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집을 구하러 다녔을 땐 쉽지가 않았어.
내가 원하는 가격대의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뿐더러
고민하는 사이에 다른 이와 계약을 해버린 경우도 몇 번이나 있었지.
그런데 이번엔 한 번에 내가 원하던 집을 구했고
계약부터 이사업체 선정까지 영화를 보듯 모든 일이 순조롭게 착착 진행됐어.
일이 너무 잘 풀리니까 오히려 의심이 되더라고.
나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집주인이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다거나
전세대출 승인이 안 날지도 몰라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라면서
불안에 떨며 불행을 기다리고 있더라고.
사랑도, 인간관계도, 일도.
모든 일에는 역경이 필요하고, 그걸 이겨내야만 오래간다고 생각했어.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떠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번 집을 구하면서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됐어.
이 일이 정말 내 일이라서
이 사람이 정말 내 사람이라서
이 집이 정말 내 집이라서
일이 술술술 잘 풀린 건 아닐까?
어쩜 난 그냥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노력이라는 명목으로 애써 붙잡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어째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어째서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이들을 매력적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던 걸까.
그토록 괴로웠는데도 말이야.
그래서,
나를 갉아먹는 노력은 이제 그만두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