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grim Mar 01. 2018

나는 고래가 되기로 했다

육지의 기억을 허파에 숨긴 채, 
고래는 바다로 들어갔다.
등으로 내어 둔 구멍으로 몰래 뱉어 낸 숨에
앉을 곳 없는 갈매기가 바다로 뒤덮인다.

저기 세상이 아직도 보인다며, 
금붕어는 오늘도 뜬눈이다.
몸의 모든 모서리에 날개 달아 날아보았지만
온통 어항 벽에 부딪히며 허우적댈 뿐이다.

나는, 
고래가 되기로 했다.



** 2011년, 러시아 해양과학자 나탈리아 아브세옌코는 인공물질이 몸에 닿는 것을 싫어하는 흰돌고래와 더 친해지기 위해 과감하게 다이빙복을 벗어던지고 영하의 북극해에서 10분 40초간 헤엄쳤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갑옷, 그리고 이빨 요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