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이로소이다. 일곱 번째 이야기
제니와 마스팍 덕분에 꿈이란 연하의 냐옹이 남편을 만난 지도 수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꿈이가 나를 항상 졸졸 따라다니는 게 처음엔 귀찮고 짜증도 났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거 같았다. 나름 꿈이에게 하는 하악질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서로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배경을 인정해 주었고, 각자 다른 냥이부모의 가정환경에서 만난 다른 점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조율해 가며 그렇게 서서히 부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꿈이가 이제는 싫지 만은 않다. 항상 내 곁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낮잠을 잘 때면 내 곁에 와서 나를 지켜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이와 나 사이에 아깽이를 가지게 되었다. 서서히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였고 마스터팍과 제니는 기뻐하며 나를 더욱더 조심히 보살피기 시작하였다.
출산날이 다가오며 마스터팍과 제니는 내 곁에서 불침번을 서듯이 잠을 교대로 번갈아 가며 나를 지켜주었다. 한 번은 일을 마치고 돌아온 마스터팍이 너무 피곤한 나머지 깜빡 내 곁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것을 발견한 제니가 엄청 뭐라고 했다. 마스터팍은 쩔쩔대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제니는 멈추질 않았다. 나에겐 그 세상 누구보다도 따뜻한 엄마인데 마스터팍에겐 아닌 거 같다. 마스터팍은 제니가 화가 나면 그녀가 그렇게 무서운가 보다.
어쨌든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루이틀 지내다 보니 어느새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 소리를 꽥하고 질러댔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마스터팍과 제니는 당황해하면서도 나의 곁에 끝까지 있어 주었다. 마스터팍은 자연스럽게 소독된 가위와 실도 미리 준비해 놓았으며 나의 출산을 도왔다. 내가 출산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처음 보는 상황에 많이 당황해하던 제니와 다르게 탯줄을 자른 경험이 한 번도 없을 텐데도 신기하게 마스터팍은 마치 수의사가 된 것 마냥 아주 자연스럽고 전문가처럼 능숙하게 실로 탯줄을 묶고 소독된 가위로 탯줄을 잘랐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마스터팍은 의외로 제니와 달리 평소 우리가 보아왔던 어리바리 한 모습과 달리 아주 능숙하게 나를 잘 보살폈다.
그렇게 나는 3마리의 아깽이를 보게 되었다. 마스터팍과 제니는 우리 아깽이의 이름을 치유, 사랑이 소중이로 지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치유와 사랑이가 급격히 기운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소중이와 다르게 젖을 빠는 힘이 조금씩 약해지자 나는 그들이 많이 걱정이 되었고 불안했다. 최선을 다해 아깽이들을 돌봐야 하지만 갓 출산을 한 나는 움직 일 기운조차도 없었다. 제니와 마스터팍도 계속 불침번을 서며 나와 아깽이들을 보살폈다. 그들은 우유 넣을 주사기와 냥이 전용 우유를 구하러 다니며 아깽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지만 결국 치유와 사랑이는 며칠 만에 우리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제니와 마스터팍이 엉엉 울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 정말 소중하게 치유와 사랑이를 보살폈다. 그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깽이들과의 예상치 못한 헤어짐에 상처와 충격이 정말 컸던 거 같다. 나 또한 아이들을 보낸 마음에 가슴이 무척 아팠지만 일단 제나와 마스터팍을 먼저 달래주고 싶었다. 나의 집사가 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울고 있는 제니 곁에 다가가 눈빛을 주었다. 그만 울어도 된다고... 나는 괜찮다고... 때론 운명처럼 이러한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기도 하여야 한다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예상치 못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반복될 텐데... 마음을 단단히 가지며 살아야 된다고 제니와 마스터팍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며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치유와 사랑이가 짧은 인연이었던 운명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짧은 냐옹이 인생주제에 이일 저일 정말 누구보다도 많은 일들을 겪어 온 인생이어서 나 스스로의 앞날도 걱정이 많이 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제니와 마스터팍을 만나서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말해주며 슬퍼하는 그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들을 지극히 바라보며 나의 파랗고 구슬 같은 눈빛으로 그들에게 계속 나의 마음을 전달하였다... 우리에겐 소중이가 남아 있으니 소중이를 아끼며 잘 키워보자고...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제니와 마스터팍은 소중이의 이름을 치유와 사랑이를 평생기억하기 위해 각자의 이름 약자를 하나씩 딴 유랑으로 바꿨다.
치유와 사랑이는 버나비 마운틴에 저 멀리 다운타운까지 바라보이는 경치가 좋고 봄에는 화사한 벚꽃이 피는 나무아래에 잠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치유와 사랑이가 잠든 자리에 며칠 뒤에 예쁜 꽃이 피어있었다. 치유와 사랑이가 나의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고 있듯이 제니와 마스터팍 가슴에도 비록 짧은 시간의 새 가족이었지만 소중히 항상 늘 그들의 곁에 있음을 느꼈다.
그렇다. 만남이 있으면 늘 헤어짐도 있게 마련이다. 만날 때는 모르지만 헤어짐은 늘 항상 슬플 따름이다. 그게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사이든... 내가 페루에서 신부님과 헤어졌을 때 이별에 대해서 난 매우 당황하며 놀라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 제니와 마스터팍처럼 이민자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원해서 타국에 왔지만 그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의 헤어짐이라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이민자로서 언어장벽과 서로 다른 문화를 극복하고 살면서 어쩌면 고국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곳에서 힘들어도 스스로 극복하여야 하고, 소중함의 헤어짐에 대한 슬픔도 그들 스스로 참으며 사는 것이 이민자의 삶이라고...
