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이로소이다. 아홉 번째 이야기
페루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지도 이제 곧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처음엔 영어를 못 알아들었고 대충 눈치껏 대화를 알아들은 척하였지만 이제 서서히 사람들이 하는 영어도 귀에 익숙해졌고 곧 잘 알아듣게 되었다. 누구는 캐나다에 온 지 단 몇 개월 만에 원어민처럼 귀가 뚫리고 입이 트였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기가 영어를 학습해 온 방법이 마치 정답이듯 그들만의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하면 성공한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론이 맞다면 세상에 영어를 못하는 고양이와 사람이 어디 있을까?라는 것이다. 고양이들의 성격이나 성향이 다 다르듯이 인간들도 다 다른데 영어 공부방법도 각자의 성향에 맞춰서 개개인의 페이스에 맞춰서 습득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에게 영어는 충분한 시간을 거치며 나만의 속도로 맞춰가며 하나하나씩 차근히 배워 나가야 하는 언어였다.
언어도 그렇고 이곳에서 나는 서서히 적응을 잘해 나갔다. 머나먼 페루에서 온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평화롭고 조용한 날의 연속이었다. 이런 와중에 배가 불렀는지 아님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어버렸는지 마스터팍은 이러한 캐나다가 정말 지루하고 심심한 나라라고 비판질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캐나다가 꽃으로 비유하면 이쁘고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는 조화 같은 꽃의 나라고 한국을 꽃에 비유하면 거칠고 험한 곳에서 자라는 야생화 같은 나라라고 자주 말을 한다. 그는 야생화가 좋단다. 캐나다는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나는 나라라고 말을 하면서... 제니는 캐나다가 대본이 잘 짜인, 스토리와 결말이 뻔한 연극이라면 한국은 정말 매일매일이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나라라고 한다. 무슨 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한 치 앞도 예상을 할 수 없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나라 같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이 더 재미있기는 하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페루와 캐나다의 삶의 차이점이 그들이 말하는 한국과 캐나다의 삶의 차이처럼...
목적지를 향해서 항해하는 배가 항상 잔잔한 바다만 항해할 수 없듯이 캐나다에서의 잔잔한 생활에 마스터팍과 제니에게 갑자기 큰 파도가 들여 닥쳤다. 아니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들이닥쳤다.
그렇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항상 조용하고 고요한 나라인 캐나다에서도 2020년 팬데믹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마스터팍과 제니가 한국의 뉴스를 보며 호들갑을 떤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캐나다로 대피시켜서 모셔 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한다. 캐나다에도 코로나가 곧 발생할 것이라는 촉이 있었는지 나름 발이 빠른 마스터팍은 인터넷으로 힘들게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주문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가 다른 이곳은 마스크를 쓰면 무슨 바이러스가 있는 중환자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초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하여서인지 백인 캐네디언들에게 아시아계 사람들이 묻지 마 폭력을 당하는 인종차별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밴델리즘이 끊이질 않았다.
이렇듯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위기에서 이성을 잃은 인간들은 각자 자기들의 생각에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했으며 사회는 극심하게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다. 팬데믹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에서 오는 갈등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이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처음에 마스크를 쓰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보건부에서 말하며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읽기도 하였다. 반면에 캐나다에 사는 아시아계 사람들은 마스크를 꼭 쓰고 다녔고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이 되어서 그런지 코로나로 인한 동양인 혐오 인종차별은 점점 캐나다에서도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인간들은 가끔씩 편 가르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피부색, 인종, 언어,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는 거 같다. 우리 고양이들은 서로의 생김새가 다르거나 문화가 달라도 그냥 있는 그대로 고양이로써 서로를 존중해 준다. 인간들이란 참...
코로나가 캐나다에서도 점점 심해지자 마스터팍은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땅덩어리는 한국보다 훨씬 크고 인구밀도도 정말 낮은데 한국과 달리 너무나도 급격하게 코로나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면서 걱정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터팍이 정말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캐나다 정부에서 체육시설을 모두 닫으라고 하였고 밖에는 사람 하나 돌아다니질 않았다. 임대료가 비싼 밴쿠버는 거의 모든 상점들이 폐업을 하거나 문을 닫았다. 특히 임대료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다운타운은 지역은 재난영화에서처럼 급격히 황량해져 갔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이 유령도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마스터팍이 제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 앞에서 현재 상황이 너무 힘들고 지쳤는지 울기 시작한다. 그는 캐나다에서 취업비자로 일을 시작하며 영주권을 받고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고,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해지나 싶더니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팬데믹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게 정말 나약한 존재가 되며 그의 젊음과 열정을 다 바친 태권도장의 존폐위기를 하루아침에 겪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고 한다. 그 누구보다 타국에서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에 대한 대가가 코로나로 인해서 확 나자빠진 거 같은 게 너무 억울해서 우는 거 같다. 나는 마스터팍에게 말해주고 싶다. 넘어진 게 아니고 잠시 쉬어 가는 거라고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달리면 된다고. 하지만 그는 왜 자기 인생에 힘든 일은 모두 다 겪으며 가는 건지 모르겠다며 소리쳤고, 한국에서 IMF의 경제위기 시기와 코로나를 맞닥뜨린 게 자기 인생이 너무 재수 없다고 한탄을 한다.
