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였던 아이, 단단해지다

성장은 성적표보다 먼저, 태도와 마음에서 드러납니다

by 심원장

예비중1 겨울에 처음 왔을 때,
하린이는 수학학원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수업에 잘 오고, 숙제를 성실히 하면 되는 줄 알았죠.
사실 그것만으로도 참 기특한 시작이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자 성실함이 쌓였고,
저는 하린이에게 레벨업을 권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해냈습니다.
수학이 의외로 술술 풀리는 듯 보였죠.

그런데 새로운 반에서 조금만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곤 했습니다.
“선생님, 저 못하겠어요…”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성장은 늘 눈물과 함께 온다는 것을요.


어느 날,
이때쯤이면 울 법한 순간이었는데 하린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제가 말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까 울었을 텐데, 오늘은 안 울었네?”
“아, 방금 조금 울었어요.”
“많이 컸다. 대단해.”

그랬더니 하린이는 수줍게 웃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비고1 반 편성에서 또 한 번의 레벨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반 한 번 더 올라가자. 할 수 있겠어?
네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기다려줄 수도 있어.”

잠시 머뭇거리던 아이가 말했습니다.
“걔네들 잘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러면 다음번에 반 레벨 올려줄까?”
“아니에요. 이제는 공부해야죠.”

이제는 울던 모습이 아니라,
결심하는 눈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린이는 바뀐 예비고1 반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눈물부터 보였을 장면에서도,

이제는 문제를 붙잡고 끝까지 풀어내려 합니다.

심지어 읏으면서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속으로 다시 중얼거렸습니다.

“하린이가, 정말 잘 컸구나.”


성장은 성적표보다 먼저,

태도와 마음에서 드러납니다.

눈물을 딛고 조금씩 단단해진 하린이의 걸음은,

지금 예비고1 반에서 또렷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습니다.

하린이는 컸고, 앞으로도 더 크게 자라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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