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RD를 한 마디로 정의하지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Q) HRD를 한 마디로 정의하지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책과 인터넷을 보면 저마다 말하는 내용이 약간씩 다른 듯합니다. 자신만이 정의하는 HRD도 있겠지만, 어떤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HRD의 근본적인 정의를 알고 싶습니다.
HRD는 참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듯합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HRD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먼저 고용노동부의 HRD-Net 사이트입니다. 보통 국가에서 사용하는 HRD의 의미는 구직자 및 재직자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정도입니다.
다음으로 기업에서의 HRD가 있습니다. 이는 보통 기업 내의 직무를 의미합니다. 대부분 HRD의 직무는 교육기획/교육과정개발/교육운영/조직문화와 같은 세부 업무를 수행합니다. 통상적으로 교육업무를 많이 지칭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학문으로서의 HRD가 있습니다. HRD는 역사가 짧지만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학문으로 연구한 분들은 아무래도 국가단체나 기업체보다는 HRD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보았겠죠. 따라서 HRD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서는 학문적인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HRD란 개념을 가장 먼저 제시한 사람은 1970년의 Nadler입니다. 그는 HRD를 "행동 변화를 위해 설계되고 특정 시간에 실시되는 일련의 조직화된 활동"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 당시의 정의는 HRD =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HR Wheel로 유명한 Mclagan은 1989년에 HRD를 "개인과 조직의 효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직업 개발과 조직 개발의 통합된 사용"으로 정의하였습니다. 단순한 개인개발을 넘어서서 경력개발, 조직개발도 HRD의 영역으로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 이후 HRD는 단순히 학습을 넘어서서 성과와 연계를 해야 된다는 성과 패러다임이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대표적인 성과 패러다임의 학자 Swanson은 1995년에 HRD를 "수행향상의 목적으로 조직개발, 직원훈련, 개발을 통하여 인간의 전문성을 풀어놓거나 개발하는 과정"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정의들은 모두 하나의 근본적인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문제 해결"입니다. HRD란 태생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이란 것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새로 개발하는 대부분의 교육 프로그램은 왜 실시하고 있나요? 대부분 리더십 스킬 부족, 직무역량 부족 등과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게 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신입사원 교육과 같이 통상적으로 하는 교육은 왜 실시할까요? 아마도 교육을 하지 않으면 신입사원들이 업무 기본지식이 부족하여 업무수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할 수 도 있으며,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부족하게 되어 조직 몰입도가 떨어져 이직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을 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HRD는 문제해결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는 HRM과 HRD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됩니다. HRM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조직과 이를 구성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이지만(사람은 뽑고 월급은 줘야되므로), HRD는 사실 문제점이 드러나거나 예상되지 않으면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팀장님들이 하나같이 너무 똑똑해서 성과가 잘 나온다면 굳이 리더십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겠죠? (다행히도 조직에는 항상 문제가 있습니다. 밥 굶을 일은 없어야 하는데...)
이러한 근본적인 원리를 포함하여 내린 정의가 있습니다. 바로 Jacobs(2000)와 조대연(2006)의 정의입니다. 이들은 HRD를 "조직의 성과 향상과 개인의 성취증진을 위해 개인, 팀, 그리고 조직차원의 문제를 진단하여 파악하고 개인개발, 조직개발, 경력개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적인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정의에는 HRD의 근본적인 원리(What), HRD의 목적(Why), HRD의 대상(Who), HRD의 방법론(How)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다른 어떤 정의를 보아도 이 만큼 명쾌한 정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정의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위에서 언급하였기 때문에 넘어가면, 먼저 HRD의 목적이 있습니다. HRD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요? 학교교육이라면 개인의 발전으로만 충분한 목적이 되겠지만, 조직에서 일어나는 HRD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에 기여해야 합니다. 조직몰입도 향상, 생산성 향상, 판매량 증진, 이직률 감소 등 어떤식으로라도 기여해야 겠죠. 물론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 겠지요.
다음은 HRD의 대상입니다. HRD가 연구하고 일을 하는 대상은 바로 개인, 팀, 그리고 조직 전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지면 개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HRD담당자는 심리검사도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팀의 소통증진을 위해 팀 소통 워크숍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변화를 위해 학습조직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개인, 팀, 조직은 유기적이기 때문에 HRD담당자도 프로그램을 만들 때 다방면으로 이해관계자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HRM의 관심사는 개인, 팀, 조직에 직무까지 추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방법론이 있습니다. HRD담당자는 문제해결을 위해 크게 개인개발, 경력개발, 조직개발이라는 솔루션을 사용합니다. 이 3가지 대표 솔루션은 또 각각의 정의가 있고 구성요소가 있습니다. 이는 다음번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은 HRD의 솔루션에 이 3가지 외에 다른 것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고민한 결과, 다른 솔루션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책에서 주장하는 수행관리는 사실 HRD의 솔루션과는 거리가 다소 멉니다. 제시하는 솔루션들이 HRD측면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서적들을 보면 종종 HRD의 정의를 잘못 내리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HRD담당자도 간혹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 HRD = 기업에서 하는 교육이다.
가장 많이 하는 오해입니다. HRD의 솔루션이 교육이 많을 뿐, 교육이 HRD는 아닙니다. 멘토링, AI워크숍은 교육이 아닌데 그럼 이들은 HRD의 구성요소가 아닌 걸까요? 그러나 HRD담당자나 이러한 내용을 알면 되지 다른 사람들은 굳이 알 필요는 없기 때문에, 저도 외부에서 저를 소개할 때 교육담당자라고 소개합니다. 어려운 말은 전문가들끼리만 쓰면 충분하기 때문에...
2. HRD = Human Resource Development이므로 인적자원을 총체적으로 개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얼핏 보면 맞는 말이지만, 문제가 있는 정의입니다. 이는 영문을 한글로 그대로 번역하였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인적자원개발이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하면 이 것을 정의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요? HRD는 풀어서 해석하기보다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렇게 해석하면 왠지 사람을 기계적으로 보는 느낌이 들어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HRD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종종 등장하고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HRD의 석학들도 아직까지는 그대로 유지하는 듯합니다.
3. HRD는 한물갔고, OD가 뜬다.
이 역시 HRD를 교육과 동일시 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입니다. HRD는 개인개발과 조직개발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정확한 주장은 "HRD에서 개인개발보다 조직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직개발 전문가입니다. 사실 조직개발을 학문의 기초로 공부한 사람들은 충분히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문 영역의 기싸움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는 HRD의 구성요소를 다룰 때 한 번 더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한양대 유영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제4세대 HRD에서 HRD를 Happiness Revitalization Development로 정의한 정의한 적이 있습니다. 기존의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HRD가 노력해야 한다는 개념이죠. 최근에 떠오르는 인본주의 HRD개념에서는 이러한 접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패러다임은 변하여도 HRD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HRD의 모든 내용을 관통하고 있는 정의인 "조직의 성과 향상과 개인의 성취증진을 위해 개인, 팀, 그리고 조직차원의 문제를 진단하여 파악하고 개인개발, 조직개발, 경력개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적인 과정"을 마음속에 담아 놓으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이는 앞으로 HRD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때 방향을 잡아줄 나침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참고자료 : HRD Essence, 권대봉, 조대연, 박영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