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벙커에 사는 남자 이야기 #7
첫 경험은 늘 강렬하다
60000 EURO!!!!
60000 EURO!!!!
60000 EURO!!!!
60000 EURO!!!!
경험이 많은 듯, 돈도 많은 듯 아주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리는 서로가 몹시 놀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주 보고 웃으면서 '나가리?' '응, 나가리' 같은 내용의 짧은 대화를 하고, 공부할 겸 없어 보이기 싫었는지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그냥 청소해주고 깨진 바닥과 벽을 다시 발라주는 비용이 6만 유로다. 진짜 준비는 그때부터 시작일 텐데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것이 '돈'에 관련된 경험이 아니고 '세상'에 대한 충격적인 경험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6만 유로라는 말을 듣게 된 순간부터 질문할수록 알게 되는 복잡한 내용들, 두려운 계약 과정들...
마클러(Makler, 부동산 중계인)와의 대화 내내 머릿속에 넘치는 이야기들은 '내가 그만한 돈이 있나?''뭐가 이리 비싸!'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의 것들이 아니었다. 나는 마치 잠깐 정신을 잃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지가 다 큰 줄 알았던 중학생이 무슨 이유로 세상에 홀로 던져진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무서운 어떤 아저씨를 만나 세상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또 얼마나 무섭고 냉정한지 듣게 되는 장면 같았다.
나름 꽤나 거친 땅에 굴러먹었다고 생각한, 세상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던 30대 중반의 소년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새로 만난 세상에서 일어날 새로운 도전에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