다행히 요즘엔 기술이 발전하여 예전처럼 국제전화카드를 사서 전화를 걸거나 한국에 국제 우편을 보내서 소식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제니와 마스터팍이 종종 가족과 휴대폰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영상통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 덕분에 나도 그들 부모님들을 멀리서 나마 영상으로 만나기도 하였다. 그렇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이민자들은 스마트폰으로 헤어짐에 대한 위로를 그나마 어느 정도 달래지 않을까?...
제니가 마스터팍에게 말한다. 자기는 공항에서 캐나다에 방문한 부모님과 헤어질 때 그렇게 슬프고 조금 더 부모님에게 잘해주지 못한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그래서인지 부모님과 공항에서 헤어질 때면 항상 바로 발길을 집으로 향하지 못하고 공항 근처의 공원에 가서 한국비행기를 찾고 바라보며 엉엉 우는 것을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나중에 정말 제대로 캐나다에서 경제적으로도 자리 잡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꼭 성공해서 다시 부모님이 계시는 한국으로 금의환향하듯이 돌아가고 싶다고...
인생이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으로써 그들 관계에서 행복하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내가 처음 페루 성당에서 알지 못한 새 가족을 만났을 때...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상처들... 그 후 신부님과의 재회... 제니와 미스터팍과의 또 다른 캐나다에서의 새로운 만남... 그들과 언제 어떻게 내가 또다시 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들과의 헤어짐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진심으로 예뻐해 주고 사랑해 주는 그들에게 나 또한 나중에 헤어질 수도 있다는 전제조건을 가지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그들에게는 너무 미안하단 생각이 든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생각을 하며 걱정을 하며 살고 싶지 않다.
마스터팍도 치유와 사랑이를 떠나보내며 많이 힘들어하며 울었지만 이제 그도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헤어짐의 상처가 아물며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가끔씩 태권도장에서 퇴근을 해서 제니와의 저녁 식사 중에 그렇게 잘해주고 신경 써주며 최선을 다해 지도했던 학생들이 갑자기 그만둘 때 혹시 자기가 잘못 가르쳐서 그만둔 게 아니냐고... 조금 더 열심히 지도해야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온갖 생각과 걱정을 하며 학생들에게 정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도 하루아침에 그들이 원하면 칼로 무 자르듯이 언제든지 그만두고 사라진 학생들과 부모님들 때문에 배신감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그에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캐나다 사회에서 한국사람들이 가지는 정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겉으로 보면 정말 친절한 캐네디언들의 행동은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행동일까? 그들에게 인관관계에서 정이라는 것은 어떤 개념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의 여러 만남이 있듯이 여러 헤어짐도 있을 거니 그것에 대한 상처를 받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마스터팍에게 말해주고 싶다. 물론 그가 항상 정을 많이 줘서 헤어질 때 아쉬워하고 마음 아파하는 건 알겠지만 인생이란 그냥 다 그런 거라고...
마스터팍은 가끔 정을 많이 주고 정말 잘해주었던 학생들의 부모님이 멤버십의 정책을 무시하며 말도 안 되는 요구들을 했을 때 그로 인한 상처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마스터팍은 자기가 그들에게 항상 웃고 잘 대해주고 그들이 요구할 때 항상 "Yes"라고 대답만 했다고 한다. 도장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원생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마스터팍은 그들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주려고 하여서 모든 게 괜찮다고 하며 심지여 예스맨이라는 별칭 붙기도 했단다. 정말 인간들은 이기적인 거 같다. 남의 입장이나 상황을 생각하는 것보다 본인들의 이득만 생각하는 동물들... 마스터팍이 어쩔 수 없이 항상 "Yes"라고 대답한 행동 때문에 이제는 정말 그를 만만히 대하는 거 같다며 제니에게 한탄을 하고 있다. 세상엔 상대방에게 웃으며 잘 대해주면 그것을 오히려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다.
마스터팍에게 이제 그만 그런 걸로 마음에 상처를 받지 말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누구든지 나도 그렇고 마스터팍도 그렇고 본인의 이득을 먼저 생각하는 게 어쩌면 인간이나 고양이나 자연스러운 거라고... 사람이든 고양이든 각자 다들 본인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 대한 기준과 판단이 다르니 그것을 본인 기준에서 보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냥 그들의 삶 자체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물 흐르듯이 가만히 놓아두라고...
마스터팍은 아직도 그것을 모르는 거 같다. 그가 정말 진심을 다해 관원생들을 지도하면 그들이 정말 오랫동안 마스터팍에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는 거 같다. 그들에게도 뭔가 이득이 있으니 캐나다에서 태권도장을 다니는 것이고, 또한 그들이 태권도를 평생 죽을 때까지 하려는 학생도 없다는 사실을 정령 그는 모르는 것일까?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듯이 학생이 그만두면 언젠가 새로운 관원생이 들어오면서 헤어짐과 만남이 반복될 것인데... 도장에 꾸준히 계속 수련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만두는 학생도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음을 마스터팍이 받아들였으면 한다.
나는 마스터팍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헤어짐으로 받는 상처에 대해 조금이나마 단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