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하영 Nov 05. 2023

30대 남자의 현실적인 일기



2023년 11월 5일 일기


1. 치열했다.

나는 치열했다. 아주 뻔뻔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10월에 제일 많이 한 말은 뭐 이리 시간이 빨리 가냐는 말이다. 출판사를 위해 열심히 책을 만들었고 광고 공부도 했다. 뒤쳐지기 싫어서, 조금 더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자기 전에도, 양치를 하면서도 일생각을 했다. 클래스도 열심히 했다. 관악청년청 강의를 추가해 나는 매주 화수목토 클래스를 했다. 그러니까 나는. 6시에 퇴근을 하는 날이 마치 휴가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위해 이리 열심히 사는가. 그래도 베스트셀러 1위도 하고, 좋은 분들과 클래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 늦은 밤 엄마와 조곤조곤 통화하며 집으로 가면 제법 늠름한 아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엄마 힘들면 쉬어. 하지 마. 같은 위로의 말만 하고 있지만 가끔은 엄마 나 오늘은 정말 치열했어라는 말을 하고 싶다. 


2. 여행

그런 와중에도 여행은 놓치지 않았다. 가만히 보면 나는 살려고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고향 친구들과 안동을 다녀왔고 애인과 군산을 다녀왔다. 함께 대화를 나누고 풍경 산책을 하고 좋은 안주에 술을 마셨다. 안동댐 위에서 본 호수의 장엄함에 넋을 놓을 땐 전자파에 물들어있던 눈이 단숨에 맑아졌다. 이름도 모르는 군산의 조용한 밤거리를 걸을 땐 낯선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철없는 얼굴로 나는 묻는다. "우리 다음에 어디로 여행 갈까?"

떠나는 것에 무심해지지 않기로 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과 아주 먼 곳으로 떠나고 싶다.  


3. 메일링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이야기 PART2> 메일링을 끝냈다. 제 나름 시즌1이라 칭하는 게 우습지만 그래도 18편의 글을 써냈다. 메일링은 23년도 나의 목표이자 버킷리스트였다. 정말 많은 분들이 구독을 해주셨고 그 힘으로 글을 썼다. 답장도 받았다. 서울로 상경해서 고군분투하는 독자, 불행에 불행이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독자, 뭐든 밥심이라며 작가님도 밥 챙기라는 독자... 위로를 주고 두배로 받았다. 더 좋은 글을 써야지 하고 다짐했다. 12월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한다. 제목은 무어라 지을까. 그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문장을 쓰고 있을까.  

 

4. 나의 불행

인생에서 불행은 끊임없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누군가는 불행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은 0의 상태를 평화라고 여긴다. 나는 그것이 너무 어렵다. 어떻게 평온함을 유지하며 살아갈까. 사람들은 대단해.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전 인생이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이번 스테이지가 끝이 아니라 그다음 스테이지가 있는 거죠. 더 성장한 내가 있지만 다음 스테이지 보스가 긴 수염을 만지며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치열히 살고 있는 와중에도 불행은 넘실넘실 내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전보다 강해진 30대의 하영. 내년에 나는 그놈의 목을 잘라낼 수 있을까. 결국 해보는 수밖에 없다.  


5. 책과 글쓰기

힘이 들면 책을 찾게 된다. 어딘가에서 '구의 증명' 플레이리스트를 들은 적이 있고 어떤 트위터에서 구의 증명의 한 단락을 본 적이 있다. 서점을 갔는데 어쩐지 '이 녀석'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쩜 이리 글을 잘 쓰는지. 현재 이 책에 빠져있는 중이다.(아마 오늘 밤에 다 읽지 않을까 싶다. 두렵다.) 나도 전에는 소설을 썼었는데. 소설을 읽으니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 친한 형은 소설을 쓰다 체력이 바닥이 되었다던데. 이야기를 쓰는 건 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쓸 때만큼은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침을 튀기며 수업을 하고 있고 또 쓰고 있다. 읽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작가에게 큰 복이니 바지런하게 이곳에 글을 남기리라 다짐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