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는 희망이로소이다. 열 번째 이야기

by Damian


코로나라는 팬데믹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왔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없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나마 어느 정도는 나아지는 듯하였다. 코로나 백신도 개발이 되어 접종이 시작되었고 마스크와 손세정제, 그리고 언택트는 일상생활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정말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았다. 타국생활에서 겪는 코로나는 이민사회에서 정말 많은 것에 대한 영향을 주었다. 마스퍼팍과 제니의 말을 들으니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 비행기가 거의 올 스톱했으며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편도 없다고 한다.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어 백신 접종확인증과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증이 있으면 한국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 후 자국에서의 14일 격리 생활과 자가격리 해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단다. 자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열리자마자 많은 유학생, 조기유학 부모님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특히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팬데믹 시기에 질려버렸었고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서슴없이 한국행을 선택하였다. 아무리 무엇이 중요하다고 해도 가족은 중요한 거 같다. 특히 하늘길이 막혔을 때 종종 한국에서 코로나로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마지막 임종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하고 타국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며 머나먼 타국에서 자신은 불효자라고 자책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겪는 이민자들도 있었다. 이런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마스터팍과 제니도 부모님들에게 평생 후회할 행동은 하지 말자고 한다. 그들 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자고.


그렇다. 그들은 캐나다의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하였지만 항상 마음속 그리고 뼛속까지 뿌리 깊은 한국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캐나다에서도 그들은 늘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항상 가지며 살고 있었다.


특히, 마스터팍이 출퇴근할 때 자주 듣는 라디오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 노래들이 캐나다란 나라에서 한국말로 들려올 때 한국에 대한,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뭉클한 감정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북받쳐 올라왔다고 했다. 또한 마스터팍 도장의 학부모들이 마스터팍을 보며 K -Drama 이야기를 할 때와, K-Pop이야기, 넷플릭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오징어 게임 등을 계속 이야기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한국말을 공부해서 마스터팍에게 한국말을 해 보이는 학생들까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쇼핑몰에 가면 수많은 일본 가전제품들로 진열되었던 곳들이 이제는 한국 TV와 세탁기, 휴대폰으로 자리를 차지하였고 한국 제조사의 차량들이 이제는 흔하게 보이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퇴근 후 저녁 식사자리에서 마스터팍이 말을 한다. 불과 몇 년 전 그들이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길거리에 정말 드물게 보이는 한국차량과 한국가전제품이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였는데 지금은 정말 한국의 위상이 커진 거 같다고.


마스터팍은 태권도라는 한국의 전통무술을 캐나다에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 도장에 있는 태극기를 보고 도장 안으로 들어와 한국식으로 마스터팍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캐네디언들을 보며 오히려 더 열심히 하여 한국의 문화도 알리며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야겠다고 제니에게 말한다. 그렇듯 마스터팍에서 한국은 늘 고마운 그의 조국이었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마스터팍은 자기가 군대에 있을 때 이랬네 저랬네 하며 제니가 듣기 싫어하는 군대 이야기를 갑자기 또 시작한다. 또 한 번 마스터팍의 인지능력과 공감력에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벌써 몇 번째인지 내가 들은 똑같은 군대 이야기만 벌써 수십 번 반복한 거 같은데 아량이 넓은 제니는 마치 또 처음 듣고 있는 이야기처럼 마스터팍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 마냥 들어주며 그의 비유를 맞추어 준다. 고양이인 나도 계속 마스터팍의 반복되는 군대 이야기 썰에 피곤해 죽겠는데 어떻게 그녀는 그걸 참는지.... 이제는 좀 그만 이야기하라고 오래간만에 마스터팍의 코를 콱! 물어버릴까도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어차피 며칠 지나면 그는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할 텐데... 마스터팍이 늙어서 그런 그의 행동이 더 심해지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심히 든다.


