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천재인가 봐요

하위권 아이들과 수업을 이어가는 한 교사의 고민

by 심원장

요즘 수업 시간에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문제 하나를 맞히고 나면 아이들이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저 천재인가 봐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러 아이들이 비슷한 순간에, 비슷한 표정으로,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걸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공통점도 있었다. 그 말을 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하위권에 속해 있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어지다가, 조금이라도 아는 문제가 나와 맞히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밝아지며 그 말을 외친다.


물론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음 문제에서 다시 막히는 순간, 아이는 또 조용해진다. 마치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칭찬을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의미 없이 튀어나오는 말일까. 주의가 산만해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걸까. 솔직히 처음엔 어이가 없기도 했다. ‘천재’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 방금 문제는 정말 잘 풀었어. 그런데 천재도 연습은 해야 하지. 다음 문제도 같이 가보자.” 그렇게 반응해도, 그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여전히 같은 패턴으로 반응한다.


요즘 학원 현장은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다. 잘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 안에서도 분명히 있다. 하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그래서 나는 자꾸 힘을 내보려 한다. 다시 해보자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자고 말해본다.


하지만 공부를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들이 쉽게 닿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혹시 이기적인 노력은 아닐까. 나만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요즘은 이렇게 생각해 보려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으며,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는 아이들보다는 “저 천재인가 봐요”라고라도 말하는 아이들이 어쩌면 더 살아 있으려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서, ‘나도 뭔가 해냈다’는 순간을 잠깐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그 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요즘의 고민은 이것이다. 천재를 외치는 하위권 아이들과 어떻게 함께 수업을 이어갈 것인가. 서로 지치지 않으면서, 서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직 답은 없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해 보려고 한다. 오늘도 조금은 서툰 방식이지만, 다시 한 번 말해본다. 그래도, 한 번 더 노력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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