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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Mar 19. 2024

엄마 살냄새가 제일 좋아

라라크루 화요갑분 (향기. 냄새 등등)

두 팔 벌리고 얼굴은 천장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누워야 한다. 얼굴이 한쪽으로 조금만 치우쳐도 아이들은 난리가 난다. 가끔 솔로몬의 지혜가 간절히 필요할 때가 있다. 매일 저녁 10시가 되면 우린 침대에 눕는다. 

자기들 방을 두고 꼭 안방에서 함께 자야 하는 아이들. 딸은 오른쪽 팔베개를 아들은 왼쪽 팔베개를 천장을 보고 누워 있는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아이들 실랑이. 엄마를 안고 있는 손이 정확히 반을 넘어서는 안된다. 


'오늘도 시작이구나, 그냥 자면 안 되냐?' 이제는 말하는 것도 지친다. 갑자기 등이라도 간지러우면 오른손을 뺄 수도 외손을 뺄 수도 없다. 내 손이고 내 팔인데 아이들 눈치가 보인다. 팔이 저려온다. 윽 등이 간지럽다. 언제쯤 자유롭게 잠을 잘 수 있을까?




작년까지 매일 밤 아이들은 내 몸을 가지고 실랑이를 했다. 어찌 사랑을 반으로 나눌 수 있을까? 아이들은 혼자서 독차지하고 싶은 사랑을 둘로 나눠야 한다는 사실에 매번 억울해하는 느낌이었다.

아들이 말을 안 듣는 날은 팔베개를 해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한 마디 하면 모든 게 해결됐다.

아들은 훌쩍거리면서 진짜 팔베개 안 해줄 거냐, 그럼 나는 오늘 잠을 못 잔다. 등등 서러움에 별의별 소리를 다 하곤 했었다. 결국은 앞으로 잘할 테니 팔베개는 꼭 해주라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


"엄마 살냄새가 너무 좋아"

딸아이는 커다란 덩치로 동생을 밀치며 안겨 오고, 아들은 그런 누나에게 밀리지 않으려 내 팔을 꼭 끌어안는다. 밤마다 잠자리를 두고 싸우는 현실 남매 덕분에 매일 찌릿찌릿한 통증을 참아가며 아이들 잠들 때까지 꼼짝 하지 않고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조금이라도 옆으로 누워 한 놈을 안아 주려 하면 한 놈은 등을 보이고 훌쩍인다. 그 모습이 또 안쓰러워 챙겨주면 한 놈이 또 서운함에 뽀로통해진다.

가끔은 내가 둘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랬던 적도 있다.


작년 겨울 딸아이가 이제는 자기 방에서 자겠다고 독립을 선언하기 전까지 매일 밤 아이들과의 잠자리는 사랑과 전쟁이었다. 침대에 누워 끝말잇기도 하고 삼행시도 짖고, 책도 읽었지만, 결국 잠들기 전에 엄마를 더 많이 차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활화산 같은 애정이 때론 곤혹스러웠다.


"엄마 냄새를 맡고 자야 잠이 잘 와" 

아들은 아직도 팔베개를 해줘야 꿀잠을 잔다.


어느 순간 내 품에서 떠나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행복하다. 딸아이가 종종 침대에 올라와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고 안길 때면, 엄마는 자기 거라며 매몰차게 누나를 쫓아내는 아들 녀석이 때로는 얄밉지만 그래도 그 모습이 영 싫지만은 않다. 종종 새벽에 일어나 딸아이 방에 가서 살포시 아이를 안아주면 아이 얼굴에 퍼지는 미소와 꼬릿 한 딸아이 냄새. 아이들의 살냄새가 좋아 껴안고 뽀뽀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 살냄새가 좋다고 하니, 인생 참 행복하다.



한 줄 요약 : 꼬꼬마 시절 아이들 살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 꿉꿉한 냄새도 사랑해야지 ^^



#라이트라이팅#라라크루#화요갑분#향기#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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