아무튼 마스터팍과 제니는 그렇다. 올림픽을 하거나 월드컵을 할 때면 그들은 캐나다를 응원하는 게 아닌 한국을 응원하고 그들과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한국사람이었다. 특히 동계올림픽에서 동계스포츠 강국인 캐나다와 한국의 쇼트트랙을 볼 때 마스터팍은 하나의 의심도 없이 당연히 한국을 열렬히 응원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냥이의 관점에선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인간들이란 참 복잡하고 피곤한 존재 같다.




코로나의 여파도 있었지만 항상 늘 생각했던 한국행을 최근 마스터팍과 제니는 수개월동안 고민을 하였고. 결국 마스터팍과 제니는 마음이 가는 데로 결정을 하였다. 제니는 항상 캐나다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은 한국에서 하며 그곳에서 자리 잡고 싶다고 마스터팍에게 늘 이야기하였다. 마침 제니는 석사과정을 마쳤고 그렇게 그들은 캐나다 생활을 서서히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수개월에 걸쳐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자를 한국 영사관에 신청을 하였고 이삿짐도 해운회사를 통해 한국으로 보냈다. 또한 우리 냥이들이 한국 입국 시 필요한 서류들도 준비하였다.


비행기 기내에 한 사람당 한 마리의 냥이만 데리고 갈 수 있어서 꿈이와 유랑이는 나중에 한국에 가기로 했고 마스터팍과 내가 먼저 한국으로 향하였다.


집에서 공항까지 1시간, 공항에서 3시간 대기, 그리고 11시간의 비행, 한국공항에서 1시간의 입국심사.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그의 한국 집까지 4시간.. 총 20시간 동안의 긴 여정에 나는 방광이 터질 듯하였다. 하지만 꿋꿋이 화장실을 참고 인내의 시간을 겪으며... 마스터팍의 한국집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정신없이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마스터팍과 같이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며 그렇게 우리는 밖에도 못 나가고 아무도 대면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없는 한국집에서 14일을 보내며 한국 생활을 시작하였다. 자가격리 하는 동안 마스터팍은 조금씩 이성을 잃고 미쳐가고 있는 거 같았다. 그는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잘 들어보니 죄짓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느끼는 게 거의 감방생활을 하는 거 같다고... 14일도 너무 길고 힘들다고... 그가 혼잣말로 투덜거리거나 말거나 나는 마스터팍이 서서히 14일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그의 다양한 감정의 변화들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거 같았다.


자가격리를 다 마치고 난 후 그는 어디를 갔다 왔다. 격리해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왔단다. 제니에게 코로나 검사를 한 후기를 말해준다. 캐나다에서는 부드럽게 콧속을 면봉으로 비벼서 검사를 마친 거와 다르게 한국에서는 코로 들어온 기다란 면봉이 코를 뚫고 뇌 속의 전두엽까지 파고 들 정도로 거친 찌름을 당했고 동시에 고개도 뒤로 마구 젖혀지며 검사장에는 여러 사람의 비명소리들로 가득 찼다고 말하며 그녀에게 생생한 후기를 전한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코로나 덕분에 별의별 일을 다 구경한다. 하지만 마스터팍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이상하게 걱정되거나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가 뭐가 어쩌네 저쩌네 하며 투덜대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였다.




몇 개월 후에 마스터팍은 제니와 꿈, 그리고 유랑이를 데리러 캐나다에 다시 들어갔고 그동안 나는 마스터팍의 부모님 집으로 옮겨왔다. 마스터팍이 캐나다에 떠나는 동안 마스터팍의 목소리와 비슷한 마스터팍의 아버지 곁에서 잠을 잤다. 아직은 한국이라는 곳이 낯설고 마스터팍 부모님 집도 낯설어 마스터팍의 아버지가 나에게 다가올 때면 그의 다리를 콱 물거나 냥냥 펀치를 날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어느 날 다시 우리는 한 가족으로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다 모이게 되었다. 제니, 유랑이, 꿈, 마스터팍 그리고 나....


이젠 앞으로 한국에서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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