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소행성 탐사선 루시
지난 10월 17일, 탐사선 한 대를 실은 아틀라스 V 로켓이 플로리다의 하늘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무사히 로켓과 분리된 이 탐사선은 ‘루시(Lucy)’라는 이름의 소행성 탐사선으로, 목성 트로이군이라는 소행성군을 관측할 최초의 목성 트로이군 탐사선입니다.
그동안 NASA의 미션명은 꽤 거창했는데, 그에 비하면 루시라는 이름은 귀여운 편이죠. 루시는 우주와는 상관없는 예상외의 인물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1974년에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최초의 인류 화석, 루시입니다.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이 이 화석을 발굴 중이었을 때, 마침 라디오에서 비틀즈의 곡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왔고, 그 덕에 화석은 루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관련기사. 루시의 발견이 인류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데 기여했듯이, 이번 미션이 태양계 형성과 발전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션명을 루시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소행성이라고 하면, 보통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를 떠돌고 있는 소행성대나 지구 주변의 근지구천체들이 떠오르지만, 루시가 집중적으로 탐사할 지역은 목성의 앞과 뒤에 놓인 소행성 무리 ‘목성 트로이군’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들을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로 여겼는데, 목성 앞에 있는 소행성들을 트로이 전쟁의 그리스 측, 목성 뒤에 있는 소행성들을 트로이 측이라 부릅니다. 소행성 이름 역시 각 측의 영웅들의 이름에서 따왔고요. 이 목성 트로이군 안에서 발견된 소행성의 숫자가 무려 1만 개가 넘습니다(2021년 9월 27일 기준; 출처).
사실 목성 말고도 다른 행성에도 트로이군이 있습니다. 트로이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 기사를 참고해 보세요(아무 관련 없음!).
목성 트로이군이 어떻게 생성됐는지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목성과 함께 목성 주변에서 목성 트로이군도 생성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더 멀리서 생겨났다가 목성의 중력에 이끌려 지금 위치에 온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출처. 이 목성 트로이군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목성 트로이군뿐만 아니라 목성을 비롯한 가스 행성들, 그리고 태양계 형성의 비밀까지 밝힐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답을 얻기 위해 NASA가 목성 주변의 돌덩이들을 향해 탐사선을 보낸 것이죠.
루시는 지구 주위를 돌다가 속도를 높인 뒤 2025년에 드디어 첫 번째 탐사 대상인 52246 도널드요한슨을 만납니다. 이 소행성은 트로이군은 아니고,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입니다. 글을 꼼꼼히 읽으셨다면 이 소행성의 이름이 낯익으실 텐데요, 바로 루시를 발굴한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의 이름에서 왔습니다. 뜻깊은 만남이지만, 아쉽게도 갈 길이 멀기에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루시는 2027년에 목성 트로이군의 그리스 측에 잠입하여 소행성 3548 에우리바테스, 15094 폴리멜레, 11351 레우코스, 21900 오루스를 만납니다.
이후 루시는 지구 쪽으로 방향을 돌려 한 번 더 속도를 얻은 뒤, 목성 트로이군의 트로이 측에 잠입합니다. 여기서는 617 파트로클로스와 메노에티우스라는, 서로를 공전하는 쌍-소행성을 관찰합니다. 쌍을 이루는 소행성이라니, 벌써부터 정체가 궁금해지네요. 루시는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소행성을 지나치며 관측하지만, 장착된 기기들은 짧은 시간에도 소행성의 사진을 촬영하고, 표면의 유기물 조성이나 표면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루시가 소행성들을 지나다 소행성과 부딪힐 가능성은 없을까요? 미션 담당자인 해롤드 레비슨은 ‘만약 우리가 루시의 목표 소행성 중 하나에 서 있다면, 소행성군에 속해있는 줄도 모를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그만큼 소행성 간의 거리가 멀다는 뜻이겠죠. 루시가 소행성과 부딪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루시는 총 12년 동안 목성과 지구 사이를 누비며 소행성 관측을 하게 됩니다. 지구 주위를 돌며 속도를 얻거나, 그리스 측에서 트로이 측으로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실제 소행성을 탐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4시간밖에 되지 않습니다 출처. 마치 유럽 패키지여행에서 관광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더 길 듯이 말이죠.
이제 막 우주로 걸음마를 뗀 루시는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까요? 밤하늘의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되어 태양계 형성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비밀을 비춰주길 기대해 봅니다.
*본 글은 어린이천문대 네이버 포스트에 업로드되었음을 밝힙니다.
**본 글은 11/1 네이버 과학판 메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1. https://www.nasa.gov/mission_pages/lucy/main/index
2. 오가희,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발견 41주년, 비틀즈가 만들어준 이름 '루시'’, 동아사이언스, 2015. 11. 24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8806
3. IAU Minor Planet Center
https://minorplanetcenter.net//iau/lists/Trojans.html
4. Morbidelli, A., Levison, H., Tsiganis, K. et al. Chaotic capture of Jupiter's Trojan asteroids in the early Solar System. Nature 435, 462–465 (2005). https://doi.org/10.1038/nature03540
5. Lisa Grossman, ‘5 cool things to know about NASA’s Lucy mission to the Trojan asteroids’, Science News, 2021. 10. 15
https://www.sciencenews.org/article/nasa-lucy-first-mission-trojan-asteroids-launch-space
6. Meghan Bartels, 'NASA's Lucy asteroid mission will explore mysteries of the early solar system', Space.com, 2021. 10. 14
https://www.space.com/nasa-lucy-asteroids-mission-science-go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