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음 학기엔 80점 받을게요."

응원이 먼저였다는 걸, 아이가 알려줬다

by 심원장

“선생님, 다음 학기엔 80점 받을게요.”

1학기 기말고사에서 50점대를 받은 고1 학생이
여름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80점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속으로 조용히 물었다.
‘정말 이 아이를 80점 받게 해줄 수 있을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음, 일단 70점부터 도전해보면 어떨까?”

응원의 말 같았지만,
사실은 내 마음속 두려움이 만든 말이었다.

며칠 뒤, 또 다른 고1 학생이 비슷한 말을 했다.
“저도 다음 시험엔 꼭 80점 받을 거예요.”

나는 또다시 얼버무렸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공부량을 좀 더 늘려야 해.”

그 아이의 목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혹시라도 실패했을 때
그 실망감을 내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들이 목표를 말하면
그에 맞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게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순간, 뚜렷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고
책임감만 무겁게 남았다.

그러다 문득,
아, 이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 '응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그 한마디면 되는 건 아닐까.

혹시 목표에 닿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
그렇게 말해줄 어른이 필요한 건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려는 사람이니까.

오늘, 다시 아이들에게 그 말을 건넨다.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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