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이야기

경험:눈썹 반영구 시술

by 폴초이

난생처음으로 눈썹에 남의 손을 타게 했다. 평소엔 눈썹 정리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붙어 있는 상태로 두는 것이다. 그러다가 무슨 이유로 심경에 변화를 가져왔는지 궁금할 것이다. 다른 큰 이유는 없다. 후배 여직원이 눈썹 반영구 시술을 하고 오더니 강력 추천합니다라고 말한 게 다다.


설득의 심리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말이 마법을 부릴 때가 있다. 누군가는 권위 있는 전문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경험 충만한 사람도 그 누군가가 될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저 사람이라면 믿어봄 직도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도 큰 실망은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생겼음을 나타낸다.


어쨌거나 나도 한 번 눈썹 시술을 받아볼까 하는 마음을 가져보게 되었다.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구성된 것도 결정에 도움을 줬다. 처음엔 딸에게 의향을 타진했다. 1+1에 아내 대신 딸을 선택한 이유는 아내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이다. 딸은 눈썹이 별로 없다. 매일 눈썹을 그리고 다니는 불편함을 덜 수 있는 점을 어필했다.


딸의 생각해 보고라는 답변을 듣고 하루를 보내고 다시 한번 결정을 촉구했다. 요금은 아빠가 지불하는 조건에 딸이 승낙했고 날짜와 시간이 정해졌다. 아내는 친구들을 만나고 오더니 대뜸 자기도 눈썹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아내가 하고 싶다니 서둘러 한 명 추가해서 예약 가능 여부를 문의하니 가능하단다. 다행히도.


의료기관에서 하지 않는 눈썹 반영구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다. 1992년 대법원에서 문신은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고 올해도 합원 결정으로 이어졌다. 경향신문 박한희 변호사 칼럼에 따르면 타투 시술을 경험한 국내인이 2018년 기준 13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2022년엔 2018년보다 배는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가 10대 시절에 어머니께선 어느 날인가 눈썹 문신을 하고 오셨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관점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눈썹이 별로 없는 여자들은 눈썹 그리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그런 불편함을 다소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임에도 바뀌지 않은 걸 보면 아쉬워진다. 가까운 일본도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하다니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나도 이번에 눈썹 반영구 시술을 경험했지만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과잉해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예약 당일 영등포구청 역 근처에 있는 업소에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다. 카톡 지도를 따라가다가 약간 혼동이 와 살짝 헤맸지만 늦지 않게 도착한 것이다. 나와 아내가 먼저 하고 딸은 좀 늦게 도착하기로 했다.


사장님은 1 인당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설명과 손놀림이 친절함을 느끼게 한다. 내가 먼저 시술을 받았다. 마취크림을 바르고 십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린다. 다음에 눈썹에 구도를 그리고 이렇게 시술하겠다고 거울을 보여주며 설명한다. 난 '네'라고 대답했다. 전문가의 솜씨를 믿는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시술대에 누워 우측 눈썹, 좌측 눈썹에 가해지는 통증에도 까무룩 선잠이 들기도 했다. 피부가 두꺼워서인지 마취크림을 듬뿍 발라서인지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겠다. 끝난 후에 거울을 보여주는데 헐 눈썹만 보인다. 아내도 보더니 잘했네요. 좋네요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동안 딸이 도착해 보더니 좋은데 한다. 다 들 좋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내가 두 번째로 하고 딸이 마지막에 받았다.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세밀한 노동력을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쉽지 않은 기술력이라 생각한다. 각기 다른 타인의 얼굴형에 좌우대칭 있는 눈썹을 정리하는 하는데 체력과 정신의 소비전력이 많이 들 것 같다. 그래서 사장님이 마른 체형인가 보다. 온전히 자신의 기량으로만 승부해야 하니까 말이다.


셋이 둘러서서 서로의 눈썹을 바라보며 웃는다. 얼굴에서 눈썹만 보이네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업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