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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하 Jan 11. 2019

18. [수학 논리] 논리와 직관 그리고 수학

수학적 사고를 할 때 논리와 직관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문제의 답을 빨리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숫자들을 빠르게 옮겨볼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숫자를 옮기다 보면 내가 어떤 계획이나 전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단 문제를 전체적으로 볼까요?


먼저 이 문제의 “답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이 없는데, 없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은 당연히 헛수고만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A열과 B열의 합은 19 + 20 = 39입니다. 카드를 서로 바꿔도 A열과 B열의 전체 합은 변화가 없겠죠. 문제에서 A열과 B열의 합을 같게 만들라고 했으니까, 최종적으로 A열과 B열의 합은 각각 39를 반으로 나눈 19.5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 자연수를 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2개의 숫자를 움직여서 A열과 B열의 합을 같게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볼까요? 지금부터는 직관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문제를 다시 보면 숫자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숫자 카드로 주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숫자를 그냥 제시하지 않고, 숫자카드로 제시하는 경우는 9를 뒤집어서 6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문제에서도 9를 A열에서 꺼내어 B열에 6으로 넣어볼까요? 9를 뺀 A의 합은 이제 10이 되었고, 9를 6으로 만들어서 B열에 넣으면 합이 26으로 늘어납니다. 두 열의 전체 합이 36이기 때문에 각각의 열은 18로 서로 같아질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B열에서 8을 빼서 A열에 넣으면 됩니다. 정리하면, A열에서 숫자카드 9를 빼어 6으로 만들어 B열에 있는 숫자카드 8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전체적으로 보며 문제를 파악한다

② 문제의 답이 존재하는지, 또는 존재하지 않는지 파악한다

③ 답이 존재한다면, 논리적으로 답에 접근한다. 만약,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직관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해본다.

④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가 생기면 단계 단계 실수 없이 정답을 찾는다



지금 해결한 문제와 매우 유사한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볼까요?

먼저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시죠. 카드에 있는 숫자 3개를 넣어서 30이란 숫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카드에 있는 숫자들을 보시면, 숫자들이 모두 홀수입니다. 홀수를 3번 더해서는 30을 만들 수 없죠. 왜냐하면 30은 짝수이니까요. 따라서 이 문제는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직관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단서는 앞 문제와 같이 숫자 카드라는 겁니다. 이번에도 카드 9를 뒤집어 6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6 + ㅁ + ㅁ = 30인 것이죠. 30 – 6 = 24이므로, 3장의 카드 (9 11 13)을 이용하여 9를 뒤집어 6으로 만들어서 30을 만들 수 있습니다. (‘6’ + 11 + 13 = 30)



지금 살펴본 문제들에서 우리는 “주어진 문제의 답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했었습니다. 수학에서는 답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를 증명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으며 매우 오랜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답을 찾으며 많은 시간을 보낸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을 그려라”는 문제인 거 같습니다. 

원과 같은 넓이를 갖는 정사각형을 그리기 위해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수학자들이 노력했습니다. 그런 수학자들의 노력이 끝난 것은 누군가 “원과 같은 넓이의 정사각형은 그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서였습니다. 무작정 답을 찾는 것보다 먼저 그런 답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앞의 문제에서 우리가 경험한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인 아이디어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논리적인 절차대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데, 때때로 우리에게는 직관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논리와 직관이 모두 필요합니다. 논리와 직관의 관계를 수학자 앙리 푸앙카레의 말에서 찾아볼까요?


“우리가 뭔가를 증명할 때는 논리를 가지고 한다.

그러나 뭔가를 발견하는 것은 직관이다”

             - 수학자 앙리 푸앙카레


우리의 교육은 대부분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과정만을 다룹니다. 그래서 직관의 힘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죠. 하지만, 푸앙카레는 글을 쓰는 것에 논리와 직관을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소설가가 책을 쓴다면 논리는 문법과 맞춤법과 같은 것이고, 내용은 전적으로 직관이다” 


어떠세요? 직관이 논리만큼 중요하단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수학이라고 하면 전적으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절차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직관과 상상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다시 한번 인식해보면 좋겠습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으로 ‘맞춤법 검사’와 같은 것만 하지 마시고, 멋진 ‘스토리’을 상상하고 만드는 직관을 발휘하시기 바랍니다. 



박종하

mathia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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