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부를 묻지 않기로 했다

보고 싶지만

by 신하영



타인과 멀어지는 것에 익숙해진 우린 오늘도 누군가와 이별을 하고 누군가와 몇 미터 멀어졌다. 내가 발걸음을 돌린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거리가 멀어진 것은 아마 확실한 듯했다.

미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상황이, 세월이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친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퇴근길이었을 거다. 전화를 받자마자 평소 하던 대로 가벼운 농담으로 인사를 했다. 그것만으로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몇 달만에 통화였던가. 나는 소파에 기대어 자세를 낮추고 깔깔 소리를 내며 웃으며 친구에게 말했다.


"부산 내려가면 다 같이 한번 보자"


다 같이 보자라는 의미에 누가 들어가는지는 우린 알고 있었을 거다.


"그래 내려오기나 해라."


그래, 인마. 근데 그때 같이 볼 친구들을 생각하니 내가 잊고 있던 친구가 생각났다. 한때는 동고동락했던 친구였는데 정말 까마득하게 잊고 산 것이다. 거기서 아차! 싶은데 차마 그 친구에게 연락을 못하는 나 자신이었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고집에 사로잡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할까. 간사하기도 하지, 그리고 실로 못난 나 자신이었다. 친구에게 안부조차 묻지 못하니.


album-2974646_1920.jpg


"잘 살지?"

이런 말을 하기까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지냈던 걸까. 무심하다 못해 이런 나 자신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친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왜 먼저 연락을 해주지 않지라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 없다. 그저 가벼운 안부조차 묻지 못할 정도로 내가 바쁘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든 것뿐. 생각해보면 그 정도로 바쁘게 산 것도 아니었는데. 우린 그저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 것인데 이리도 멀어지다니.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지만 그때 그 시절이 머릿속에 맴돌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P20180422_160111385_50B9928F-453F-46A2-8F8F-DDC7B416A022.JPG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미 멀어졌다 해도 서로를 연결해주는 끈이 끊어진 건 아니니까. 내가 그 친구를 미워하는 게 아니듯 그 친구도 그저 달리다 보니 나를 잠시 잊었을 뿐이다. 얼마가 걸릴지 몰라도 분명 만나면 이런 말을 하겠지.


"보고 싶었어~"


우린 술잔을 부딪힐 것이다. 그러고는 여태 산 얘기들을 쭉 얘기하며 밤을 지새우겠지.

난 그 친구가 참 보고 싶다. 지금 연락하면 더 보고 싶을 테니 부산행 티켓을 끊을 때 제일 먼저 전화하는 거야.

모든 건 잠시 재쳐두고 술 한 잔하자고 하자.







이전 02화어른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