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써본 버킷리스트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은 어디서 나오는가

"돈이 너무 부족해! 짜증나요!"

"공부좀 해서 열심히 돈을 모아보세요! 왜 스마트폰을 그렇게 많이 보세요?"

"자산을 모아야 해요 자산을!!"


최근에 부모님과 심하게 다투었다.

군대도 갔다오고 철이 들어야할 25살.

내가 다니는 포항공대는 학점이 일정수준만 넘으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준다. 공짜로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해 둘을 복수전공을 한다. 이 둘은 그럭저럭 성적이 잘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한 교양과목에서 처음으로 C 마이너스 라는 성적을 받아버렸다. 처음으로 등록금을 내야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기 싫었기에 하고있던 과외알바 개수를 늘렸다.


그러다 문득 화가 치밀어 오르고 돈 몇백만원에 자유롭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심술이 나서 어린 아이마냥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탓하고 싶었다.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 쉬고 계셨을 어머니에게 다짜고짜 위와 같이 윽박을 질렀다. 왜 이렇게 우리 집은 여유롭지 않냐. 그게 다 엄마아빠가 지금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냐.


그리고 3일동안 부모님과 연락을 두절했다. 돈이라는 것에 순간적으로 눈 먼 자신을, 또 그 짜증을 부모님에게 돌린 자신이 수치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연락을 두절한 3일동안 나는 매일 도서관에 아침부터 가서 닥치는 대로 경제, 금융, 자기계발, 철학, 음악책들을 읽었다. 3일동안 6권의 책을 읽었다. 첫째날에는 경제, 금융 책을 읽었다. 돈을 무작정 많이 벌고 부자가 되어서 이런 자유롭지 못한 내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읽었다. 둘째날에는 철학, 음악책을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내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었다.


셋째날이 되어서 나는 자기계발 책, 요한 하리의 잃어버린 집중력(Stolen Focus: Why You Can't Pay Attention)을 읽었다. 약 30페이지정도 읽었을 때쯤, 책에서는 미국 동쪽에 위치한 한적한 섬(정확히 섬은 아니다),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으로의, 작가의 3개월간의 전자기기로부터의 도피여행을 멋있게 표현하고 있었다.




보스턴에서 아주 내려와 프로비던스를 지나 장화모양의 끝에 위치한 프로빈스타운


작가 요한 하리는 현재의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저 스마트폰, 전자기기에 빠져만 사는 자신을 발견하고 모든 인터넷이 두절된 곳으로 떠난 것이다. 나는 책을 읽어내려가며 머리속으로 최대한 자세히 프로빈스타운의 장면을 그렸다. 갑자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용할 수 없는 충만함이 일었다. 내가 저 프로빈스타운에 있지도 않은데도 있는 것만 같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저런 아름다운 바다 근처를 누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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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이 질때쯤 아름다운 프로빈스타운의 모습



'아 나도 가고싶다. 바다. 드라이브 하고싶다. 해안 둘레를'


잠시만.. 내가 있는 포항 바로 옆이 바다인데? 근데 아직 운전면허가 없네...?



나는 책을 덮고 무작정 운전면허 학원으로 달려갔다.



가는 와중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명상을 통해 왜 그런지 알았다. 이렇게 긍정적인 느낌으로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은 나의 내면의 목소리와 행동이 정확히 일치할때 느껴지는 느낌이다.



신나게 달려가서 수강한, 장장 5시간에 걸친 강의는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다들 하품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강사분이 운전면허 어플을 깔라고 지시한 순간 외에는 단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다. 시험 체계, 자동차의 구조, 학과 이론, 기능 이론은 너무나도 재밌었고, 필기할 새도 없이 몰입해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기능시험 모의고사를 봤는데 결과는 한번에 100점을 받았다.


"허허 운전 잘하시네~ 코너링 하면할수록 너무 부드럽고 완벽해요! 처음 맞죠?"


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는 정말이지 뿌듯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늘 있었던일을 부모님께 전화했고 우리는 화해했다.(비록 내가 일방적으로 화낸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여자친구에게도 자랑했다!


3일간의 연락두절.

문득 발견한 책.

무작정 배운 운전.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면엔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소음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매일 수십번씩 울리는 알람들, 남들이 뭐할지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것,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 돈, 학력, 외모, 지위로 타인에게 점수를 주는 무의식.


나의 '3일간의 연락두절'은 우선 이것을 차단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내면은 항상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소음이 너무 커서 잘 안들리는 것 뿐이다.


나의 '문득 발견한 책'은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증폭해주었다.


그래서 주저하지않고 바로 운전을 배우러 갔다.

운전가지고 뭐가 그렇게 행복하냐! 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글거리게 행복했다.


이 소중한 경험을 나는 매일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매일매일 내 내면의 목소리와 일치된 행동을 하기 위한 지침서 같은 걸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아!!



버킷리스트!




중학생 이후로 써본적이 없는 버킷리스트. 무작정 재밌어보이는 걸 마구 적었던 옛 기억을 되살려가며 너무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하지만 정말 해보고 싶은 것들을 쭉 써내려갔다.


list.jpg 버킷리스트 중 일부 내용

...

2. 스킨스쿠버 자격증 따보기

5. 책 500권 읽기

7. 여자친구랑 도쿄여행 가보기

20. 물리학 교양책 써보기

25. 내 차로 캠핑가서 고기 구워먹기

...

너무나도 해보고싶은 것들인데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이다! 이렇게 쭉 버킷리스트를 써보니까 인생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다 할 수 있기나 할까? 아니 다 하자! 다 해보는 거야!




다 할 수 있기나 할까? 아니 다 하자! 다 해보는 거야!


이렇게 30개의 재미있는 나의 행복 지침서가 만들어졌다. 여러분은 그냥 웃고 넘기실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모두 할 것이다! 내일이 기대된다. 저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싶기 때문에.






버킷리스트든 플래너든 어떠한 형식이든 좋다. 우리는 30년만에 급속한 초연결시대에 들어왔다. AI니 메타버스니 하는 얘기들로 앞으로 우리는 더더욱 소음의 바다를 유영(游泳)할 것이다.


그러나, 아니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제는 정말로 우리 본연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독서를 통해 조금이나마 체험했다. 그리고 실천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내면의 목소리 확성기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와 행동을 일치시켜보라.


언제?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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