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 할머니는 이제 오늘을 산다.

딱 한 번

by 바스락

매일 새벽 5시 책을 펼칩니다. 책을 좋아했던 사람도, 글을 쓰던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브런치를 통해 글을 쓰게 되었고, 그 인연이 새벽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서툴지만 새벽의 고요함을 끄적여 봅니다.

잠시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25일


딱 한 번


딱 한 번 나는, 나의 불운(不運)을 원망하여 불평한 적이 있다.

당시 너무나도 가난하여 신발을 마련할 수 없었기에, 아린 맨발로 투덜거리며 쿠파 신전으로 들어갔다.


그 때 거기서 나는 발 없는 사람을 보았다.


<사아디의 우화 정원> 사이디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빨간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엄마를 만나러 갔다. 매년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크리스마스 오늘만큼은 엄마와 보내고 싶었다.


원망도 희생도 아닌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던 우리!


십 대 때 꿈은 하룻밤이 지나면 파파 할머니가 되어 인생을 점핑하는 것이었다.

수십 년이 흘러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가 흔들의자에 앉아 젊은 날의 모습을 회상한다.


나의 미래 파파할머니는 언제나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좀처럼 사는 게 싫었던 순간,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삶,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던 나,


오늘은 그렇게 살았던 마음이 미안해서 엄마 어깨에 살포시 안겨봤다.

좀처럼 어색하고, 낯설던 엄마에게 아기가 되어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왓따 손이 따습다잉, 아그때 못 먹고 크믄 손 발이 차가운디 으짜고 이라고 손이 따습냐"

"징하게 못 먹고 컷는디?"


"엄마 나는 발바닥에 달걀을 올려놓으면 달걀이 익을 정도로 발에서 열이났어"

"발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차가운 벽에 발을 올리고 자기도 했는데"


엄마는 한참 동안 내 손을 꼭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어린 나는 엄마의 마음을 기만하며, 질문도 원망도, 바람도, 희망도, 그 어떤 마음도 전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혼자 살기로 한 사람처럼 오만하게 살아왔다.


딱정벌레 같은 딱딱한 옷을 걸쳐 입고, 속살을 보여주지도 않고, 무심하게 살았다.


엄마, 메리 크리스마스! 딱정벌레 껍질을 이제 벗어도 괜찮은 오늘 같아요!

파파 할머니를 원했던, 그 아이는 이제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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