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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Aug 02. 2021

별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이름이 뭐야호!

사진: 아스트로캠프 이상훈 연구원

맨눈으로도 잘 보이는 별들은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나 큰 개 자리의 시리우스처럼 말이죠. 지금은 별의 이름이 하나로 정해져있지만, 옛날에는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남쪽물고기자리의 가장 밝은 별인 '포말하우트’는 지역에 따라서 포말 훗 알-제 누비, 포말핸트, 포마한트, 포말가우스, 포말카우트, 포말하니, 포말헛, 포말하우트, 푸마 한트, 푸마하우트, 포말하우트 등으로 불렸대요. 이건 아마 인근 지역에서 불린 이름이었을 것이고, 다른 문화권에선 아예 다른 이름으로 불렸겠죠(대부분의 이름은 아랍어나 그리스어에서 시작됐어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의 시...는 그렇다 쳐도, 별 하나에 이름이 여러 개면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습니까.


세계 천문학자들의 모임인 국제 천문연맹의 2015 학회 때 찍은 단체사진 (이미지: iau.org)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이름을 통일하기로 결정합니다. 세계 천문학자들의 모임인 국제 천문 연맹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에서는 별들의 이름을 결정하는 팀 (Working Group on Star Names; 이하 WGSN)을 꾸려서 2016년부터 별들의 이름과 철자를 통일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2021년 1월 1일까지 449개 별들의 이름이 통일되었습니다.


WGSN이 별 이름을 지을 때 아무렇게나 짓는 것은 아닙니다.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첫째, 새로운 이름보다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이름이 먼저입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불려온 이름이 좋겠죠? 둘째, 이름이 너무 길면 안 됩니다. 알파벳을 기준으로 4~16자 이내여야 한 대요. 셋째, 아무리 역사가 길고 짧은 이름이라고 해도 발음하기 쉽지 않다면 부르기 힘들겠죠? 쉬운 이름이어야 합니다. 넷째, 이름이 이미 정해진 별이나 행성, 위성들과 비슷한 이름은 제외됩니다. 헷갈릴 수 있으니까요. 다섯째, 밝은 별에는 개인의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냥개자리의 코르카롤리(찰스 국왕의 심장이라는 뜻의 라틴어), 바너드의 별(천문학자 E. E. 바너드의 이름을 따서 지어짐)은 워낙 역사가 긴 이름이라 통과되었대요. 마지막으로 부자연스럽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름, 정치적/군사적 사건의 이름, 상업적인 이름, 반려동물의 이름이나 줄임말은 별의 이름이 될 수 없어요.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별 하나의 이름을 결정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별 분류 작업 중인 하버드 천문대의 여성 조수들 (이미지: space.com)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별도 볼 수 있습니다. 1918년부터 1924년까지,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는 전 하늘의 별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여 별을 분류하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이때 만든 별들의 목록을 헨리 드레이퍼 목록(Henry Draper Catalog)라 부릅니다. 미국의 의사이자 천문학자였던 헨리 드레이퍼의 후원금으로 진행된 연구이기 때문이죠(헨리 드레이퍼는 연구 시작 30년 전에 이미 사망했습니다). 이 연구는 겉보기 등급이 9등급 이하인 22만 5천3백 개의 별에 일일이 이름을 붙이고, 별의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일이었습니다. 첫 번째 목록 발표 이후, 목록은 확장되어 총 35만 9083개의 별이 목록 안에 포함되어 있어요.


  별이 워낙 많기 때문에 포말하우트나 베텔게우스 같은 특정 이름이 아니라 숫자로 구별됩니다. 헨리 드레이퍼의 이니셜인 HD 뒤에 숫자가 붙는 방식이죠. 숫자는 1부터 35만 9083번까지로, 별의 적경에 따라 번호가 매겨집니다. 이 목록 상에서 포말하우트는 HD 216956, 베텔게우스는 HD 39801이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HD 1인 별은 어떤 별 일지 궁금하시죠? 이 별은 세페우스자리에 있으며 맨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우리와 약 1,200 광년 떨어져 있어요.


성능 좋은 망원경이 늘어나면서 목록은 늘어났어요. 헨리 드레이퍼 목록 말고도 SAO(Smithsonian Astrophysical Observatory Star Catalog; 1966년 발표, 258,997개 별 수록), 2MASS(Two Micron All-Sky Survey; 적외선 영역 관측 결과; 2003년 발표, 3억 개 이상 별 수록) 등 다양한 목록들이 있답니다.

 (별뿐만 아니라 모든 천체를 포함한 목록은 다음 기회에 소개해드릴게요.)     



이 별들은 다 어찌하시려고요...? (이미지: NASA)

망원경은 지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죠! 우주에도 망원경이 있어요. 우주에서는 별이 훨씬 더 많이 보이겠죠? 우주 망원경이나 위성으로 별을 관측해서 목록을 만든 경우도 있어요. 가이아 목록(Gaia catalog), 히파르코스 목록 (Hipparcos Catalog; HIP)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가이아의 경우, 약 20억 개 이상의 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헨리 드레이퍼 목록과는 비교도 되지 않죠! 가이아 목록에서는 별을 'Gaia DRx yyy.... yy’로 구별합니다. Gaia는 관측한 망원경의 이름이고요, DR은 ‘Data Release’의 줄임말로, 목록의 시리즈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목록은 DR1, DR2, EDR3 이렇게 세 개가 있습니다. 그 뒤에는 역시나 숫자가 붙는데, 위치에 관련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Gaia DR2 6604147121141267712라고 쓸 수 있죠. 썩 좋은 이름은 아닌 것 같지만, 별이 워낙 많으니 어쩔 수 없겠네요.




2020년에는 아랍의 한 방탄소년단 팬이 지민의 26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민별'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별의 이름을 사고파는 플랫폼도 생겨났더라고요. 물론 너무나도 감동적인 일입니다만, IAU 측에서는 상업적으로 구매한 별의 이름이 공식적인 효력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별은 누군가에겐 지민별이겠지만 공식 이름은 Gaia DR3 3651169397890706432인 것이지요(찾기 너무 힘들었네요...). IAU에서는 별의 이름을 사도 되냐는 질문에 '그래도 된다. 다만 그 이름은 쓰이지 않을 것이고 잊힐 것이며, 이름을 팔아 돈을 번 사람만 즐거울 것이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밤하늘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니 돈으로 사는 것보다는 역사와 전통, 문화가 깃든 이름이 어울리겠죠?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부르던 별의 이름도 공식 이름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2022년에는 부산에서 IAU 전체 학회가 열려요. 코로나로 인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세계의 천문학자들이 별 이름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어떤 새로운 이름이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Copyright 2021. 아스트로캠프 이주원 연구원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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