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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Jul 09. 2023

수학이 '나의 나와바리'안에 들어 오려면

수학교사의 고백

자기주도성, 자기주도학습, 하다 못해 이제는 자기주도이유식도 나왔다.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가장 큰 관문이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땐 제발 혼자서 잠만 자도 좋다고 생각했다.

캥거루처럼 한몸으로 찰싹 붙어 다닐 때는 손잡고 걷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혼자서 밥을 떠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혼자서 화장실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모두 되고 나면 천국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난이도 최상의 과제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바로 '자기주도학습'


재울 때도, 밥을 먹일 때도, 걸을 때도 안거나 손을 잡고, 또는 떠먹여 주면서 시작했으면서

요상하게도 공부만은 그냥 알아서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라떼도 그랬다고 하면서...

사실 난, 자기주도적으로 수학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진짜 자기주도는 힘든 중딩이었고, 더불어 수학정서가 썩 좋지 않은 고딩이었으며 

수학퍼즐이 썩 달갑지 않은 수학교육과 학생이었다.


수학문제 보면 딱 저런 표정...;;;


하지만 지금은 수학을 꽤 재미있어하는 수학교사다.

가르치는 내용을 책을 보지 않고도 수업할 수 있지만, 꼭 심화문제집을 모두 풀어본 후에야 수업을 한다.

그리고 잡지에 스도쿠가 나오면 반사적으로 연필을 챙겨든다. 

 '수학이 할 만하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은 바로 내 아이의 초등수학을 함께 하면서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 까지 17 더하기 8을 계산할 때 세로로 써야했다. 미분 적분은 기계적으로 순식간에 풀면서도 초등연산은 시간이 걸렸다.(물론 빠르게 세로로 쓴다, 하지만 '자동적'인 머릿속 계산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이의 초2수학을 함께 보면서 가르기 기법을 알게 되었고, 내가 여태 수학을 싫어했던 이유는 이 기초적인 연산조차 자동으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초등부터 다시 찬찬히 올라가는 동시에 고등학교 수학의 큰 그림에서 줄기를 따라 내려오다보니 요즘 중학교수학을 가르치는 일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아이가 정말 수학주도력을 가지려면, 기초부터 수학이 할 만 해져야 한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연산문제를 풀어야 하고, 문제를 보면 생각이 돌아가기 시작해야 한다.

원리가 머릿속에서 돌아가기 시작하면 수학이 재미있어지고, 수학은 '내 영역'이 된다.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며

'내가 아니면 누가 풀겠어!'라는 생각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아이가 자기 문제집을 풀 때면 나는 옆에서 중학교 심화문제집을 푼다.

너무 너무 재미있게 풀고 있으면 아이가 옆에서 말을 건다.

"엄마, 나도 엑스 그거만 배우면 그런 문제 풀 수 있는거 맞지?"

"그럼!! 이거 지금 너가 풀고 있는 거랑 별로 다르지 않아!"

"그래? 그럼 나도 엑스 가르쳐줘!! 나도 풀어볼래!!"

이게 자기주도 학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까지

수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거 내 나와바리야!"라는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등수학, 딱 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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