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리
어느 정도 나이 들면 그동안의 시절 인연들을 정리해야 한다. 60세를 기점으로 정리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일 년간 몇 번의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헤아려본다. '연락 한 번 해야지'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연락처에 저장된 숫자는 무의미해진다. 그렇다고 저장된 연락처를 찾아 지우기도 쉽지 않다. 어느 때 연락해올 것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일말의 가능성에 대비할 뿐이다.
퇴직하게 되면 연락처를 갈아엎어야 할 것이다. 직장을 통한 연줄은 직장인 신분 때 강해진다. 신분을 벗어나면 녹슬어 쉽게 끊어진다. 그런 관계 정리가 순리라는 생각이다.
사용하지 않는 연줄은 조율이 필요하다. 조율할 수 없는 지경이면 과감히 새 줄로 교체해야 한다. 맺고 끊어짐은 회자정리만큼이나 당연지사다. 자연히 순응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청년기엔 왕성한 활동 반경이 넓은 만큼 교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장년기 들어 활동력이 떨어지는데도 다방면으로 관계를 이어가려는 것은 괜한 욕심부리기다.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안부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으면 관계는 이어진다. 누가 먼저라도 상관없다. 내가 뜸해지면 상대도 뜸해지고 단절로 이어졌다면 그 인연은 거기까지 인 것이다. 끊어진 인연은 다시 이을 필요 없다. 차라리 새롭게 다가온 인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다.
'있을 때 잘하라'라는 말이 있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선 잘해야 한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사람들. 한달음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 연락 오면 금방 달려갈 수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의 연줄에 부지런히 기름을 먹이면 된다.
친구들이 있다. 스무 살 새내기 때 만나 정을 통했으니 37년 차다. 모임으로 발전한 인원이 여섯 명이다. 친구의 의미에 부합하는 만남이다. 인간적인 관계를 서로 응원한다. 그 친구들과 하루를 보냈다. 만나면 따뜻해진다. 헤어지면 아쉬움이 남는다.
노년기에 동행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하루 이틀 만날 친구는 필요 없다. 돈 낭비, 시간 낭비뿐인 친구관계는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났고 좋았던 인연을 만났다. 가만히 만남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