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쩐지 휴일이 두렵다

by Minnesota

황금연휴의 시작.


다들 이곳 저곳으로 떠나거나 떠나지 않더라도 좋은 곳에 찾아가는 기간이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의무적으로 사람들이 하는대로 움직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것보단, 사무실에 있지 않고 집에서 TV를 보거나 멍때리는 시간이 생기면,


평소엔 '바쁘다'란 핑계로 하지 않았던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작년 이맘때 나는 첫 직장을 퇴사했고 여행용으로 모아둔 통장을 깨서 스페인에 갔었다.


돌아와서는 조각조각난 멘탈과 육체를 끌어모아서, 만나던 사람과 간신히 헤어졌다.


그리고는, 새로운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런 희망도, 꿈도, 기쁨도 없었던 시기다.


그러한 과거가 생각나는가하면, 평소에는 바쁘단 핑계로 생각하기를 미뤄두었던


현재의 내 연인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 지금 이 시기에 만나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나는 진정으로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


나는 이 사람과 얼마나 만날 것인가?


설마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할까?


결혼한다면 그 후엔 잘 살 수 있을까?


등등.


생각은 끝도 없이 뻗어나간다.


쉬지 않고 달리다가 갑자기 쉬어버리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이 욱씬거린다.


괜히 헛헛한 마음에 먹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줄기차게 먹고 나니 헛배만 차올랐다.


빨리 출근하고 싶단 마음 뿐이다.


나는 생각할 틈을 주는 길고 긴 연휴가 어쩐지 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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