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원 Feb 18. 2019

조계사에서

모임이 끝나고 지하철역을 찾아 홀로 길을 걸었다.
횡단보도 맞은편에 절이 있었다.
홀린 듯이 길을 건너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소망을 적은 등들이 나무와 울타리에 빼곡히 걸려 빛나고 있었다.
감탄하며 바라보다 남들의 희망과 슬픔에 아름다움을 느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대웅전 안에서 사람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다들 무엇이 그렇게 간절해서 절을 하고 있을까.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절 안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유리창 밖에서 절을 하는 사람들과 불상들을 바라봤다.

뒤를 돌아보니 초들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향은 세 개까지 꽂으실 수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며 향을 꽂을까?
행복하게 해주세요는 너무 우스운 부탁인 것 같아
더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라며 향 세 개를 꽂았다.

더 많이 이해하게 해 주세요.
이해해요.
그럼요, 이해하죠.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아 괴로웠어요.
이런 저도 이해해주시나요.

연기가 빙글 돌다 흩어졌다.

나의 신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시련을 준대요.
당신도 그러시나요.

일주문을 통과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또 올게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시 걸었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갉아먹는 노력은 이제 그만두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