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못다 한 이야기를 들어주던
넋두리를 날숨으로 나누던
층층이 쌓인 옷을 들치지 않아도 고개 끄덕여 주던
문득,
설거지한다. "스테인리스 설거지통을 샀는데, 때도 안 끼고 널찍하니 좋아"
젖은 머리를 말린다. "퇴직금으로 큰맘 먹고 비싼 드라이기 하나 샀다, 가격 듣고 깜짝 놀랐어."
허옇게 화장하고 립스틱 바른다. "자 이거 써, 내 것 사면서 하나 더 샀어."
아이스 커피를 마신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이제 차가운 거 못 마시겠어! 자꾸 배가 아파"
운동을 한다. "지호야, 나는 요즘 수영이 그렇게 재밌다"
출근길에 가끔 걸려 오던 전화가 오지 않는다.
여전히,
기다리는 너의 이름,
왜 나쁜 남자한테 끌리는 걸까, 그렇게 러브레터를 전달했건만,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개구쟁이 까까머리 퉁명스러운 그 아이를 너는 좋아했어.
못다 한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왜 꼭 후회는 한참 후에 찾아오는 걸까,
우연이었을까, 오늘 중학교 동창 연락을 받았어. 너도 알지 과일 가게 하는 친구, 시골집에 내려가지 못할 때 종종 집에 과일을 배송해 주던 친구야, 가끔 엄마 말벗도 되어주곤 했는데, 잊고 지내고 있었어. 반갑더라.