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벙커에 사는 남자 이야기 #6

첫 경험

by 인간계 연구소

쇠네버엌 구청사(Rathaus Schöneberg) 앞이면 베를리너들에게 나름 핫플레이스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지역은 아니지만 작은 골목마다 이쁜 카페나 레스토랑이라든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 홍대가 DJ 클럽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대중적인 지역이 되기 전, 소소하게 재미있었던 느낌이 간간히 느껴지는 그런 동네다.


그런 동네에 지하철역(U-Bahnhof Rathaus Schöneberg) 바로 건너편 건물!!

그 건물에 지상 1층!!

너무 좋찮아!!


아내와 나는 부동산 아저씨(Makler)를 따라 건물 앞에 다다랐다. 창문을 통해 얼핏 보기에 탁 트인 공간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 열지 않은 듯한, 키 보다 훨씬 높고 웅장하기까지 한 철문이 열리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냄새는 눈보다 빠르다고 했던가...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코를 쏘는 화학 약품 냄새였다. 중계인 아저씨 말로는 이곳이 큰 세탁소였단다. 세탁소라기보다 세탁공장(?) 정도 됐었나 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세탁을 위해 뭔가 무지 쎈 화학약품이 필요한가 보다.


일단 강렬한 첫인사를 뒤로하고 천천히 공간을 보기 시작했다. 전체 평수도 좋고 구조도 좋았다. 천장도 높고. 문이나 기둥 위치까지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냄새만큼이나 강렬한 공간의 상태가 문제였다. 아직도 예전에 쓰던 집기나 쓰레기들이 많았고 철근, 석고보드 같은 폐자재들도 널려 있었다. 무엇보다 타일을 뜯어낸 것 같은 바닥과 벽이 너무 암담한 상태였다. 곰팡이인지 그냥 더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썩어 있었다고 하는 게 정확하다.


우리 둘 다 큰 공간을 임차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우리가 이 공간을 선택한다면 다음 과정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일단 물어봐야지. 혹시 모르잖아 집주인이 웬만한 상태로 만들어서 임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든지 뭐 그런...


"공간이 맘에 드는데 기초공사나 청소비용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물론 독일어로 물었다.


그리고 중계인 아저씨의 대답은 다음 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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