익숙해지고 어도 아래 빈 공간을 콘크리트로 보강해서 채울 준비를 거의 끝나고 나는 평택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묵직한 동생은 내 얼굴을 바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화가 났고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관계를 끊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동생의 언행은 이미 돌아올 다리를 불 지른 후였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개딸’이라 부르다가 결국 소심한 목소리로 ‘찢빠’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도 당원도 아니었다. 개딸은 커녕 어디에 속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냥 개인인 자신일 뿐이었다.


 이회창보다 노무현이 나았고 이명박근혜보다 문재인이 나았고 윤석열보다 남들에게 짓밟히고 유린당한 이재명이 나았기 때문에 일반 상식을 가지고 말하는 거였다. 밝은 동생은 옆에서 다 들었지만 영문을 몰랐다. 똥파리가 뭔지, 수박이 뭔지 몰랐던 그에게 설명을 하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중간에 말을 자르고 단 한마디 말, ‘전과 4범’이란 말로 대화의 의지를 꺾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누군가는 바보 소리 들으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요량이라 예상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화를 내는 성격이 아니다. 가급적 대화로 풀려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속에 분노가 많아도 성질을 부리기보다 원인을 파악하고 대화로써 해결을 하려는 성향이 강했으므로 증오와 혐오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손이 많이 가는 사람으로 통했다. 어쩌면 그런 것이 상대에게 약점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것은 천성이었다. 천성을 바꾸기 힘들겠지만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만큼 좋을 것이란 생각, 나만큼 상식적이고 상대를 존중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전히 착각이란 것이었다.


왼쪽이 물고기 도로인 어도, 물살을 약하게 하려고 톤백을 쌓아둔 보의 물줄기가 세다.
영산강 화로구이도 굉장한 맛집이었다.
반찬에서 요리사의 실력이 느껴진다.


 이번 대선은 수박들과 똥파리들의 적극적인 윤석열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나 다른 후보와 단일화 없이 스스로 0.73% 아깝게 패한 선거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혐오와 증오, 날조와 조작, 불공정과 몰상식, 무속과 혼돈이 유례없이 강했던 선거였다. 집한 채 없이 가난한 노동자가 언제나 지배자였던 범죄의 정점에 있는 자를 지지했고 자신 곁에서 같은 궤적의 삶을 걸어온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경멸의 언어로 원수를 만드는 세상이다. 심지어 공정과 정의의 편에 서야 할 검찰이 사실은 국민의힘 편이라고 커밍아웃까지 한 마당이니 그런 자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세상, 상식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우리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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