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이야기

딸과 아들을 키우는 뭘 모르는 나

by 폴초이


아들만 둘인 집, 딸만 둘인 집은 동메달이다. 아들이 첫째고 딸이 둘째인 집은 은메달이다. 딸이 첫째고 아들이 둘째인 집이 금메달이다. 세간에 떠돌던 시절이 있었다.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다.


첫째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말의 출처나 이유는 아직 모른다. 키우다 보면 알겠거니 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아들이 있으면 든든하다고 하는데 그런 든든함이 무슨 뜻인지 명료하게 알지 못한다. 딸과 아들이 성인이 되었는데도 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아들은 국방의무 중이고 딸은 아직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저런 이유들을 모르는지도.


딸이 아장아장 걸음마 시작하고다. 주변 어른들이 딸이 아빠한테 안길 때 뒤부터 앉으면 남동생을 본다고 하신다. 내가 책상다리로 앉아 있으면 딸은 언제나 엉덩이부터 들이밀고 앉았다. 둘째가 아들이니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군대 있는 아들은 종종 누나에게 샘을 낸다. 누나가 힘들게 알바를 한다고 하면 '난 군대에서 더 힘들거든'한다. 그럴 때 난 '인 마 난 휴전선 철책에 있었어. 쫄병 때 하루라도 얼차려를 안 받으면 잠이 안 왔어' 소리친다. 그러면 아들은 '아이 아빠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안 되지. 그럴 정도는 아니라도 나도 힘들거든.'


그래. 그렇겠지. 내 군대 시절처럼 빡세게 내무반 생활을 하면 다 탈영하겠지. 그땐 그게 맞고 지금은 틀린 거겠지.


이번엔 딸이 볼멘소리를 한다. 아들은 새벽까지 달리다 와도 되는데 난 왜 안돼. 그래서 너도 밤새 놀고 달리겠다는 거임.


딸이 친구랑 술을 먹다 취했고 심야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며 모텔에서 잠을 자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난 하루가 피곤하게 흘러가 저녁 먹고 까무룩 잠으로 빠지고 말았다. 그러다가 거실에서 아내와 딸의 전화 통화를 듣게 되었다. ' 다 큰 애들이 모텔에서 잔다고?... 사진 찍어서 보내.'


난 비몽사몽 상태에서 듣느라 무슨 얘긴지 납득되지 않았다. 자고 온다는 거임. 성인 여자들이. 그것도 모텔에서. 미친 거 아님..... 그대로 자버렸다.


일탈행위


일반적인 바른 경로를 벗어나 샛길로 빠지는 일탈행위들은 감미롭다. 그렇지만 일탈은 잠깐의 유희로 끝내야 한다. 거기에 취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일탈 중독에 빠지면 바른 길로 돌아오는 길을 잃게 된다. 그래서 무서운 거다.


아침에 출근하고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당장 전화를 걸어 소리치고 야단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회가 만만하냐. 약육강식은 밀림에만 있는 게 아니고 사회도 마찬가지다. 밀림의 왕 사자가 다 큰 얼룩말만 공격하냐? 어리고 연약한 새끼들을 공격하지. 남자 놈들이야 거리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어도 지갑만 털리지 여자가 술 취해 있어 봐라 지갑만 털리겠냐. 한 번의 실수로, 한 번의 판단 미스로 영원히 상처받을 일이 생길 수 있는데.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릴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이놈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혼을 내야 하나 이 궁리 저 궁리로 하루를 보냈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는데도 딸은 보이지 않는다. 또 나간 거임. 열딱지가 나는구나. 딸이 보낸 카톡 메시지를 읽어본다. 술김에 한 번 저질렀다고 한 번 뿐이라고 다시는 안 그런다는.


저녁 늦게까지 딸은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빨리 들어오라고 호통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화라는 게 그렇다. 순간 폭발할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분노 게이지가 가라앉는다. 좋게 말해도 듣겠지. 저도 반성 모드로 변경했으니까. 에고,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봐야 나만 손해지.


다음날 자고 있는 딸에게 "아직 안 나갔네?" 했더니 "돈이 없는데 어딜 나가요. 한 번뿐인데" 딸이 반쯤 감은 눈으로 응수한다. " 한 번의 실수가, 한 번의 판단 미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거다."


내 젊은 시절을 떠올려 본다. 20대 때 뭐가 그리 좋아서 주말이면 친구들과 밤새 어울려 다니던 그 시절을. 난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했을 수 있겠다. 지켜보는 어른들의 걱정을 무시하며 밤새 친구들과 왜 그렇게 어울렸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난 아직 어른이 아닌가 보다. 모르는 게 투성이니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