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이야기

열대야는 생맥주로 식혀라

by 폴초이


열대야는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이라고 합니다. 심야시간에 창문을 열어도 더운 공기가 실내로 들어온다. 비가 오는데도 시원한 바람은 느껴지지 않는다.


난 더위에 강하다고 생각한다. 추위는 잘 견디지 못하지만 여름 더위는 그런대로 넘기는 편이다. 그렇지만 요즘 열대야는 사람의 인내심을 희롱한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뺨을 타고 내리는 느낌에 깊은 수면은 방해받는다.


여름철 최적의 수면 온도는 18~20도라고 알려진다. 이런 온도를 유지하려면 에어컨 신세를 져야 한다. 에어컨 없이 최적의 수면 온도를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더라도 에어컨을 틀어 놓은 채 잠을 청해 보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가만히 누워 호흡하다 보면 더운 공기가 습한 공기를 안고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꿈속으로 빠질 수 있는 유도 음악을 듣는다.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잠들지 못하고 만다. 한여름밤을 지나기가 힘든 요즘이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요 근래 여름밤이다. 아내에게 CGV VVIP 쿠폰으로 영화 토르를 보러 가자고 했다. 시원한 영화관에서 여름밤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날씨예보를 보니 영화 시간 동안은 비가 온다는 표시가 없었다. 밤 9:45분 상영이라 둘이 우산 없이 하계 CGV를 갔다. 영화 토르는 마블 영화답게 관람인원이 헤어질 결심보다 많았다. 토르는 그리스 신들과 결판내는 방향으로 진화하려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쿠키영상을 기다리는데 딸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끝났슈? 쿠키 두 개. 마지막은 재미없을 것 같아 나왔다.


영화관 밖에서 딸이 우산을 챙겨 기다리고 있다. 뭔 일? 비 엄청 왔어. 어 그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딸이 우산을 챙겨 오지 않았다면 비 맞은 생쥐 꼴이 될 뻔했다. 셋이 모인 김에 꼬치랑 맥주 일 잔 하고 들어가자.


꼬치집으로 가면서 속으로 비가 오면 좀 시원해지려나 했다. 우산으로 쏟아지는 빗줄기의 소리들이 총소리처럼 들린다. 얼굴에 정통으로 맞으면 따귀 맞는 것처럼 뺨이 얼얼하겠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우리 말고 술손님은 세테이블이다. 우리와 같은 몸속 더위를 생맥주로 식히려는 생각의 내몰림으로 찾아왔을 수 있다. 하긴 우리만 더위를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생맥주는 목을 가볍게 넘고 뱃속을 질주한다. 오! 냉기가 온몸으로 뻗는 것 같다. 시원하다. 파닭 꼬치의 짠맛이 생맥주를 부른다.


늦은 밤 야식은 귀신이 먹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몸에는 이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열대야와 자려면 시원한 생맥주가 필요하다. 이터니티로 가는 능력이 있다면 난 어떤 소원을 요구할 것인가 꿈속에서 웜홀을 통과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