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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May 16. 2022

캐롤라인 허셜

어렸을 때 난 발진티푸스에 걸려서 성장이 멈췄고 왼쪽 눈에도 문제가 생겼다. 우리 부모님은 130cm밖에 안 되는 내가 결혼할 수 있을 리 없다며 가정부로 살라고 교육도 시키지 않았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영국에서 자리 잡은 오빠 윌리엄에게서 소식이 왔다. 여기로 와서 함께 살자고. 나는 그렇게 독일과 가족, 그들이 씌운 굴레를 떠났다.     


음악가였던 오빠를 따라 노래를 배웠다. 이제 좀 가수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오빠가 음악보다 더 사랑하는 게 생겼다. 애인이냐고? 그럼 다행이게! 뜬금없이 별이 좋단다. 밤새 책을 읽더니 직접 망원경을 만들고 있다. 식사도 건너뛰길래 밥을 떠먹여 줬더니 이제는 너도 와서 일 좀 거두란다. 기가 막혀서 원!     


근데 생각보다 오빠가 잘 나간다. 망원경으로 행성을 찾았는데 왕가한테 잘 보이려고 왕의 이름을 붙였거든. 덕분에 오빠는 왕립 천문대에 취직했고 나도 정식 조수가 됐다. 나라에서 돈도 나온단다. 사람들은 내가 그저 오빠 잘 만난 여동생이라 생각하겠지만, 난 알고 있다. 내가 오빠만큼(은 아니더라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난 11년 동안 7개의 혜성을 발견했다. 내 이름이 붙은 혜성도 있다. 35P/허셜-리골레트라는 혜성의 허셜이 바로 내 이름이야. 오빠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함께 관측한 2,500개의 성운과 별들을 정리한 목록도 출판했다(아쉽게도 오빠 이름으로 책이 나왔다). 대신에 난 오빠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96살까지 살았지.     


엄마 아빠 말대로 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에 수많은 친구와 동료를 얻었다. 상도 받았고 ‘여성 최초’란 타이틀도 여럿 얻었지. 달의 크레이터에도 내 이름이 있다던데. 아, 내 이름이 뭐냐고? 내가 말 안 했나? 난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캐롤라인 허셜이야.          


캐롤라인 허셜(1750년 3월 16일~1848년 1월 9일)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독일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활동하다 윌리엄 허셜 사망 후 독일로 귀국하여 연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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