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경쟁

나는 희망이로소이다. 여덟 번째 이야기

by Damian


유랑이가 태어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유랑이가 태어난 11월 17일 날짜에 맞추어 마스터팍과 제니는 분주하게 유랑이 생일을 준비한다고 난리이다. 생일날 고양이 통조림 생일케이크에 숫자 1 모양의 초를 꽂고 생일파티를 시작하였다. 건강하게 어느새 부쩍 자란 유랑이를 보니 이제 어느 정도는 마음이 놓인다. 유랑이가 어렸을 때 마스터팍과 제니, 꿈 그리고 나... 모두 다 합심하여 소중히 보살핀 아이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유랑이에게 젖도 늦게까지 먹이기도 하였다. 하루는 제니가 유랑이에게 본인 몸이 나보다도 더 큰데 아직도 엄마 우유를 먹고 있나고 뭐라고 구시렁 대기도 하였다. 맞는 말이긴 하였다. 지금은 유랑이가 나보다 덩치가 더 크지만 아직도 가끔씩 아기냥이처럼 나의 젖을 찾는다. 나의 품이 따스하고 나의 향기가 그리워서인지 나의 곁을 계속 파고드는 거 같다.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고 나만의 향기가 나고 솜털 같이 부드럽고 이불 같이 따뜻한 내 털 옷 속으로 오늘도 유량이는 파고든다. 나의 곁을 항상 찾아오는 유랑이가 덩치는 이제 나보다 커졌지만 아직도 나에겐 아기 같다.




유랑이의 덩치가 조금씩 커지면서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유랑이가 꿈이 아빠에게 도전을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가끔 꿈이와 장난을 치다 유랑이가 선을 넘을 때면 꿈이가 따끔하게 혼을 내준다. 유랑이는 자기의 덩치가 아빠만 해지니깐 마치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무턱대고 달려들기도 한다. 마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거 같은...


유랑이의 행동이 꼭 마스터팍과 같다. 마스터팍도 처음 캐나다에 도장을 오픈했을 때 그의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마치 그가 태권도 고수이며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하지만 늘 어디에서나 자기보다 더 많이 알고 더 강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 갔다고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 마스터팍도 초기엔 요란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본인 스스로를 깨달음으로써 서서히 성숙해지고 조용해지는 것 같다.


쓸데없이 넘치는 자신감은 독이 될 수도 있는 거 같다. 이민자 사회도 그런 거 같다. 다른 이민자보다 조금 일찍 온 사람은 자기보다 늦게 온 이민자들에게 마치 캐나다의 생활을 다 아는 듯이 요란하게 나대며 그들을 가르치려 한다. 마치 자기들이 잘난 거 같은 착각을 하면서 또 그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하는 행동들이 보인다. 물론 다 그러는 게 아니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렇다. 또한 그런 자신감을 이용하여 본인의 이득을 챙기려 하는 일이 이민자사회에서도 있다. 하지만 사과 상자 안의 하나의 썩은 사과가 전체 사과를 썩게 만드는 것처럼 캐나다에서의 이민자 사회에서도 가끔 상한 사과 한두 개가 담아 있는 사과상자와 같이 한 번씩 큰 이슈로 번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이민자들 사이에 같은 한국사람을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도는 것 같다.


아무리 유랑이가 꿈이에게 대들어도 아직 애기는 애기다. 아무리 자기는 성숙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정말 참 어리숙했던 시절이 있듯이... 마스터팍도 처음 도장을 오픈했을 때 참 어리숙했던 거 같다. 도장을 운영하며 서서히 시간이 지나가면서 마스터팍은 어린 시절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이민자로서의 삶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숙해지는 듯 보였다. 마치 유랑이가 이런 과정을 겪고 지나가는 것과 같이...




굳이 아빠에게 경쟁을 하며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 모습을 보니 마스터팍이 어느 날 퇴근을 하며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도장을 처음 오픈했을 때 몇몇의 사람들이 마스터팍의 도장을 염탐하러 왔다는 이야기.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서로 같이 손을 잡고 나아가면 힘든 길을 조금이나마 서로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마스터팍이 어디 어디 도장 운영자들이 그리고 비슷한 업종에서 사보타주를 하려고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기도 하였고, 도장 근처에 찾아와 학부모들에게 마스터팍이 이상한 사람이고 그가 운영하는 도장이 이상한 도장이고 사기꾼이라는 말을 퍼트리고 가는 일들이 초창기에 종종 있었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의 건전한 방향의 경쟁은 좋지만 마스터팍이 겪었던 일들은 그냥 시기 질투나 남이 잘되는 꼴을 보기 싫어하고 남의 불행으로써 본인의 행복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싶다.


같은 업종 태권도장끼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 비방, 시기, 질투... 참 안타깝다. 하물며 마스터팍이 퇴근하여 저녁을 먹으며 제니와 하는 이야기를 엿들어 보면 수업시간에 학생들끼리도 그렇게 서로 경쟁을 한다고 한다. 마스터팍이 무도는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서 개인의 수련을 하는 것이고 옆에 있는 사람, 타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에만 집중해서 수업을 하라고 그렇게 여러 번 말하지만 몇몇 수련생들은 대놓고 남을 신경 쓰며 경쟁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였다.


가끔씩 마스터팍이 퇴근하며 가장 열받아오는 게 가끔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이 언제 승급을 하고 언제 단심사를 보냐고 하며 친구 아들은 무슨 띠인데 아직 자기 아들은 친구 아들보다 낮은 급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자기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려고 휘두르는 부모들을 보는 거라고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그렇게 빨리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게 좋은 건가? 잘 알지도 못하는데... 빨리 올라가는 것보다 제대로 배우며 준비가 됐을 때 차근차근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게 좋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한 두 달 다른 사람보다 먼저 다음 레벨로 올라가면 자기 자식이 다른 자식보다 더 우월하다는 대리만족을 부모의 입장으로써 받을 수 있는 걸까? 유난히 한국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이 많이 그런다고 마스터팍은 말한다. 중국사회는 잘 모르겠지만 마스터팍과 제니에게 들은 말로는 한국의 사회가 모든지 서로 경쟁을 도모하며 경쟁을 부 축이는 사회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그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 사회라고...




이러한 경쟁 구도의 사회가 정말 가치가 있을까? 나에겐 정말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느 날 낮잠을 자다 이런 말을 들었다. Try not to be the best one, try to be the only one. 성공하려면 모두 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방향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무모한 것이고 자신만의 고유의 방향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졸다가 들었던 이 말을 한국사람들에게 꼭 전달해주고 싶다. 한번 사는 인생 굳이 피곤하게 살면서 남들과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경쟁을 하며 살면 인생에 뭐가 남을 거 같냐고. 자기가 빨리 달리면 분명히 자기보다 더 빠르게 뛰는 사람도 있을 텐데...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인간은 그들 삶 속에서 과연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는 있을까? 부? 명예?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 그들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어떠한 부분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살아갈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나의 가치는 잠이 오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인간들에게도 집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인간들에게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으며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다 다르겠지만 어느 부분이 인생에 소중하고 혹시 나중에 죽어서라도 후회하지 않을 부분은 어떤 거냐? 고 묻고 싶다. 적어도 냥이들 사회에서는 남을 망가트리는 경쟁은 하지도 않으며 인간들처럼 탐욕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진 않는다고... 냥이들은 그냥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갈 뿐이다. 인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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