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이야기

등산하다

by 폴초이


걸을 수 능력을 상실하기 전까지 멈추기 싫은 활동은 무엇인지 내게 묻는다면 등산이라고 답할 것이다. 지인들과 어울려 산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은 회복탄력성을 갖게 된다. 얼굴과 등줄기에서 배어나는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데도 상쾌함을 느낀다. 널뛰는 심장박동 소리와 거친 호흡은 살아있음을 자각한다. 등산은 온몸의 감각을 살리고 회복시켜준다.


등산하다 와 등산가다 중에서 어느 말이 맞는지 찾아봤다. 등산을 어학사전에서 운동, 놀이, 탐험의 목적으로 산에 오름이라 정의한다. 파생어로 등산하다가 보인다. 등산하다는 운동, 놀이, 탐험의 목적으로 산에 오르다는 뜻이다. 등산가다가 아닌 등산하다가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등산의 장점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무게의 배낭을 지고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호흡의 순환도 빠르다.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 할 때와 같은 수준의 심장 뛰기와 폐활량을 경험할 수 있다.


등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드시 있다. 오르막 산세는 허벅지의 터질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아킬레스부터 종아리까지 밀어내는 힘으로 오른다. 거친 호흡과 심장박동, 하체의 압박감을 맛본 자라면 등산의 묘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등산에서도 마라톤에서의 '러너스 하이'와 같은 느낌을 자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30분 이상 완만한 경사를 오르다 보면 심장은 아우성치고 호흡은 한 걸음에 한 번씩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생각에 스틱을 딛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이럴 때 온몸은 짜릿해진다. 거친 숨이 잦아들고 심장이 평온을 찾아오면 다시 출발이다.


산에 오를 때는 배를 가득 채우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두세 시간은 텀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름길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일전의 일이다. 오후 두 시에 지인들과 도봉산을 가기로 했다. 난 그전에 12시쯤 짜파게티 라면을 두 봉지나 끓여 먹었다. 한 개만 먹을까 하다가 등산하면 소화가 금세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한 게 잘못이다. 배가 부른 채 약속시간에 만나 산행을 시작했다. 헐 웬걸 용어천계곡을 지나 거북샘 쪽으로 오름길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부가 팽만해진다. 뭔가 가득 차있는데 빠져나오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게 뭔가 잠시 쉼을 가졌다. 어지럽고 욕지기가 나는 것이다. 막상 쭈그리고 앉아 시도했지만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에 '그윽'하고 가스가 토해진다. 아아 속이 부대끼는 상황을 걸으면서 해소하려는 생각이 잘못이구나. 뱃속이 꽉 차있어도 좀 걸으면 편안해진다는 판단은 아니구나.


등산은 위에 절반 정도만 채우고 시작해야 한다. 너무 배고프면 에너지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절반에서 시작해서 절반 이하에서 끝내야 한다.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에서 사용할 에너지는 남겨두어야 한다. 몸 안에 항상 여분의 에너지 20%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리라. 방전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안전산행의 기본이다.


40대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등산을 다녔던 것 같다. 봄이면 진달래꽃을 보러 강화도 고려산을 가고 여름엔 계곡물이 시원한 도봉산, 가을엔 단풍이 절경인 설악산, 겨울엔 눈꽃 설경의 태백산을 다녔다. 해마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전국 명산을 지인들과 다닌 것이다.


50이란 숫자가 붙다 보니 산을 찾는 횟수가 줄었다. 원거리 산행보다는 가까운 산을 다니게 된다. 이름난 산의 정상을 밟아야만 등산이 아니다는 유연한 생각을 갖는다. 물론 체력적으로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세 시간 정도의 산행이 운동이고 그 이후는 한계 도전인 것이다. 나에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