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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의 브런치, 안녕!

마흔둘 나에게 쓰는 편지

by 도담


9월 여름의 끝자락.

낮은 덥고 밤은 시원하다.

발목이 시끈시끈.

발바닥이 차가워서 양말을 신는다.

와인 반 잔에 얼음 한 줌 넣고 호로록 마시면

곧 발바닥이 따끈따끈 해진다.

어제 친정집에 갔더니 엄마도 발이 시려서 양말을 신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봄에, 동생은 그다음 해 여름에 낳았다.

나는 내 딸을 여름에 낳았다. 뽀얗고 통통한 얼굴에 열꽃 피지 말라고 에어컨 켜두고 지냈다. 나는 그다음 해부터 여름만 되면 발목이 시리다.





우리는 드림하우스를 매도하고

3년 사이에 집을 세 번이나 이사했고

또 내년에 이사를 앞두고 있다.

3년 동안 나는, 이혼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불면증과 공황장애 증상으로 정신과를 1년 넘도록 다녔다. 올해 초 다시 정신과에 방문했다. 의사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내 상태를 읊고 이야기를 들어줬다.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처방해 줬다. 남은 수면제 몇 알을 작은 통에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어떤 날은 자다가 숨이 안 쉬어져서 몇 번 깼는데 그 뒤론 딸은 자기 방을 두고 가끔 내 옆에서 잔다.




괜찮은척하며 꾹꾹 눌러왔던 것들.
나는 이미 병들었는데 모른척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내가 너무 가여워서 눈물이 났다.



그래도 있지,

옆에 있는 딸을 보면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된다.

우유병 물고 있던 한두 살짜리 아이였을 때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위로고 의지였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지난 브런치를 보다가

마흔둘의 나에게 남기는 편지~


To. 마흔둘 여름의 끝에 서 있는 나에게


5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네.

저 날은 지금보다 훨씬 젊은 날이었을 텐데 기억이 잘 안나네, 5년 뒤에도 마찬가질까.

요즘은 거울에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없는 것 같다, 가끔 피부과 가서 치료는 하지.

5년 뒤는 마흔일곱이고 딸은 대학생이 되겠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편안하길 바래. 조금 더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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