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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Aug 11. 2021

별 내려온다! 별똥별에 숨은 이야기들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기다리며

이번 주 목요일금요일에는 밤하늘을 들여다볼 시간을 만들어두세요바로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유성우란 유성(별똥별)이 비처럼 많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혜성의 잔해가 지구의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대기와의 마찰로 불타면서 평소보다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게 됩니다(그러나 도시에서는 보기 힘드니 기대는 내려놓으시는 게 좋습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의 원인이 되는 혜성은 스위프트-터틀(Swift-Tuttle) 혜성입니다루이스 스위프트와 호레이스 터틀이 1962년 7월에 처음으로 (각자) 발견해서 혜성의 이름에 두 사람의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이 혜성은 약 133년의 주기로 지구를 찾아오며, 1992년에 지구를 지나갔습니다다음 방문은 2126이라고 합니다... 아쉽네요.


페르세우스 유성우까지는 아직 며칠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역사에 남아있는 별똥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몇 가지를 가져왔는데요읽으면서 유성우를 기다려보시면 어떨까요.




연산군 10년, 어느 날 밤에 별똥별이 소리를 내며 지나갔대요. 연산군은 이 소리를 듣고 관상감(천문, 지리, 기상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에게 소리의 정체를 알아 오라고 시킨 뒤, 하늘을 지나가는 별똥별이란 별똥별은 모두 보고하게 했다고 해요. 그런데 1년 뒤에는 갑자기 ‘별똥별 같은 흔한 천문 현상은 보고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합니다. 연산군은 왜 그랬을까요? 변덕이 심했던 걸까요?
 
예로부터 왕위는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고, 
별똥별이나 일식월식 현상은 하늘이 왕에게 보내는 메시지라 여겼습니다. 그러니 하늘에서 일어난 현상을 세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었겠죠. 이런 현상이 생기면 왕은 신하들에게 의견을 구해야 했습니다. 왕권 강화에 몰두했던 연산군은 신하들이 자신의 정치에 가타부타 의견을 내놓는 것을 듣기 싫었는지, 평범한 천문 현상은 보고하지 말라고 한 것이죠. 이후 연산군은 왕립 천문대를 폐쇄하기까지 합니다. 그다음에 연산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달 뒤에 폐위되고 말았답니다. 하늘이든 여론이든,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 확실해 보이네요

출처: 안상현, "한국, 일본, 중국의 역사 기록에 나오는 별똥비 및 별똥 소나기 목록", 한국우주과학회지』 제21권 4호 (2004), p.529-552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낙성대공원에 가본 적이 있으신가요?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죠. 낙성대는 별이 떨어진 터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송나라 사신이 강감찬을 보고는 ‘북두칠성의 네 번째 별인 ‘문곡성’을 보지 못한 지 오래됐는데, 지금 이곳에 있었구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죠. 그러나 실제로 별이 떨어질 리도 없고, 별이 떨어졌다면 강감찬은커녕 지구가 무사할 리 없으니 낙성대의 별은 별똥별일 것으로 보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매우 큰 별이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냥 별똥별이 아니라 밝기가 훨씬 밝은 화구가 아닐까 싶네요.
 
국제 천문연맹의 정의에 따르면 
화구는 겉보기 등급이 4등급보다 밝은 유성으로,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행성들(금성화성목성토성 정도가 되겠죠?)보다 밝게 보여야 합니다. 화구는 불꽃 별똥이라는 말로도 불리고, 영어로는 파이어볼(Fireball)이라 불려요. 정말 직관적인 이름이죠. 이 화구 중에서는 떨어질 때 소리가 나는 것도 있습니다. 연산군이 들은 소리의 정체 역시 화구가 아니었을까요?
 
작년 9월, 우리나라에서 화구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폭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별똥별이 떨어졌다는 목격담이 있었어요. 당시 뉴스 영상을 함께 첨부해드리니, 화구의 모습을 확인해보세요.




이번엔 별똥별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598년 11월 18일 밤, 이순신 장군은 광양만 바다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기도가 끝나자, 큰 별이 바닷속으로 떨어졌다고 해요.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이상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묘비인 이충무공신도비명에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별똥별이 타이밍에 맞춰 바다로 떨어진 것이겠죠.
 
사람들은 이 별똥별을 불길하게 여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순신 장군은 다음날에 있었던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정말로 별똥별이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예언한 것일까요? 과학적으로 봤을 때는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케플러 법칙과 케플러식 망원경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사망한 날에도 유성우가 쏟아져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늘도 케플러의 죽음을 슬퍼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렇다기보다는 케플러가 사망한 날(1630년 11월 15일)이 사자자리 유성우와 황소자리 유성우가 있는 때였기 때문이란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천문학자 다운 죽음이네요.




유성우를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은 어둡고 하늘이 뻥 뚫린 곳으로 가야 합니다. 고개를 계속 들고 있으면 목이 아프니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보는 것이 가장 좋죠. 그러나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으니 교외로 나가는 건 안전을 위해 내년으로 일단 미뤄두고, 유튜브 생중계로 대신하는 건 어떨까요. 별똥별이 지나갈 때 빌 소원도 모두 생각해두셨나요? 여러분들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지 궁금해지네요.


http://naver.me/xWN50C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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