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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하영 Jul 16. 2020

어느 작은 출판사 대표의 마음

잘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세상 모든 사장님들에게


7월 16일 오늘은고대하던 슛뚜, 히조 작가님의 <여생, 너와 이야기>가 출간되는 날이다.

탈고가 된 시점인 6월 말부터 집중적으로 작업에 들어갔고 유명하신 함주해 작가님에게 표지를 의뢰했다. 

에디터의 역할과 마케터의 역할까지 해야 하다 보니 생각할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았고 외주 작가님과 작가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할 때 작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적응할 때도 되었다. 소심한 나는 그 누구의 기분도 나쁘게 하기 싫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소극적인 태도가 있다. 그래도 다들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예쁜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주변 반응도 너무 좋았고 이제 이 책을 파는 일만이 내게 남았다. 

출판사 대표의 사명인 것이다.  


파주 출판단지



<여생>은 텀블벅을 서칭 하다가 발견한 콘텐츠였다. 남은 삶이 아닌 '여자의 삶'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서 좋았고 이 책을 독립출판물이 아닌 기성 출판으로 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면 어떨까 싶었다.

단전에서 올라오는 진심으로 컨택 메일을 썼고 다행히 슛뚜 작가님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나는 책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작가에게 원고에 대한 자유도를 부여하는 편이다. 기성 출판을 더러 해 본 작가님은 원고에 대한 자유도를 100%로 설정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하셨고 몇 번의 미팅을 통해 계약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여생>은 슛뚜 작가님과 히조 작가님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소울메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까운 둘은 어느 날 술을 마시다가 '우리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물음을 던졌고 그 자리에서 목차를 구성하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치열하게 살아온 둘의 이야기는 진솔하고 담백해 금방이고 빠져들 수 있었다. 처음 원고를 읽고 나는 뭔가 모를 확신에 찼고 이 책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날을 고대하게 되었다. 여성 독자들이 이 책에 매료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인본 작업대


그렇게 3개월 정도 추가 작업이 진행됐고 표지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 된 뒤 내지 편집을 최종적으로 수정하면서 책은 완성됐다. 딥앤와이드 책중에 가장 두터운 260쪽의 책이었다. 하지만 가독에서는 다른 책 보다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천천히 음미하는 책이 있기 반면에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책이 바로 여생이기 때문이다. '두 여자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가 콘셉트이기 때문에 친구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이야기들에 흥미가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슛뚜 작가님과 히조 작가님은 각각 64만, 7만의 유튜버 구독자를 가지고 계시고 인스타그램, 블로그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프리랜서이시다. 어느 정도 독자층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 저자 사인본 예약판매를 기획했고 교보문고 단독으로 300권을 진행했다. 

16일을 기준으로 여생은 교보문고 에세이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판사를 설립하고 가장 높게 기록한 순위다.(엉엉 ㅠ_ㅠ) 이 순위가 금방이고 떨어질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좋은 책인 만큼 다시 올릴 자신감도 동시에 드는 것 같다. 


예약판매 기간은 끝이 났고 오늘 정식 출간이 되었다.

어제는 작가님들과 함께 파주에 가서 사인본 작업을 진행했다. 초판 한정 필사 노트 굿즈도 제작했기 때문에 랩핑이 되기 전에 사인을 해야 해서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고 사인본 작업과 포장 작업까지 완벽하게 마칠 수 있었다. 글쎄, 전에는 아는 게 없어서 서툰 게 투성이었는데 이번 책만큼은 군더더기 없이 모든 게 잘 진행됐다. 


여생 사인본


아까 말했듯 이제는 파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어찌해야 할까. 하루에 수십 번씩도 더 생각을 한다.

우리 출판사는 아직 그렇다고 할 마케팅 채널도 가지고 있지 않고 거금을 쏟을 여유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모든 마케팅을 다 해보려고 한다. 책도 결국엔 마케팅이지만 입소문이라는 것도 있지 않겠는가. 고집 센 이리처럼 절대 이 책을 놓지 않고 많이 팔아(?)보려고 한다. 이런 좋은 콘셉의 책을 다시 내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생



작은 출판사 대표의 마음은 항상 위태위태하다.

아직도 나는 어디에서 대표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내 입으로 딥앤와이드 대표 신하영입니다.라는 말이 낯설고 부끄럽다. 하지만 딥앤와이드라는 출판사에 대한 애정만큼은 무한하기에 앞으로 나오는 한 권 한 권을 소중히 대하고 부끄럽지 않은 책으로 만들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출판사는 3년 정도 해야 안정이 된다고. 이제 1년 차가 된 우리 딥앤와이드. 조금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너무 성급하게 굴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내 일을 사랑하는 만큼 행복하게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


우리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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