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어제 그만두겠단 이야길 했다.
다사다난했던 회사생활이었다. 1년하고도 7,8개월 된 것 같다.
정말 다사다난했지만, 한번도 그만두겠단 말을 입밖으로 낸적은 없었다.
동기에게 하고 친구에게 하고 남자친구에게 했지만 단 한번도 내 상사에게 소리내서 그만두겠단 얘긴한적이없다.
근데 정말 어쩌다보니 어제 그 말을 팀장에게 하게된 것이다.
충동적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진짜 방아쇠를 당길 만한 일이 바로 어제 벌어진 것 뿐이다.
내 팀장은, 전 팀장처럼 게이같고 쫌팽이같진 않다.
그런데 화가나면 소리지르고 본인의 분노를 스스로 참아내지 못하는 약간의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전직 군인이다.
그래서 반강제적으로 내 딴에는 비위를 맞추려고 참 많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번주 수요일부터, 내가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시 주무관(여자, 나이 많음, 미혼)이 팀장에게
내가 보낸 자료의 양식이 맞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컴플레인을 걸어왔다.
직접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팀장에게 나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었고
바로 어제, 오전에 팀장은 시에 직접 전화해서 전화를 했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으로 보아
올 것이 왔다. 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나를 불러냈고 조용한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한테 하듯이 까진 아니지만
약 20분간 화를 내며 내가 왜 이딴 컴플레인을 너 대신 처리해줘야 하냐, 니 업무량이 많은것 같냐?
왜 책 잡힐 짓을 하냐 등등 시작되었다.
다 듣고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하고 잠시 앉았다가 옥상으로 갔다.
본사에 있을때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항상 말을 하던 심리상담사에게 전화로 이 일을 알렸고,
정말 오랫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들어왔던 그 사람은 이제 정말 그만둘 때가 된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했고 계속 사무실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팀장은 무단이탈에 대해 경위서를 쓰라고 했고 나는 하라는대로 써서 직접 전해드렸다.
따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고, 1시간 쯤 후에 팀장님과 면담? 대화?가 시작되었다.
팀장도 직감한것 같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말도 못들었다. 하려는 말은 하지 마라.
라고 하시기에, 오늘 혼내서 이런 말씀드리는게 아니고, 저는 오랫동안 그만두겠단 생각을 해왔다고 말씀드렸다.
잘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닌거 같다. 저 말고 새로운 신입이 들어와서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내가 본인에게 떠보기식으로 말을 하는게 아님을 알았는지 담당 지역 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결론은 주말 이후에 다시 얘길 하자고 하셨다.
집에와서도 같은 이야길 부모님께 했다. 물론 부모님에게는 진짜 그만두고 싶어서 그 말을 했다는 이야긴 하지 않았다.
그러고나서 오늘, 나는 집에 있다.
이번 주말이 특히 더울거란 이야기를 이미 들었고 어깨는 스트레스로 꽝꽝 뭉쳐있다.
아무도 만나고싶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방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미 케멜 쇼 영상을 봤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일어서서 샤워를 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나는 지역 변경이 아니라 정말 이 일을 그만하고 싶다.
지겹고 지쳤고 정말 그만하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곳이 붙은 것도 아닌데 그만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걸 잘 안다.
회사는 존중받는 곳이 아니고 그런 걸 기대해봤자 나만 힘들다지만
나는 단 한번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 일이 정말 나의 일이다 란 생각 또는 그에 가까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정말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