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라면의 유혹 (라라크루 화요갑분)
유난히 뽈록한 뱃살, 옷을 입을 때도 뱃살 때문에 어정쩡한 치수의 옷을 입게 된다. 한 치수 작게 사면 팔다리는 맞지만 뱃살에서 '끙' 한 치수 크게 사면 배는 넉넉하고 편하지만, 팔다리가 남의 집에 들어가 있는 거처럼 어정쩡하다. 내 뱃살의 주요 원인은 남편의 못된 버릇 때문이다.
"라면 하나 끓여?" "안 먹어" "짜장 하나 끓여?" "안 먹어"
주말이 되면 남편의 게슴츠레한 눈웃음이 의미심장하다. 제발 유혹하지 말라고 짜증도 내고 화도 내지만 밤10시를 기점으로 남편은 매번 라면 하나 끓여? 정해진 대사처럼 읊조리며 나를 보고 씩 웃는다.
"아, 엄마 그냥 먹어, 엄마가 싫다고 하니까 우리도 참아야 하잖아" (난데없는 아들의 볼멘소리)
"아들아, 네 뱃살을 보고 말해, 늦은 시간에 자꾸 라면 먹으니까, 뱃살이 무섭게 올라왔잖아"
"엄마, 엄마 뱃살보단 내가 덜하지"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금방 뺄 수 있어"
"풉" "여보 십 년째 그 소리 하는 거 알지?" "쳇"
남편은 나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냄비에 물을 받아 가스 불을 켠다. 중요한 건 몇 봉을 끓이냐였다.
남편은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신라면)을 윤기 나게 끓여서는 냄비째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냄새만으로 이미 제 할 일을 다한 짜장라면의 유혹 침샘을 자극하고 오감이 식탁에 쏠려 있지만, 꾹 참아본다.
"후루루" "후루루루로" 아들은 면치기를 남편은 볼이 터질세라 짜장라면을 입안 가득 넣고 쩝쩝거린다.
"여보, 이제 별로 안 남았어! 얼른 와서 한 입만 해봐" (아, 면발에 김치 한 조각 '꿀꺽')
"싫어" (참을 수 있다. 참을 수 있어)
"엄마 진짜 맛있는데, 엄마 오늘만 먹고, 나랑 같이 뱃살 빼자, 얼른 와 엄마"
"후루루루" 신경을 자극하는 후루룩 쩝쩝 소리에 오늘은 절대 먹지 않겠다는 의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몸뚱이는 이미 식탁 앞으로 직진. 남편은 젓가락에 짜장라면을 돌돌 말아 어서 먹으라며 손을 내민다. 마지못해 먹는 것처럼 몸을 배배 꼬며 남편의 호의에 웃음 짓는다. 몇 번의 젓가락이 내 입으로 향했을 뿐인데, 이미 짜장 소스에 밥까지 야무지게 비벼 김치 한 조각 얹어 후루루 . 남편의 흐뭇한 미소.
먹는 즐거움만큼 늘어난 뱃살, 아들과 나란히 누워 맛있게 잘 먹었다며 배를 쓰다듬어 본다.
"아빠 짜장라면은 진짜 예술이야, 그렇지 아들?"
"엄마, 엄마 뱃살도 예술이야." "퍽"
한 줄 요약 : 당분간 짜장라면은 끓이지 맙시다. 뱃살 좀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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