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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Sep 04. 2023

공교육 멈춤의 날, 하필 오늘.

오늘, 아침부터 마음이 착잡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몸은 참여하지 못하지만, 마음은 이미 광화문.


사건은 4교시에 일어났다.

늘, 욕지꺼리를 입에 달고 살던 아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경고를 했다.

"선생님이 저번 시간에 너 입모양으로 대놓고 X발 이라고 여러번 말 하는거 다 봤어. 경고도 한두번이지 오늘부터는 바로 위반대장에 적을 거야."

"아, X발!!"

"뭐라고?"

"......"(딴청)

"그래, 적자"


수업을 다시 이어가려고 하는데,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00야 조용히 해"

"아, X까!!"

옆에서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아니 신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야, 너 선생님한테 너무 한거아니냐" "저정도면 성희롱 인것 같은데" "쟨 다른 시간에도 그러잖아"


"너 나가. 못보겠다."

"아, 왜~~"


종이 쳤다.

복도에 있던 그 아이를 불렀다.

"따라와."

" 000000000000" (입모양으로 내 얼굴에 대고 수도 없이 말했다. X발 X발 X발 X발...)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저 공부시키려고 그간 했던 칭찬들이 새삼 생각나서 어찌나 나 자신이 비굴하게 느껴지는지.

배신감과 어지러움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점심은 물론이고 이후 수업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7교시까지, 아니 학부모 상담주간이라 상담 두 건에, 반 아이 상담까지 무슨 정신에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치고 자리에 앉아서 사건 경위서를 쓰는데 별 생각이 다들었다.


휴직때 따둔 제빵사 자격증,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우리집 아이들 아직 어린데. 계속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그 어린 선생님이 다시 생각이 났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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