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영

by Minnesota

별로다.


오늘만 그런게 아니고, 이번 한 주내내 딱히 뭐 들뜨거나 기분 좋은 적은 없었다.


더 자고 싶었다만, 9시에 눈을 떴다. 어쩌겠는가, 원하지 않아도 일어나야지.


예전부터 그랬다. 삶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고 아무런 동기부여가 없는 상태로 눈을 뜨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침에는 보통 통화를 잘 안하니까 매번 당시에 남자친구들은 살짝 당황하며 전화를 받았고 내가 강제로 그들에게 원하는 cheer up을 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그 정도의 cheer up으로 뭔가 변화가 있기에 나의 우울감은 꽤나 크기에.


배가 고프지만 집에 있는 걸 우적우적 먹고선 후회할 것이 분명해서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왔다.


모르겠다. 그냥 또 먹을지도.


이번주에 드디어 이 회사에 입사한지 3개월이 되었고 그 기념으로 대표님과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선 다래끼가 났다. 진이 빠진 것 같다.


수요일에는 서촌회무끼에서 회를 먹고 2차로 체부동 잔치집에서 칼국수에 녹두전을 먹었다.


참 잘 먹고 다닌다. 바로 어제인 금요일에는 점심에 서촌 알로이막막에 가서 태국음식도 먹었다.


이렇게 보면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하루 하루 건만, 왜 나는 이렇게 무료하고 허망하고 헛헛할까.


그걸 채울 수 있는 사람이나 물건, 그런 것은 한번도 만나본적도 없고 찾아본적도 없다.


몇 시간 후면 상견례라는 것을 하러 간다.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한정식이란 것을 먹기 위해 또 불편한 몇 시간을 보내야겠지.


도망치고 싶단 생각에 자꾸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남자친구에게 한다.


종종 이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 남자친구들에게도 항상 인생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지긋지긋해지면 이런식이었다.


좀 더 어릴땐 그냥 술을 마시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제는 그러기엔 너무나도 피곤하고 그 피곤감이 나를 잠식할 때가 많다.


나는 무엇을 갈망하길래 이리도 불만족하는가.


결혼이란 것을 한들, 달라질 게 무엇일까. 결국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일터.


결혼하면 이제 먹지 못할 집밥이라고 많이 먹어두라는데, 글쎄 나는 집에와서 마주하는 집밥을 볼 때마다 기분이 더욱 가라앉는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 의미도 없는 잡다한 내용의 글.


그런데 아무 의미없는 글 좀 쓰면 어떤가?


항상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야만 하나.


내가 나 좋자고 쓰는 글인데, 어떤 사람의 글을 보니 아무 의미 없는 글을 도대체 왜 쓰는 것이며 그게 왜 메인에 걸리는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폄하하더라.


그 글보다 더 경솔한 글을 쓰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경솔해지지 말아야지. 경박해지지도 않아야 한다.


아무리 삶이 나를 축 늘어져 죽을 날을 기다리는 길고양이처럼 만들지라도, 최소한의 격은 지키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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