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남자친구와 보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입으려고 사둔 옷을 못입게 되었고 무작정 백화점에 와 있다.
전날 밤 새벽 3시까지 남자친구와 통화를 했다.
거의 2, 3달만에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엄마와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만나고 있는 남자와 회사와 그 밖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카푸치노 더블을 마시며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혼자 있고 싶었다.
남자친구고 결혼이고 회사고 다 지우고 나 혼자 멍때리고 싶었다.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정신 차리기 위해 마시는 커피 말고
그냥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이곳 저곳에서 자료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 곳에서 숨쉬고 싶었다.
내 아이덴티티, 내 소속, 내 학교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있고 싶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었다.
mr.probz 의 waves를 들은 지 4년 정도 됐는데
전혀 질리지 않는다.
어떤 버전으로 들어도 새롭고
언제 들어도 가사가 착착 감긴다.
듣고 있으면 내가 지금 파도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난 날 모르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게 연애인건지,
28살 겨울에 결혼을 하고 싶은건지,
회사를 정년까지 채우면서 다니고 싶은건지,
당장 때려치고 미국에서 바리스타를 하며 살고 싶은건지,
미국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그 사람을 그리워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순간 순간 내 생각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