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숙이란
주위를 신경 쓰지 않은 채 가만히 혼자 있는데 그게 굉장히 무겁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며 참 고풍있고 성숙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나는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의 눈에 어른스럽게 보인 적이 있었을까요. 친구들과 늘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고. 나는 아직 20대 초반의 청춘에 머물러있는 것 같은데 벌써 십 년이 흘러가버렸다고. 어렸을 때 20대 형 누나들을 보면 이제 다 자라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오롯이 어린아이의 시선이었나 봅니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어른'이라고 불리기 부족한 사람이니까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아직 젊다고요. 맞아요. 20대 후반이면 아직 젊은 나이가 아닌지요. 하다못해 30대도 청춘이라고 불리는 시대인데 나는 아직 풋내기가 아닌지요. 하지만 하나 얘기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나이에 비례하게 속도가 올라간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저도 이런데 아버지 당신은 어떠셨을까요. 어머니 당신은 얼마나 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걸 느끼셨을까요. 시간을 두려워하게 되는 건 어른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어렸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차츰 느끼며 나는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모순적이게 어른이 돼서야 눈물이 많아진 저는 평소에 그 갖은 시련 속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지나가는 잔가지에 펑펑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것이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곤 하는데 나는 아마 어른이라는 이름 아래 있기 때문에 꿋꿋이 눈물을 머금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어른이 되어 누군갈 사랑하는 것. 어른이 되어 내 사람을 지켜내는 것. 어른이 되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제가 되어야 할 어른이라면 저는 여기에 조금 더 머물러 있으려 합니다.
아직 바보에 질투심도 많아 성숙한 사랑을 못할뿐더러 아직 나 자신도 지키지 못하며 매번 후회인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낭비하지 않은 하루를 보냈고 이런 바보 같은 제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지금 제 옆에 있습니다. 위엄있고 늠름하고 뭐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게 어른이라면 저는 분명 어린 남자아이에 불과합니다.
사랑에 투박한 것. 이별을 만나 바닥에 고꾸라지는 것. 알면서도 욕망을 따라가 후회를 하는 것이 지금은 그리 밉지가 않습니다. 거기 멋진 어른인 당신도 전엔 이러지 않았나요. 아니면 어느 낯선 곳에서 엉엉 울고 싶은 건 아닌가요? 먼 훗날 저는 여기에 머물러있던 제 자신을 그리워하며 서글프게 울고 싶습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 진 사람마다 다르니 아무렴 좋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맡은 마지막 공기를 시원하게 들이키며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