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Minnesota


변화를 부르짖던 나날이었다.


최근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올해 초부터 변화를 꿈꿨던 것 같다.

(명확한 시작 시점까지는 이미 기억에서 지워졌다.)


그리고 8월 초, 드디어 변화를 맞이했다.


처음 한 주는 놀랐고 그저 좋았다.

다음 마지막 한 주는 정리의 의미가 컸다.


이번 변화를 맞이하면서 나는 몰랐는데 내가 누구보다도 더 변화를 바라고 있었단 점이다.


보통은 꽤 오랜 기간 그 업무를 맡아 해왔으면 그것에 대해 애착이 있을 법도한데 나는 어느새 그 애착도 다 잃을 정도로 지쳐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내 선임에게 받은 내 업무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질려있었다.

별 시덥지않은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사로 있으면서 돈 한푼 안쓰고 초대권 달라고 밤낮가리지 않고 요청하는 행태부터 시작해서 참 다양한 방식으로 학을 뗐던것 같다.


나머지 업무도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생략하지만 질려버렸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나는 어딘가에 보내달라고 누군가에게 요청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뜻이 뭐나면, 새 부서에 발령받아 '싫다'가 아니라...

나는 이 팀도 싫지만 딱히 다른 팀에 가고싶은 마음도 없다는 의미인 것이다.


새 부서에 가서 새 업무를 하는 일은 매너리즘에 빠져가는 나에게 안성맞춤의 변화인건 분명하다.

근데 내가 이 회사에서 미래가 안 보인단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게 문제의 핵심 아닐까 싶다.


새롭게 가는 팀에는 정년퇴직이 임박한 부장, 43세의 미혼 대리, 41세의 미혼 주임, 그리고 계약직 1명, 육아휴직 들어간 차장 1명이 있다. 결론은 남자 팀장 1명과 나 포함 5명의 팀원이 있는 팀이다.


새 업무야 적응하면 또 알아서 돌아갈 것이고 새 팀에도 적응하면 될 것이라 생각은 한다.

근데 문제는 내가 새 팀에 가서 새 업무를 한다고 나를 거들떠나 봐줄까?가 문제다.


나한테 별로 신경도 안쓰는 대표의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그게 굉장히 불쾌했다.

내 딴엔 이 팀에 들어와서 열과 성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 일을 했고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내가 하는 모든 일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대표의 얼굴을 보면 무력해지기만한다.

대표가 좋아라하는 몇몇에 대해선 분명 그렇게 대하지 않을텐데 왜 나한테만 그럴까 하는 생각이든다.


그러면 내가 이 팀에 가서 무슨 일을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로 이어진다.

내가 무슨일을 어떤방식으로 하든 어차피 거들떠보지도 않을텐데 싶다.


따라서 결론 : 내 미래가 이 회사에서 보이지 않는다.


오늘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뻐근한 어깨 통증을 느꼈다.

나는 정말 집을 나가기 싫었는데 남편이 계속 나가자고 했고 결국 나가서 싸웠다.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무슨 옷을 입던 습기 때문에 몸에 달라붙는 옷자락이 끔찍하게 싫다.

벌써 한달넘게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매미 사체가 싫다.


그래서 안나가려고 했건만 끝까지 나가야한다고 해서 나갔더니 역시 나는 짜증이났다.

내가 월화수목금 회사에 나가기 위해서 밖에 나가는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자꾸 나를 집 밖으로

내보내야만 하냐.


짜증을 내니 남편도 짜증을 냈다.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나는 안나간다고 한것이다.


생각해봐라.

몸은 몸대로 쑤시고 힘들고 마음은 마음대로 힘든데,

습식 사우나처럼 습도 높은 밖에 나가서 걷는게 그게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일이겠는지.


다 떠나서 나는 내 현실이 싫다.

석사를 떠나도 내 입지는 변하는게 없다.

나는 언제쯤 위로 올라갈지 아득하다.

팀이 바뀐게 무슨 소용일까.

거기가서라고는 내가 무슨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인정을 받을까.


단순히 여기서 하기 싫은 일을 떼서 좋다?

그래 그건 뭐 그렇다치자,

근데 거기있으나 여기있으나 내 미래가 안보이는건 매한가지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한테 가게 해달라고 난리를 쳤단다. 내가.

그게 왜그러냐면 엄마한테 정말 가고싶어서라기보단,

그냥 내가 사회생활하느라 꾹꾹 내 속에 담아둔걸 누군가 좀 들어주고 받아주면 좋겠단 생각에서 그러는것 같다.


하여간 변화가 온 것은 분명 나쁘지 않겠지만

나는 언제쯤 좀 좋아질까. 언제쯤 내 삶이 좀 한 차원 드높아질까. 이 생각뿐이다.


그리고 이 여름이 지긋지긋하다.

끔찍하다.


나는 올해 12년간 알았던 친구 한명을 완전히 내 삶에서 삭제했다.


이미 작년말부터 그 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친구가 먼저 연락해도 나는 답을 늦게 했다.

왜냐하면 마지막 만남이 21년 10~11월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느꼈다.

더 이상 만날이유가 없다는 것을.


그랬으나 결국 이렇게 정리가 됐다.

그 친구에겐 결국 나는 하고싶은말을 다하진 않았다.

굳이 그렇게 까지 긁어부스럼 만들 이유도 없고 그냥 이렇게 친구목록에서 지워내면 되는 일이다.


나는 이제 만으로도 31세가 됐다. 생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집에만 있는다고 좋을 것도 없는 내가 회사에가기가 너무 싫다.

가면 사회생활을 하느라 나 자신을 감추고 또 감추기 때문인 것이다.


퇴사하고 집에만 쳐박혀 있음 좋을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해봐서 안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회사가 싫다고 a회사를 쓰면 거기서 바로 나한테 오라고하는것도 아님을 잘 안다.

회사다니는 중에 다른데 써서 최종까지 붙어본 적도 없다.

항상 필기, 면접까지만 갔던것 같다.

항상 퇴사를 하고 나서 썼어야만 그렇게 마지막까지 붙었던 나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해야 할까.

지금이 불행한 것 까진 아니다.

다만 성에 안차는데 성에 찬다고 나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듯하다.

나는 이미 현 업무에 학을 뗀지가 오랜데, 마치 좋은척 나를 기만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기만하며 사는 삶을 언제까지 영위해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억지로 걸어가면서 계속 생각나는 것들을 집에와서 정리해야하지 하고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잘 정리가 된 걸까. 내가 놓친게 있을 것이다. 전부를 다 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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