그것도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도장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닫았다 하고 불안해 떠는 부모님들 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도장을 그만두고 수익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생활비와 도장 임대료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스터팍은 몸도 마음도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거 같다. 하지만 사실 마스터팍이 더 힘들어하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부분도 있었다.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캐나다 보건당국의 규제를 따르고 그것을 지키려고 해도 말이 안 통하는 몇몇의 학부모들이 마스크를 쓰면 도장을 그만 보낼 것이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그들의 생각이 맞고 자기들 마음대로 규정을 어기려 하는 부분에서 마스터팍과 부딪쳤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굳이 그가 나서서 설득을 해야 하는 게 마스터팍 생각엔 납득이 안 됐고, 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마스터팍이 맘에 안 들었는지 오랫동안 정을 주며 가르쳤던 학생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그만뒀을 때 마음이 너무 속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자기는 너무 이해가 안 간다고 제니에게 토로한다. 고양이로써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그냥 미안할 따름이다...
정말 암흑 같은 시기... 긴 터널을 지나가는데 언제 끝이 보일지 모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름 좋은 건 팬데믹 덕분에 집에서 마스터팍과 제니와 꿈, 유량이와 매일매일 같이 붙어있는 건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밥줄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집사인 마스퍼팍은 온라인으로 태권도 수업을 하는 등 나름대로 제니와 마스터팍은 우리 냥이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마스터팍의 노력도 무시하듯... 유난히 칠흑같이 어두운 어느 날 밤이었다. 늦은 밤 마스터팍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온다. 그러던 그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며 깜짝 놀란 표정으로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혼잣말로 욕도 하면서 제니를 급하게 부른다. 그가 아끼던 제자 한 명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오랫동안 우울증이 있었던 여학생 한 명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먼저 알여줘야 될 거 같아서 도장에 같이 다녔던 그 여학생의 친구 수련생 한 명에게서 메시지와 전화가 왔다. 그날밤 그는 모든 게 사실이 아니고 아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아마 그 소식을 전해준 학생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것은 그냥 장난일 거라고 믿으며 그렇게 그는 그날 밤을 지새웠다. 그 다음날 아침 마스터팍의 휴대폰이 울렸다. 벨소리부터 느낌이 좋지가 않았다. 어제 그 학생의 엄마였다. 한동안 그녀가 엉엉 우는 소리만 휴대폰 너머로 들린다. 마스터팍도 말이 없이 우두커니 거실 한편에서 그냥 그 우는 소리를 듣고만 있다. 그러고 나고 한참 동안 한자리에서 멍하니 서있는다. 어제 들은 소식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팬데믹에 이어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일이 마스터팍에 몰아닥치고 있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하루종일 그는 정신이 나가 있었고 가끔씩 그 슬픔에 마스터팍은 밤새 흐느끼며 울었다. 너무나 슬퍼 보이고 힘들어 보여서 마스터팍의 겨드랑이 품속에 파고들어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다. 마스터팍이 예전에 말한 것처럼 대부분 사람들이 캐나다 밴쿠버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을 정도로 랭킹이 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운타운 근처에 가면 수많은 홈리스들과 약물 중독자들이 있으며 심지어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이고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현재로선 정부조차 마땅한 대안이 없는 도시였다. 그 문제가 결국은 마스터팍 곁에 들이닥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중독자들이 늘어가고 있고 심지어 어린 학생들도 약물에 대한 노출의 문제가 심각해져 가는 상황이었다. 남들이 볼 때는 마냥 환경이 좋은 도시로 보이지만 그 실상은 어쩌면 어느 도시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은 거 같고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순리인 거 같다.
마스터팍과 제니에게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팬데믹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별과 슬픔... 마스터팍이 정말 아끼고 마음속에 항상 자리 잡아 있던 학생이었다. 그 학생이 대학을 진학을 할 때쯤엔 마스터팍 도장에서 사범으로까지 키우고 싶다며 제니에게 항상 신나서 기분 좋게 말했던 그의 애제자 중에 한 명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마스터팍에겐 정말 큰 충격이었다.
마스터팍은 그 학생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힘들어하였다. 그는 태권도에서 인내와 백절불굴이라는 정신이 있는데 그러한 정신을 그 학생에게 교육하지도 못한 스스로 실패한 지도자라고 자책을 하였다. 그리고 자기는 제자도 지키지 못한 무능한 태권도 사범이라는... 그래서 그는 지금 태권도를 지도하는 목적이 정말 무엇일까?라고 계속 스스로 묻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다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태권도든... 캐나다 삶이든...
이 사건이 마스터팍 인생의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하지만 분명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 규정이 없었고 태권도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어 그 학생이 태권도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수업시간에 볼 수만 있었으면 분명 이런 상황보다 나은... 아니 마스터팍이 조금이나마 그 학생이 힘들었을 때 도움이 될 기회라도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라도 그를 위로해주고 싶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이렇게 나약한 존재인데 그렇게 자연을 훼손을 하며 기술발전에만 집착하는 데에 따른 비용을 이번 팬데믹과 각종 자연재해 등을 통해 크게 그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에겐 집사들과 집에서 팬데믹 덕분에 매 순간을 같이 지낼 수 있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지만 마스터팍과 제니에겐 정말 길고 긴 어두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시기이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 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다. 언젠가는 끝이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